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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내적구조와 공간의 관계 탐구해온 홍승헤,격자서 해방되니 새 세계가

기사입력 : 2023년03월04일 21:29

최종수정 : 2023년03월04일 21:29

삼청로 국제갤러리서 '복선을 넘어서 II'전
25년 픽셀감옥서 탈출, 다채로운 색상,형태 구현
조명, 사운드 결합한 공간 설치작업도 선보여

[서울 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 우리 미술계에서 홍승혜(1959~)의 작업은 좀 특별하다. 혹자는 그의 작업을 디자인이라 보며, 또다른 혹자는 컴퓨터 그래픽으로 분류한다. 또 혹자는 넓은 의미에서 미술이라 본다. 홍승혜처럼 디자인과 순수미술을 사뿐히 넘나드는 작가도 한두명 쯤은 있어야 한다는 논리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홍승혜 '그림자'(왼쪽), '노란 그림자'(오른쪽). 2023. Archival pigment paint, uv print on glass. 각 50.7x40.7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사진=이영란] 2023.03.04 art29@newspim.com

이같은 평가에 작가는 개의치 않는다. "나를 디자이너라 봐도 좋고, 미술가로 봐도 좋다"는 식이다. 그가 관심을 갖는 것은 작품의 내적 구조가 작품이 부려지는 공간과 똑 떨어지는 관계를 맺으며, 자신이 구현하고자 하는 기하학적 추상이 잘 표출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작가는 (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하긴 했으나) 1997년부터 붓 대신 컴퓨터의 포토샵 프로그램으로 픽셀 작업을 해왔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스스로 자초해온 25년의 '격자(그리드) 감옥'을 탈출하고, 확 달라진 새로운 작업을 내놓았다.   

홍승혜는 삼청동 국제갤러리에서 '복선伏線을 넘어서 II(Over the Layers II)'라는 개인전을 열고 있다. 포토샵을 운용하며 간결하고 담백한 '홍승혜표 픽셀 작업'을 꾸준히 선보여왔던 그는 이번에 익숙한 포토샵 대신, 좀더 확장적인 일러스트레이터로 작업한 다양한 신작들을 전시장에 쏟아냈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홍승혜 '모던 타임스' 2023, Birch plywood, acrylic latex paint, 40x90.3x6.5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기계에 대한 관심과 찰리 채플린 영화에 대한 애정이 반영된 입체작업이다. 2023.03.04 art29@newspim.com

갤러리에서 만난 작가는 "하얀 대지에 싹이 돋아나고, 자라나는 듯하는 게 좋아 컴퓨터 속 픽셀을 조합, 분해, 반복해 유기적이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증식시켜왔다. 너무나 신나고, 적성에 맞아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 결과 픽셀, 그리드가 내 작업의 중추를 이뤘는데 이번에 25년간의 '격자 감옥'에서 빠져나왔다"고 했다. 스스로를 영화 '쇼생크탈출' 속 주인공 앤디에 비유한 홍승혜는 "사각형 체계에서 벗어났더니 곡선이라든가 별, 구름, 동식물의 모티프가 등장하고 색채도 빨강 노랑 파랑 등 원색이 튀어나와 내게 이런 면이 있었구나 하고 놀라고 있다. 훨씬 편하고 즐겁게 작업 중이다"고 밝혔다.  

이렇듯 홍승혜에게는 방법론이 곧 작업의 내용으로 귀결된다. 그는 이번 전시를 앞두고 지난 작업을 돌아보고 고찰했다. 그간의 작업을 복기하고 과거 작업을 회상하면서 다시 새로운 궤적을 쌓아가기 위한 통찰의 시간을 가진 것. 그리곤 픽셀 기반의 틀에서 벗어나, 다채로운 모양새의 도형과 픽토그램을 탄생시키며 이를 평면과 입체, 설치미술로까지 변주해냈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국제갤러리 1관(K1) 홍승혜 개인전 '복선伏線을 넘어서 II(Over the Layers II)' 전시 전경 [이미지 제공=국제갤러리] 2023.03.04 art29@newspim.com



국제갤러리 1관과 3관을 아우르는 작품전에서 홍승혜는 벽화에서부터 평면, 조각, 사운드, 조명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문법을 폭넓게 구현했다. 벽화는 공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변주하면서 회화를 실제 건축에 접목시킬 수 있어 홍승혜가 즐겨 시도하는 기법인데, 이번에 작가는 1관의 두 전시장 벽면을 활용했다.

