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재팬'부터 코로나까지 4년 억눌린 수요 폭발
징검다리 연휴 일본행 항공권 예약률 90%↑
국내서도 일본 브랜드 소비 눈치 안본다
시작된 지 벌써 5년째를 맞이하는 노재팬 운동이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일본을 찾는 관광객이 늘면서 항공권 예매는 '하늘의 별따기'고, 일본맥주는 마시지 않지만 일본위스키는 불티나게 팔리고 있습니다. 영화관은 일본만화 슬램덩크를 보려는 관람객으로 넘쳐나고 있습니다. 삼일절을 맞아 노재팬 운동의 현실을 짚어봤습니다.
[서울=뉴스핌] 노연경 기자 = #.지난달 10일 일본 후쿠오카로 여행을 떠난 이지은(27)씨는 길거리를 메운 한국어 소리에 국내여행을 온듯한 착각에 빠졌다. 이씨는 "후쿠오카 식당들도 한국어로 된 메뉴판이 거의 다 있을 정도로 한국 관광객 맞이에 대비하는 모습이었다"며 "주변에 3.1절에 일본여행을 가겠다는 친구들도 많다. '노재팬'은 이제 다 끝난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막혔던 하늘길이 열리면서 일본 여행 수요가 폭발하는 모습이다. 지난 1월 인터파크의 항공권 판매액은 1475억원을 기록,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는데 1등 공신은 일본이었다. 국제선을 발권 인원 기준으로 일본이 절반에 가까운 47%를 차지했다. 도시로 봐도 상위 3개 도시가 오사카(18%), 후쿠오카(14%), 도쿄(10%)로 모두 일본이었다.
[Yes재팬 열풍] 글싣는 순서
1. "삼일절 연휴에 일본간다"…항공권 동났다
2. "산토리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日위스키 '돌풍'
3. "슬램덩크는 못참지"...."일본도 불닭볶음면은 못참아"
일본 숙박 예약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뛰어넘어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야놀자에 따르면 일본 무비자 입국이 허용되면서 작년 10~12월 일본 숙소 거래액은 2019년 동기 대비 482% 늘어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훨씬 뛰어넘었다. 같은 기간 예약 건수도 295% 증가했다.
인터파크가 해외 항공권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지난 1월 일본이 인기 해외여행지 1위에 올랐다.[사진=인터파크] |
◆폭발한 해외여행 수요, 일본으로 쏠려
삼일절 징검다리 연휴에도 일본여행 수요는 계속될 전망이다. 역사 문제와 얽혀 있어 일본 여행을 꺼리는 시기지만, 2019년 일본의 수출 규제로 시작된 '노재팬' 운동과 코로나19로 약 4년간 억눌렸던 수요가 폭발하면서 징검다리 연휴 기간 일본행 항공권은 모두 매진된 상태다.
티웨이항공에 따르면 지난달 25일부터 3월 1일 사이 출발하는 한국발 일본행 항공권의 평균 예약률은 93%를 기록했다. 진에어와 제주항공 역시 같은 기간 평균 예약률 90% 이상을 보였다.
연휴 기간에 앞서 일본 여행 관련 상품 거래액도 늘었다. 티몬에 따르면 연휴 직전인 지난달 20일부터 26일 기준 일본에서 사용 가능한 포켓와이파이 거래액은 직전 주 같은 기간(13~19일) 대비 15% 증가했다.
이커머스업계 관계자는 "3월 초는 개강 시즌이라 일반적으로 일본 여행 수요가 감소하는 시기지만, 오랜 기간 억눌렸던 여행 수요가 폭발하면서 징검다리 연휴 기간에도 일본 여행이 높은 수요를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이커머스 업계가 일본 여행 관련 프로모션을 강화하고 있다.[사진=티몬] |
◆"기회는 이때"…일본 관련 행사 늘리는 온라인몰
국내 이커머스업계는 일본 여행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초특가 항공권, 숙박 할인 등을 내세우고 있다. 잠잠했던 일본 여행 관련 할인 행사에 다시 불이 붙는 모양새다.
티몬은 지난달 7일 봄 벚꽃 시즌 기간에 출발하는 일본행 항공권을 에어서울과 손잡고 단독 특가로 내놨다. 3월 초부터 6월 말까지 떠날 수 있는 일본 편도 항공권을 7만원대부터 판매했다.
위메프는 노랑풍선과 함께 여행 플랫폼 'W여행레저'를 통해 일본 교통패스, 입장권 등을 28일까지 할인 판매했다. 도쿄∙오사카∙후쿠오카∙홋카이도 등 자유 여행객이 많이 찾는 일본 관광지의 교통패스와 전망대 입장권 등을 선보였다.
SSG닷컴은 오는 13일 라이브 방송을 통해 일본 인기 휴양지인 오키나와 패키지를 판매한다. '사잔 비치 리조트' 1박을 포함하는 패키지 상품은 구매 시 오션뷰 객실 업그레이드 혜택을 제공한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서울 종로구 유니클로 매장. 2021.12.05 leehs@newspim.com |
◆'노재팬' 타격 기업들도 기지개
일본 여행만 많이 가는 게 아니다. 국내에서도 일본 브랜드 제품에 대한 소비가 다시 되살아나며 '노재팬' 운동으로 타격을 입었던 브랜드들의 실적이 증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일본 SPA 브랜드인 유니클로의 매출은 2년 연속 감소하다 작년부터 회복세로 돌아섰다.
유니클로 한국 사업 운영사인 에프알엘코리아의 매출은 2019년 회계연도(2018년 9월~2019년 8월) 당시 1조3781억원에 달했지만, 2020년 6298억원, 2021년 5824억원으로 2년 연속 감소했다.
그러다 '노재팬' 운동이 시들해지고,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으로 의류 소비가 늘어나면서 2022년에 지난 회계연도와 비교해 20.9% 오른 704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배 이상(116.8%) 오른 1148억원으로 집계됐다.
일본 스포츠 브랜드 데상트코리아의 매출 역시 2020년 4986억원에서 2021년 5437억원으로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115억원으로 흑자로 돌아섰다. 오니츠카타이거로 인기를 끈 아식스스포츠도 2021년 영업손실을 벗어났다.
온라인 쇼핑 플랫폼 29CM에 따르면 일본 가방 브랜드인 포터 역시 검색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으며, 거래액이 꾸준히 증가세에 있다. 무신사스토어에선 아식스 스니커즈가 판매 순위 23위에 올랐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일본 여행 붐과 일본 브랜드 소비 증가를 보면 노재팬 운동이 사라졌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노재팬' 운동이 더 이상 구매 장벽으로 작용하지 않는 모습이다"라고 말했다.
ykno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