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국회의원 관련 이슈 중심
윤창현 의원, 채용비리‧공정위 인수 심사 특혜 의혹 제기
[세종=뉴스핌] 김명은 기자 = 기업회생절차 졸업 후 새로운 항공사로 거듭날 것을 선언한 이스타항공이 '이상직 그림자'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모습이다. 올해 국회 국정감사 시즌에 돌입하면서 창업주인 이상직 전 국회의원의 이름이 자주 오르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정무위 국감에서는 이 전 의원과 전·현직 대표들의 연루 의혹이 제기된 과거 채용 비리 사건과 지난 2020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를 승인하는 과정에서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채용 비리와 관련해서는 야당 소속 정치인들의 실명이 거론되며 정치적 논쟁으로까지 번졌다. 이런 상황에서 채용 비리 관련 검찰 수사가 시작됐고 법원에서는 이 전 의원 횡령·배임 사건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 채용 비리 의혹 정치인 실명 공개…야당 강력 반발
12일 정부부처에 따르면 앞서 지난 4일 열린 국회 정무위의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 국감에서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이스타항공 2014년 수습 부기장 입사지원자 명단'을 공개하며 취업 청탁 의혹에 연루된 인물로 한명숙 전 국무총리와 이원욱·양기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지목했다.
윤 의원은 "등장하는 인물이 전부 연결돼 있는 하나의 카르텔처럼 보이는 측면이 있다"며 관련 의혹을 제기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4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스타항공 채용 비리와 관련해 야권 인사들이 연루돼 있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 야당 의원들의 항의를 받자 의사진행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10.04 photo@newspim.com |
그러나 지목된 당사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양기대 의원은 "취업 청탁을 한 적도 없고, 윤 의원이 취업 청탁 대상자로 지목한 사람을 전혀 알지도 못한다"며 "윤 의원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질 경우 분명히 책임을 지고 국회의원직도 사퇴해야 한다"고 받아쳤다.
국회 정무위 야당 간사인 김종민 의원도 "윤 의원이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국회 윤리위원회 제소까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날을 세웠다.
이날 국감장에는 박이삼 전 공공운수노조 이스타항공 조종사 지부장이 증인으로 출석해 윤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대해 "거의 내용이 일치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이원욱·양기대 두 의원이 인사 청탁을 했다는 얘기를 정확하게 들었느냐'라는 박재호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는 "회사에 그런 소문이 돌았고, 이런 파일(윤 의원이 공개한 자료)이 있다는 것을 지금 확인했다"고 답했다.
이스타항공은 이 전 의원이 지난 2007년 설립한 저비용항공사(LCC)로, 문재인 정부 시절 여권 인사들이 이스타항공에 조종사·승무원 등의 취업을 청탁해 채용 기준에 못 미치는 지원자들이 실제 채용으로 이어졌다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검찰이 최근 이 전 의원과 최종구 전 이스타항공 대표의 업무방해 혐의 사전구속영장 청구서에 2015년 말부터 2019년 초까지 100명 이상의 승무원이 부정 채용된 정황을 적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스타항공 채용 비리 의혹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검찰이 2014년부터 2015년 상반기까지도 이 전 의원 등이 정치인 등으로부터 청탁을 받아 부정 채용에 개입한 정황을 확보했으나 공소시효가 만료돼 구속영장 범죄사실에서 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윤 의원의 실명 공개로 정치적 논쟁이 격화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 "문재인 정부 시절 공정위가 이스타에 특혜 줬다"
윤 의원은 지난 7일 열린 국회 정무위의 공정위 국감에서는 지난 2020년 공정위가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를 승인하는 과정에 편법적 요소가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윤 의원실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7년~2022년 상반기) 기업결합 신청부터 승인까지 평균 처리 기간이 313일인데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건은 40일이 걸렸다.
제주항공은 지난 2020년 3월 2일 이스타항공 주식 51.17%를 취득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같은 달 13일 공정위에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당시 공정위는 이스타항공을 법에서 정한 회생불가 회사로 판단하고 경쟁 제한적 기업결합의 예외로 인정했다.
이에 따라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기업결합 심사를 완료했다.
당시 이스타항공의 재무상황을 보면 2019년 말 자본 총계가 -632억원으로 2013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자본잠식 상태였고, 2019년에는 일본의 수출 규제로 인한 불매 운동, 보잉737-MAX(맥스) 결함 사태에 따른 운항 중단 등의 영향으로 793억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
2020년 들어 코로나19의 여파로 이스타항공이 단기간 내에 영업을 정상화하기 어려울 것으로 공정위는 판단했다.
하지만 윤 의원은 김유상 당시 이스타항공 전무가 말을 바꿨다며 이스타항공의 고의 디폴트(default·채무불이행) 의혹을 제기했다.
윤 의원 측에 따르면 김유상 전 전무는 2020년 4월 공정위 전원회의에 출석해 회사의 완전 자본잠식 상태와 임직원 임금체불, 모회사 이스타홀딩스 등으로부터의 추가 출자의 어려움 등을 주장했다.
그러나 김 전 전무가 공정위 심사 이후 열린 직원 설명회에서 "사드, 맥스 운항중단, 일본 불매 운동으로 인해 (제주항공과) MOU 체결 당시 약간의 어려움은 있었으나 디폴트나 임금체불 상황은 아니었다"고 말한 점과 2020년 1월에 4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낸 점, 2020년 1~2월부터 미지급이 발생한 점 등을 볼 때 이스타항공이 고의로 디폴트 상태로 만들었다는 게 윤 의원 측 주장이다. 한 관계자는 "이스타항공이 마술을 부렸다"고도 했다.
윤 의원은 국감에서 "지난 5년간 예외규정 인정 승인은 딱 한 건, 이스타항공이었다"면서 "(이스타가) 예외 규정의 적용을 받기 위해 쇼를 했다는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공정위는 엄격하게 법 집행을 하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안다"면서 "이스타항공은 자본잠식에 이르렀고 정상적 영업이 불가한 상태여서 회생불가를 인정해 신속하게 심사한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 전 의원은 지난 2015년 540억원 상당의 이스타항공 주식 520만 주를 자녀들이 주주로 있는 이스타홀딩스에 저가 매도해 이스타항공에 430억여원의 재산상 손해를 끼치고 50억원이 넘는 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현재 이 사건 항소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골프장 관리·부동산임대업체인 성정에 인수된 뒤 채무 변제가 마무리되면서 지난 3월 회생절차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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