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흐림과 혼돈을 그리는 작가 이기봉,당신은 지금 어디에 서있는가

기사입력 : 2022년11월27일 17:48

최종수정 : 2022년11월27일 17:48

'Where You Stand'라는 타이틀로 14년만의 개인전
서울,부산 국제갤러리서 신작 50점 선보여
내 작품은 의식과 무의식 오가는 '그림자게임'

[서울 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 화폭 가득 안개가 넘실대는 그림을 그리는 작가 이기봉(Kibong Rhee, 65)이 'Where You Stand'라는 타이틀로 작품전을 연다. 이번 전시는 국제갤러리에서 14년 만에 갖는 작가의 다섯 번째 개인전으로, 서울점 K1, K2와 부산점에서 동시에 열린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이기봉 'Where You Stand D-1' 2022, Acrylic and polyester fiber on canvas, 186x186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이미지 제공=국제갤러리] 2022.11.27 art29@newspim.com

이기봉은 회화와 설치를 넘나들며 세계의 본질을 이루는 '구조와 흐름'을 끈질기게 탐구해온 작가다. 지나간 시간에 대한 향수와 함께 지상에서의 지금 이 순간에 대한 갈망을 환기시키는 그의 작업은 무의식과 의식, 환상과 실재 사이의 신비롭고도 팽팽한 균형을 보여준다.

특유의 흐릿한 안개로 인해 매우 몽환적인 이기봉의 풍경은 시간을 초월한 '또다른 차원의 풍경'이라 할 수 있다. 햇빛이 쏟아지면 곧 걷힐 안개 속 풍경은 따라서 단순한 풍경화가 아니다. 그것은 자연의 끝없는 순환과 그 세계성을 성찰한 개념적, 철학적인 작품이다. 랜드스케이프의 양식을 빌어, 사라짐의 사색을 일깨우는 '이기봉표 바니타스(vanitas)'라 할 수 있다.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풍경화가 아닌, '세계화'(世界畵)라 일컫는 것도 그 때문이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이기봉 'Where You Stand G-1' 2022, Acrylic and polyester fiber on canvas,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이미지 제공=국제갤러리] 2022.11.27 art29@newspim.com

이기봉의 페인팅은 우리가 바라보는 것의 표면과 깊이를 차분히 관찰하게 한다. 동시에 그것에 의문을 갖도록 만든다. 작가는 '실재의 농도'를 더없이 아름답게 변주하며 세상을 마주하는 경험을 생경하게 환기시킨다. 어디서나 접할 수 있는 지극히 낯익은 풍경이지만 그의 작품에는 아스라한 막이 드리워져 있어 혼돈과 착각을 유발한다.

이기봉의 작업에서 즐겨 활용되는 요소는 물과 안개다. 물은 그 자체로는 절대적인 형태가 없지만 외부의 대상과 관계 맺으며 형태가 생기고, 의미도 만들어진다. 2000년대초 물에 주목하기 시작한 작가는 2008년부터는 순간적이고 가변적인 성격의 안개와 수증기를 집중적으로 드러내며 독창적인 표현성을 구축해왔다.

[서울 뉴스핌] 올해 제작한 신작 'Stand on Shadow' 앞에 선 작가 이기봉. [사진=이영란 기자] 2022.11.27 art29@newspim.com

경기도 광주의 습한 산중턱에 위치한 작업실에서 30여년째 작업해온 이기봉에게 안개는 자신만의 고유한 조형언어로 확실히 자리잡았다. 그에게 안개는 화폭에 신비롭고 불가사의한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시각적 효과인 동시에, 인간과 사물, 인간과 세계가 관계맺는 메커니즘을 가시화하는 대단히 핵심적인 요소다.

국제갤러리 서울점 K1에 작가는 안개 속의 몽환적인 물가 풍경을 중점적으로 내걸었다. 흐릿한 질감과 경계는 안개가 드리운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데, 이는 캔버스 위에 약 1cm 간격을 두고 얇은 아크릴판(플렉시글라스) 또는 폴리에스테르섬유를 겹쳐올려 2개의 서로 다른 이미지를 덧댄 결과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이기봉 'Where You Stand' 국제갤러리 K1 전시전경. [이미지제공=국제갤러리] 2022.11.27 art29@newspim.com