1관의 작은 방과 큰 방을 각각 쨍한 노랑색과 파랑색으로 칠한 뒤, 한쪽 모서리를 오려내 오각형으로 만들었다. 살짝 숨구멍을 만든 셈이다. 그리곤 두 전시장을 화가 앙리 마티스에게 헌정했다. 말년에 류마톨로지가 심해져 유화작업 대신 색종이를 오려 붙이며 벽면을 장식하던 마티스의 '파피에 데쿠페'를 기리며 홍승혜는 1관의 각 공간에 밝고 경쾌한 작업들을 설치했다.

1관의 바깥쪽 공간에는 작가가 새로이 배우기 시작한 어도비 일러스트레이터에서 다양한 툴을 활용해 새롭게 작품화한 평면 작업을 만날 수 있다. '마술봉'이란 작품명에서도 알 수 있듯 별, 꽃, 타원의 형상과 선들이 다양한 색채를 입고 마술처럼 펼쳐졌다. 마치 어린아이의 작업처럼 순정하고, 사랑스런 작업들이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국제갤러리 3관(K3)에 공간 설치작업을 마치고 작품 앞에 선 작가 홍승혜. 이 작업은 저녁 해가 지면 더욱 몰입해 작품을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수요일은 오후 8시까지 감상할 수 있다. [사진= 안천호, 이미지 제공=국제갤러리] 2023.03.04 art29@newspim.com

1관 안쪽의 큰 전시실에는 평면 이미지가 입체로 확장되는 과정이 감각적으로 전개된다. 작가의 어린 시절 별명인 '홍당무'를 차용한 자화상 작품에서부터 기계에 대한 애정을 표방하는 부조작업 '모던 타임스', 하늘과 우주에 대한 관심을 엿볼 수 있는 별 기반의 여러 오브제까지, 발랄하게 구현된 작가의 '가슴 속 목록'들이 공간 여기저기에 흩뿌려져 있다. 이번에 홍승혜는 순수한 미술 조형물 뿐 아니라 테이블과 조명기구, 옷걸이(고비) 등 디자인과 미술의 경계를 가뿐히 넘나들며 여러 오브제들을 유희하듯 배치했다. 기다란 나무막대에 파랑, 노랑, 녹색의 별과 동그라미를 이어붙여 마치 꽃처럼 꽃은 '꽃병'은 그 유머러스한 상상력이 보는 이의 입가에 미소를 감돌게 한다. '별똥별' '시소'같은 작업도 마찬가지다.      

한편 3관에서는 1관의 두 전시실에서 소개된 모든 조형실험과 공간 배양이 총체적으로 결집되며 하나의 완결된 내러티브를 시연한다. 형형색색의 꽃과 구름으로 장식된 무대에서, 조명과 음악이 곁들여지는 가운데 픽토그램 인형들의 흥겨운 무도회가 너른 전시실 전체에서 펼쳐진다. 이 공간 설치작업은 낮 보다는 해가 진 저녁무렵에 더 몰입해 감상할 수 있다. 이에 국제갤러리는 매주 수요일은 오후 8시까지로 전시를 연장 운영하고 있다.  

자신의 작업을 '유기적 기하학'이라 설명해온 홍승혜는 그 표현이 내포한 모순을 오히려 적극 반기는 입장이다. 엄정한 상태인 '기하학'에 변화하는 운동조건을 칭하는 '유기적'이란 수식어는 사실 상호 배치된다. 이러한 모순을 받아들이며 자신만의 새로운 질서를 구축해내는 것이야말로 예술가의 본령이 아니겠느냐는 것이 작가의 생각이다. 인간 존재야말로 모순덩어리이며, 삶에는 정답이 없기에 모순의 양 극단을 자유롭게 오가며 예기치 못한 조건들을 작업 속에 녹여내는 것에서 작가는 비로소 예술의 의의를 찾는 것이리라.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홍승혜 '조개 고비'. 고비는 선반, 옷걸이를 가리키는 순수 우리말이다. 2023. Birch plywood, acrylic latex paint, 61.5x49.3x11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사진=이영란 기자] 2023.03.04 art29@newspim.com

이번 전시의 타이틀은 1939년 빅터 플레밍 감독의 영화 '오즈의 마법사'의 주제가 'Somewhere Over the Rainbow'에서 착안한 것이다. 이는 무지개를 구성하는 여러 겹의 레이어를 지칭할 뿐 아니라, 노래 가사가 읊듯 '무지개 저편에 날고 있는 파랑새'를 좇는 여정의 서막이기도 하다.

