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출산율에 국민연금 재정 더 악화
여성 자아실현·사교육비 등 이면 간과
아이 낳아 기를 만한 사회 환경 우선
[세종=뉴스핌] 이경화 기자 =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가임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이 지난해 세계 최저 수준인 0.81명으로 떨어졌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를 보면 합계출산율은 올해 0.73명에서 내년 최저 수준인 0.70명까지 더욱 하락할 전망이다. 갓난아이 울음소리가 뚝 끊긴다는 얘기다.
이경화 경제부 기자 |
저출산은 국가 존립 차원의 과제지만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저출생 현상이 지속되면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들고 소비시장 위축과 경제성장 잠재력 약화 등 연쇄적인 문제가 뒤따르게 된다.
더욱이 고령화와 맞물리면서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등 사회보험을 낼 사람이 줄어들어 재정 건전성 악화 속도가 빨라질 뿐 아니라 노인 부양을 위한 조세 등 사회부담 증가에 따른 세대 간 갈등도 커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올해 5차 국민연금 재정 추계에서는 기금 소진 시점이 5년 전 4차 추계 때보다 2년 앞당겨진 2055년으로 도출됐다. 지출이 수입(보험료 수입+기금운용 수익)을 웃도는 수지 적자 시점도 2041년으로 1년 당겨졌다.
정부는 출산율이 1.21명으로 반등할 거라는 가정 아래 2060년 보험료율(현행 9%)을 4차 추계(26.8%)보다 3%p 오를 걸로 예측했다. 다만 출산율의 가파른 하향 궤도를 고려하면 이조차 낙관적 전망이란 지적이 나온다. 뭔가 특단의 조치 없인 출산율이 갑자기 오를리는 만무하다.
저출산의 가장 큰 원인은 경제적 부담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출산 초기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제4차 중장기 보육 기본계획(2023~2027년)을 내놨다. 올해부터 부모급여(매달 만 0세 70만원·1세 35만원)가 첫 지급됐고 어린이집을 다닐 경우 51만4000원의 보육료바우처를 지원한다.
이 외에도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시간제 보육·보육 교직원 전문성 확대 등 저출산 대책의 큰 그림을 발표했다. 아이를 낳아 키우고 장기간 교육시키는 부담이 만만찮다는 점에서 정부의 정책방향은 일단 바람직하다고 본다.
저출산은 사회 문제 현상이기도 하다. 결혼·출산에 대한 가치관 변화, 여성의 사회활동 증가, 육아·사교육비 부담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인식이 개선되고는 있지만 직장생활을 하더라도 자녀에 대한 돌봄의 일차적 책임은 여성이 감수하고 비용·시간을 들여야 하는 것이 여전한 현실이다.
그렇다면 '출산 시 얼마를 준다'는 식의 저출산에만 맞춘 정책보다는 출산 기피 이면에 있는 문제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 기업 문화·사회적 분위기를 비롯해 출산을 앞뒀거나 아이 키우는 가정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좀 더 현실적이고 눈높이에 맞춘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아이를 낳아 기를만한 사회 분위기를 만드는데 있어 정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kh9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