이처럼 이기봉이 더없이 예민하고 복잡한 방식을 고집하는 것은 나무나 호수같은 재현의 대상 보다,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물안개'에 방점을 찍고 싶어서다. 작가는 "내 그림은 일종의 '그림자 게임'이다.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이 '이 세계는 알 수 없다'고 했듯 세계는 그리 단순하지도 단선적이지도 않다"며 "물안개는 두개의 화면 사이의 거리감을 뒤섞고, 인식체계를 교란함으로써 우리를 둘러싼 세계의 복잡성과 그로 인한 무한한 시지각적 가능성을 가늠케 한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관람객들은 작가가 드리운 반투명의 '막' 뒤편의, 안개가 피어있는 화면 너머를 들여다봄으로써 인간이 저마다의 프레임을 만들어 세상을 재단하고, 파악하는 행위를 돌아보게 된다. 우리 앞에 신기루처럼 자리잡은 이 안개가 걷히면 과연 어떤 세계가 펼쳐질 것인지, 현실 너머의 초월적 세계를 지긋이 상상하게 하는 것이다. 이기봉은 "내가 그림을 통해 보이고 싶은 것은 공간성과 함께 '시간을 보는 눈'이다. 시간들을 잘 시각화해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서울 뉴스핌] 이영란 기자= 이기봉 'Black Shadow-The Void',2022. Acrylic, resin, and polyester fiber on canvas, 186x186cm.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이미지 제공=국제갤러리] 2022.11.27 art29@newspim.com

이번에 작가는 텍스트에 기반한 새로운 연작을 내놓았다. 거친 표면에 비트겐슈타인의 '논리철학 논고'에서 발췌한 텍스트를 새겨넣은 신작이다. 캔버스 뒷면으로부터 밀어낸 듯 쌓아올려진 비트겐슈타인의 텍스트는 모호한 풍경 뒤에서 또다른 형태의 막이 됐다. 이를 통해 우리가 믿고 사용해온 언어의 한계와 불확정성이 드러난다. 이기봉은 서울점과 부산점에 비트겐슈타인의 텍스트를 활용한 'A Thousand Pages'라는 설치작품도 한 점씩 출품했다.

이번 개인전은 겉으론 드러나지 않으나 세상을 작동시키는 메커니즘으로 존재하는 '흐름'에 대한 작가의 시각이 결집된 전시다. 전시 타이틀에서도 알 수 있듯, 인간은 어디에 서있느냐에 따라 다른 것을 감지하고, 다른 세상을 보게 마련이다. 이기봉은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것을 스스로 재발견할 수 있게 해주는 장치로서 회화를 만들어내며, 이것이 작가가 스스로를 '몽상적인 이미지의 예술을 만들어내는 엔지니어'라 강조하는 이유다. 외부 대상들과의 접촉을 통해 세상의 온갖 층위들이 얽히고설켜 나타나는 세계의 복잡성을 가시화한 이기봉의 작업은 우리가 그간 간과해온 현실 저 너머 카오스의 세상을 고찰해보게 한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작가 이기봉의 'Where You Stand'전 전시전경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이미지 제공=국제갤러리] 2022.11.27 art29@newspim.com

작가 이기봉은 '사라짐'과 '혼돈'이라는 주제를 통해 아름다움, 욕망, 향수 등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미묘하고 매력적인 작업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큰 호응을 받아왔다. 캔버스와 플렉시글라스, 또는 반투명한 천에 그려진 두개의 이미지는 복수의 층위구조에서 환상적으로 공존한다. 그 결과 의미의 맥락은 사라지고, 미스터리하고 오묘한 추상성이 강조된다. 세계 각국의 주요 미술관과 유수의 컬렉터들이 그의 '범상치않은 랜드스케이프'를 잇따라 컬렉션하며 호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기봉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했고, 1986년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이래 전세계를 무대로 전시를 이어가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리움미술관, 독일 ZKM미술관 등에 회화와 설치작품이 소장돼 있고, 2021년 로스엔젤레스 카운티 미술관(LACMA)의 단체전에서 작품이 소개되었다. 2016 창원조각비엔날레, 2012 폴란드 포즈난의 미디에이션비엔날레, 2011 모스크바비엔날레, 2010 부산비엔날레, 2008 세비야비엔날레 등에 참여했다. 전시는 12월 31일까지 계속된다.

art29@newspim.com

 