홍승혜는 오랫동안 컴퓨터를 사용해 이미지들을 생산해온 탓에 '절제의 작가'로 인식돼왔다. 마치 혈관에 푸른 피가 흐를 듯하다고 할까. 물론 그는 '절대적 이미지'와 '절대적 형상'의 논리를 끝없이 탐구해왔다. 하지만 이번 작업으로 그의 작업 중심에 시가 흐르며, 따뜻한 온기와 위트가 숨쉬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그에게 물었다. 훗날 어떤 작가로 기억되고 싶으냐고. 그러자 작가는 "작품 보다는 태도로 남고 싶다. 좋은 태도를 지닌 작가로 남고 싶다"고 했다. 자신의 작업 앞에서 한없이 자유롭고, 진실된 테도의 작가로 남고 싶다는 뜻인 듯하다. 홍승혜의 국제갤러리에서의 전시는 3월19일까지(기간 중 무휴)다. 

art2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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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日 여행객 'K-쌀' 사간다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일본 여행객이 한국을 방문, 한국 쌀을 직접 구매해 들고 나가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일본 내 쌀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밥맛 좋은 한국 쌀'이 대체제로 급부상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3일 <뉴스핌>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상반기 동안 일본 여행객이 한국에서 직접 구매해 일본으로 들고 간 국산 쌀은 3만3694kg로 집계됐다. 일본은 지난 2018년부터 휴대식물 반출 시 수출국 검역증을 의무화한 나라로, 병해충과 기생식물 등 식물위생 문제에 매우 엄격하다. 특히 쌀처럼 가공되지 않은 곡류는 검역 과정이 매우 까다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여행객들의 한국산 쌀 열풍은 지속됐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일본 여행객이 반출한 국산 쌀은 1310kg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상반기에만 무려 25배 이상 급증했다. 같은 기간(2024년 1~6월)으로 비교하면 작년 106kg에서 올해 3만3694kg로 약 318배 증가한 셈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일본 여행객들의 '쌀 쇼핑'이 열풍을 불면서 관련 문의가 급증했다"며 "한국쌀이 일본쌀에 비해 맛과 품질이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반출되는 양도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쌀을 화물로 탁송하는 사례도 동반 상승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화물검역을 통해 일본으로 수출된 국산 쌀은 43만1020kg에 달한다. 지난해 화물 검역 실적이 1.2kg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폭증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번 흐름이 국산 쌀에 대한 일시적 특수로 끝나지 않고 국내에서 정체된 쌀 소비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는 "일본에서 쌀 가격이 두 배 이상 올랐으니 한국에 와서라도 쌀을 구매하는 여행객이 늘어난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다만 일본의 쌀 관세율이 매우 높기 때문에 한국 쌀의 가격만 보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국산 쌀의 품질이 높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도 합격점이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영종도=뉴스핌] 윤창빈 기자 = 1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 중국발 여행객들이 입국하고 있다. 2023.03.11 pangbin@newspim.com 정부 역시 이같은 수요에 대응해 일본 관광객을 대상으로 검역제도 안내·홍보에 나서기로 했다. 현재는 농림축산검역본부를 통한 사전신청, 수출검역, 식물검역증 발급, 일본 통관까지 최소 3단계 이상이 요구된다. 다만 한국 쌀을 일본으로 반출할 때 한국에서 식물검역증을 발급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일본 관광객이 일본에 돌아가 쌀을 폐기하는 일이 생기면서 홍보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농식품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오사카 엑스포 현장 방문을 계기로 일본 농림수산성과 예방할 기회가 주어졌는데 그 자리에서 쌀 검역 문제가 논의됐다"며 "한국 정부는 일본 여행객이 애써 한국 쌀을 구매한 뒤 일본으로 돌아가 폐기하는 일이 없도록 제도 홍보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전했다. plum@newspim.com 2025-07-0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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