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요금 인상 불씨 여전…美 금리인상 기조
4월 금통위서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1년 만에 멈췄지만 전문가들은 기준금리 재인상에 무게를 뒀다. 정부가 공공요금 인상을 하반기로 미루며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해소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은은 23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통화정책방향결정회의(통방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5명이 기준금리 동결 의견을 냈고 1명만 인상 의견을 제시했다. 한은은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와 불확실성 요인 전개 상황을 점검하며 기준금리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하겠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물가 상승 압력 등 경제 여건을 고려하면 한은이 다음 금통위 회의가 열리는 오는 4월 기준금리를 다시 올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기준금리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물가 상승 압력이 거세기 때문이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개월째 5%대를 웃돈다. 유가와 곡물가 등 공급 변수를 제거하고 수요 압력에 의한 물가 상승 정도를 보여주는 근원물가(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도 4%가 넘는다.
공공요금 인상 불씨도 꺼지지 않았다. 정부는 도로와 철도, 우편 등 공공요금은 상반기 동결한 후 하반기에 올리겠다고 예고한 상황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물가가 불안하고 물가 상승 압력이 크다"며 "기준금리 인상 요인은 여전히 살아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1년 5개월간 이어진 금리 인상을 멈추고 기준금리를 현행 연 3.50%로 동결했다. 2023.02.23 mironj19@newspim.com |
미국 연준이 금리를 올리는 매파적 기조를 유지한다는 점도 국내 기준금리 재인상에 무게를 더한다. 미국 금리는 현재 4.50~4.75%다. 연준은 오는 3월과 5월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다. 한국과 미국 간 금리 격차가 벌어지면 자본 유출과 원화 가치 하락으로 원/달러 환율은 치솟을 수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는 것이지 인상이 끝난 것은 아니다"라며 "연준이 3월에 금리를 얼마나 올리지 등 변수가 크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이어 "물가와 환율, 경상수지 등 여러 변수가 작용한다"며 "상황에 따라서 기준금리 추가 인상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상반기에 3.75%로 올린 후 연말까지 4.0%로 인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경연은 국내 근원물가 불안과 미국 연준을 주요 변수로 제시했다.
한경연은 "근원물가가 안정되지 못할 경우 향후 국제 원자재 가격이 안정돼도 소비자물가는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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