CES 2025 참관단 모집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남학생 입학 논란' 성신여대, 근조화환시위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성신여대가 '2025학년도 외국인 특별 전형 모집요강'에서 신설 국제학부에 외국인 남학생의 지원을 받기로 결정하며 논란이 된 12일 오후 서울 성북구 성신여대 교내에서 학생들이 락카 스프레이로 항의문구를 적고 있다. 2024.11.12 choipix16@newspim.com   2024-11-12 16:58
사진
'왕좌의 게임' 재현...넷마블 '지스타' 첫선 [서울=뉴스핌] 양태훈 기자 = 넷마블이 HBO의 메가 IP '왕좌의 게임'을 활용한 '왕좌의 게임: 킹스로드'와 국내 모바일 게임의 대중화를 이끈 '몬스터 길들이기'의 정통 후속작 '몬길: STAR DIVE'를 선보이며 글로벌 게임 시장 공략에 나선다. 8일 넷마블은 서울 구로구 지타워에서 '지스타 2024 출품작 미디어 시연회'를 열고 국제 게임 전시회 '지스타 2024'에서 선보일 신작 '왕좌의 게임: 킹스로드'와 '몬길: STAR DIVE'를 최초로 공개했다. '왕좌의 게임: 킹스로드'는 전 세계적으로 흥행한 HBO 드라마 IP를 활용한 오픈 월드 액션 RPG다. 8일 넷마블은 서울 구로구 지타워에서 '지스타 2024 출품작 미디어 시연회 현장. [사진=양태훈 기자] 장현일 넷마블네오 PD는 "워너 브라더스, HBO와 긴 시간 신중하게 협업하며 원작 팬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게임을 만들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 게임은 원작 드라마의 시즌 4 후반부를 배경으로 한다. 플레이어는 '피의 결혼식'에서 정당한 후계자를 모두 잃은 몰락한 가문의 서자 역할을 맡는다. 장 PD는 "눈과 배고픔밖에 없는 척박한 북구에서 밤의 경비대를 도우며 가문의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라며 "드라마에서 자세히 다루지 못한 이야기와 인물들을 보여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왕좌의 게임: 킹스로드'의 가장 큰 특징은 원작의 주 무대인 웨스테로스 대륙을 심리스 오픈 월드로 구현한 것이다. 드라마에 등장한 지역은 물론 나오지 않은 지역까지 철저한 고증을 거쳐 제작했다. 장 PD는 "원거리 공격으로 높은 곳의 물건을 떨어뜨리거나 재배치해 새로운 길과 숨겨진 공간을 찾는 등 다양한 퍼즐 요소도 즐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투 시스템도 원작의 사실적인 톤을 살리는 데 중점을 두었다. 장 PD는 "마법이 난무하는 흔한 판타지가 아닌 칼과 도끼 등 현실적 무기를 기반으로 한 전투를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플레이어는 용병, 기사, 암살자 중 하나의 클래스를 선택할 수 있으며, 각 클래스는 원작 캐릭터들에게서 영감을 받아 개발됐다. 싱글 플레이뿐 아니라 협력 중심의 멀티 플레이도 제공된다. 윈터펠 같은 대형 성에서 다른 유저들과 만나 대화하고 파티를 꾸려 던전에 도전할 수 있다. 일부 필드에서는 다른 유저들과 함께 필드 보스 전투도 가능하다. '몬길: STAR DIVE'는 모바일 게임의 대중화를 이끈 '몬스터 길들이기'의 정통 후속작이다. 8일 넷마블은 서울 구로구 지타워에서 '지스타 2024 출품작 미디어 시연회 현장. [사진=양태훈 기자] 김광기 넷마블몬스터 개발 총괄은 "원작의 세계관과 스토리, 추억의 캐릭터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며 "어딘가 부족해 보이는 클라우드, 혈기왕성한 베르나 등 대표 캐릭터들과 새로운 마스코트 야옹이가 펼치는 모험"이라고 소개했다. '몬길: STAR DIVE'는 전작에 비해 전투 시스템을 대폭 강화했다. 김 총괄은 "캐릭터마다 개성 있는 전투 스타일과 역할이 있어 이해도가 높아질수록 더 다양하고 효율적인 전투가 가능하다"며 "원작의 태그 플레이를 계승해 단순한 캐릭터 교체가 아닌 연계 공격과 협력 시스템으로 발전시켰다"고 설명했다. 저스트 회피, 버스트 모드 등 액션성도 강화했다. 보스 몬스터와의 전투에서는 특정 부위 파괴나 속성 활용 등 전략적 플레이가 가능하며, 야옹이와 함께하는 몬스터 포획·길들이기 시스템도 구현했다. 한편 넷마블은 오는 14일부터 17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지스타 2024에서 100부스 규모로 두 게임을 선보인다. 170개 시연대를 통해 '킹스로드'의 프롤로그와 '몬길'의 초반 스토리를 체험할 수 있다. 중앙 무대에서는 인플루언서 대전, 버튜버 시연, 코스프레 쇼 등 다양한 이벤트도 진행할 예정이다.   dconnect@newspim.com 2024-11-08 17:01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