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 항암제 복제약 출시 방해
알보젠, 국내 독점판매권 가져
[세종=뉴스핌] 김명은 기자 = 다국적 제약사인 아스트라제네카(AZ)와 알보젠이 항암제 복제약(제네릭)의 생산과 출시를 막아 거액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의약품 가격결정 구조상 두 제약사의 이 같은 행위로 소비자들이 저렴한 복제약을 쓸 수 있는 기회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복제약 제조사인 알보젠 측이 오리지널 의약품 제조사인 AZ 측으로부터 3개 항암제에 대한 국내 독점유통권을 받는 대가로 복제약을 생산·출시하지 않기로 합의한 행위와 관련해 양측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26억45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13일 밝혔다. 과징금액은 장점 결정된 것으로 추후 관련 매출액 산정을 통해 일부 조정될 수 있다.
제재 대상 회사는 알보젠 본사와 지역본부, 알보젠코리아 등 알보젠 측 3개사와 AZ 본사와 한국AZ 등 AZ 측 2개사다. 양측이 생산‧출시를 막은 의약품은 전립선암·유방암 호르몬 치료에 주로 사용되는 졸라덱스(졸라덱스데포주사·졸라덱스엘에이데포주사), 아리미덱스, 카소덱스 등 3개 종류다.
◆ 복제약 만들어지면 소비자 가격 하락하는 구조
복제약은 최초로 허가된 오리지널 의약품과 생물학적 동동성이 입증된 것으로,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급여의약품의 복제약이 최초로 출시되면 오리지널약가는 기존 약가의 70%, 복제약가는 오리지널약가의 59.5%로 책정된다. 보건복지부 고시에 따라 복제약 출시가 반복되면 복제약가와 오리지널약가 모두 떨어지는 구조를 나타낸다(아래 그래픽 참고).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제공] 2022.10.13 dream78@newspim.com |
복제약은 오리지널 의약품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경쟁 의약품으로 복제약이 출시되면 오리지널의 약가 인하와 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는 오리지널 제약사에 큰 경쟁압력으로 작용한다.
오리지널 의약품 제조사인 AZ 측에서는 복제약 제조사인 알보젠 측의 복제약 출시를 가장 중요한 사업상 위험 요인으로 인식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공정위는 알보젠 측도 자체적으로 복제약을 개발해 출시하는 것보다 경쟁을 하지 않는 대신 대가를 제공받도록 AZ 측과 담합하는 것이 보다 유리하다고 판단했다고 봤다.
◆ 3개 의약품 유통 외주화 추진하다 시작된 담합
공정위에 따르면 AZ 측이 졸라덱스 등 3개 의약품에 대한 판촉·유통의 외주화를 추진하던 2016년 5월 경, 알보젠 측이 국내에서 2014년부터 졸라덱스 복제약을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알보젠 측은 당시 10여개 유럽 국가에서 졸라덱스 복제약 출시를 발표한 상황으로, 이는 AZ 측에 상당한 위협으로 인식됐다는 게 공정위 설명이다.
이에 AZ 측과 알보젠 측은 2016년 9월 말 알보젠 측 복제약의 생산·출시를 금지하는 대신 졸라덱스 등 3개 의약품의 국내 독점 판촉·유통권을 알보젠 측에 제공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기간은 2016년 10월부터 2020년 12월까지로 했다.
이후 양측은 계약 내용을 실행에 옮겼다. 다만, 양측 간 합의가 계약 만료일 이전인 지난 2018년 1월 파기됨으로써 담합이 종료됐다. 아보젠 측은 현재까지 졸라덱스 등 복제약을 출시하지 못했다.
◆ '역지불 합의' GSK 사건과 비슷한 듯 다른 사건
특허 분쟁이 있을 때 일반적으로 복제약 제조사가 오리지널 의약품 제조사에 합의금을 지불하는 것과 반대로 오리지널 의약품 제조사가 복제약 제조사에 이익을 제공하는 형태를 '역지불 합의'라고 부른다.
이번 사건은 공정위가 지난 2011년 10월 제재한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동아제약의 전형적인 역지불 합의 사건과 비슷한 듯 보이지만 다르다는 게 공정위 설명이다.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사진=뉴스핌 DB] 2021.11.12 jsh@newspim.com |
GSK-동아제약 건은 두 회사 간에 특허분쟁이 제기된 상태에서 이를 종결하고, 동아제약이 이미 출시한 복제약 '온다론'을 시장에서 철수하는 대가로 GSK로부터 오리지널 의약품 판매권 등을 제공받기로 합의한 것이다.
복제약 관련 담합이라는 점에서 이 사건과 유사하나 특허만료 여부 등 기초 사실이나 합의 내용, 경쟁제한성 판단 등에 있어서 상당한 차이가 존재한다고 공정위는 밝혔다.
GSK-동아제약 건은 특허권이 만료되지 않아 양사 간 합의가 정당한 특허권 행사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었다면 이번 사건은 이미 특허권이 만료된 상태여서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당초 이 사건의 심사보고서에는 검찰 고발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위원회는 고발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유성욱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복제약 출시만 제한했을 뿐 개발이 허용됐고, 알보젠 측이 종국적으로 복제약 개발에 실패했다"면서 "경쟁 제한 효과가 낮고 합의가 조기 종료된 점과 조사에 협조한 점 등이 고려돼 고발 조치가 내려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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