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금투, 7월 블록체인부 신설하고 사업화 구상
'증권형 토큰' 사업화 목표로 물밑경쟁 치열
"경험자로서 증권·디지털자산 잇는 가교 역할"
[서울=뉴스핌] 김준희 기자 = 증권사 계좌로 '디지털자산'을 거래할 수 있을까? 당장은 어렵지만 근시일 내에 가능할 수도 있다. 디지털자산이 법적으로 증권형토큰(STO)과 비증권형토큰으로 구분될 경우다.
증권형토큰은 실물 자산을 기반으로 한 암호화폐를 뜻한다. 부동산이나 미술품처럼 실체가 있는 자산의 소유권을 증권화한 것이다. 비트코인 등 실물이 없는 일반 암호화폐는 비증권형토큰이다.
금융당국은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을 추진해 디지털자산을 관리·감독하고자 한다. 현재는 토큰(암호화폐)에 대한 법적 정의 자체가 없는 상황이다. 암호화폐를 디지털자산기본법으로 다스릴 수 있다면, '증권'형인 토큰은 자연히 자본시장법의 적용을 받게 된다.
이세일 신한투자증권 블록체인부장은 뉴스핌과의 인터뷰에서 "증권형토큰이 자본시장법으로 들어오면 전통 금융기관의 영역이 되면서 증권사 라이센스가 없는 디지털자산거래소에서는 거래할 수 없는 것이 된다"며 "이 증권성 여부를 명확히 판단해달라는 것이 업계의 요구"라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이세일 신한투자증권 블록체인부장. 2022.08.26 leehs@newspim.com |
이 부장은 올해 초 신한투자증권이 공들여 영입한 디지털자산 분야 인재다. 대외적으로 활동할 리서치센터 소속이 아니라, 내부 스터디를 위한 인하우스 애널리스트(투자분석가)로 영입됐다. 이후 블록체인부가 7월부로 신설되면서 부서장을 맡게 됐다. 디지털자산 관련 비즈니스를 다방면으로 고민하고 발굴하는 역할이다.
일부 디지털자산에 대한 '증권성'이 인정될 경우 즉시 사업화할 수 있는 아이템을 준비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블록체인부 신설 당시 ▲디지털자산수탁사업 ▲증권형토큰(STO) ▲대체불가능토큰(NFT) 등 다양한 블록체인 기반 금융 신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번 타자는 증권형토큰 거래 사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 부장은 "제도적으로 허용될 가능성이 제일 높고 다른 증권사들도 많이 준비하는 것으로 안다"며 "지난 5월까지는 디파이(탈중앙화금융)에 기반한 디지털자산 붐이 일어났다면 다음 웨이브의 중요한 한 축은 STO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증권형토큰은 하나의 자산에 대해 조각 투자가 가능하고, 발행비용이 적다는 점 등이 장점으로 꼽힌다. 글로벌 투자자의 유입으로 자금 조달이 쉽고 빠르다는 점도 특징이다. 이 부장은 "제도적으로 허용된다면 전통 금융기관의 참여가 확대되면서 제공되는 자산의 질이 좋아지고 신뢰성도 보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이세일 신한투자증권 블록체인부장. 2022.08.26 leehs@newspim.com |
'최초 사업자' 또는 '1등 사업자'가 되기 위해서는 디지털자산과 증권을 잘 이어줄 튼튼한 연결고리가 필요하다. 신한투자증권에서 이 부장이 맡게 된 역할이다. 그는 "전통 금융권과 디지털자산 시장을 동시에 아는 사람은 드물다"며 "중간 다리를 맡기에는 제가 적당하겠다는 생각에 이 일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부장은 입사 당시 이색 이력으로 화제가 됐다. 디지털자산 전담 애널리스트였지만, 디지털자산업계에서 바로 넘어온 사람이 아니었다. 2009년 옛 대우증권에 입사해 채권 애널리스트, 포트폴리오 운용 등을 맡았다. 현대해상 화재보험으로 자리를 옮겨 부동산, 프라이빗에쿼티(PE), 헤지펀드 등 대체투자자산 투자심사역으로 일하기도 했다.
블록체인 시장은 업무가 아니라 '좋아서' 잘 알게 된 시장이다. 이 부장은 "비트코인의 철학, 블록체인이 몰고 올 시대적 변화에 공감한다"며 "본업은 금융권에 있었지만 부캐릭터로서 블록체인 관련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투자 자문을 해왔다"고 했다. 주식, 채권, 부동산으로 대표되는 전통자산 시장과 디지털자산 시장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두 업계를 잇는 중간다리를 꿈꾼다.
이 부장은 "전통 금융권은 디지털자산을 잘 모르다 보니 생소해하거나 배척했는데 제가 보기에는 비즈니스 모델이 새롭지 않다"며 "디파이는 이자 농사고, NFT(대체불가능토큰)는 결국 어떤 창작물에 대한 소유 욕구에서 나온 것이다. 현실세계를 복사한 것에 가깝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디지털자산 시장도 제도권에 대한 거부감을 보였는데 이제는 제도권에 들어오는 것이 시대적 흐름이다. 좀 더 체계를 갖추고 소비자에게 신뢰를 부여해야 한다는 것을 업계에서도 알고 있다. 두 시장을 모두 경험해본 사람으로서 디지털자산을 제도권으로 들이는 마중물이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zuni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