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태훈 기자 = 메쉬코리아가 결국 '경영권 매각'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돈줄이 계속해서 마르면 희망퇴직만으로는 회생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메쉬코리아는 배달 대행 서비스 '부릉'의 운영사다. 매출은 지난해 기준으로 3039억원을 기록해 배달 업계 1위를 차지했다.
양태훈 중기벤처부 차장 |
배달 대행 업계는 메쉬코리아 매각에 대해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메쉬코리아가 투자 유치를 통해 매출을 키우고 다시 투자를 받아 사업을 영위하는 건강하지 못한 행태를 반복해왔다는 것이다.
배달 대행 업계가 추산하는 월간 이용 건수를 보면 이는 사실로 다가온다. 메쉬코리아의 올해 월간 이용 건수는 약 700만 건으로, 1위 바로고(1800만 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투자 위축은 비단 배달 대행 업계의 문제만이 아니다. 고환율·고물가·고금리가 장기화되면서 스타트업 업계 전반으로 돈이 돌지 않는 '돈맥경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수산물 당일 배송 서비스 '오늘회'의 운영사 오늘식탁이 40억원 규모의 빚을 갚지 못해 인력감축에 들어갔고, 모바일 게임 '킹스레이드'의 개발사인 '베스파'는 대규모 손실과 투자 유치 실패로 회생 절차에 돌입했다.
문제는 앞으로의 상황이 더욱 비관적이라는 점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급격한 금리 인상을 지속 이어갈 것을 예고했고, 이에 따른 한국은행의 기준 금리 인상 역시 피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고금리가 이어지면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탈 업계 역시 은행 대출을 통한 자금 지원이 어려워진다. 앞으로 돈맥 경화 현상이 심해지면 더욱 심해지지 나아지지는 않을 것이란 이야기다.
실제로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최근 발표한 스타트업맵 리포트에 따르면 올해 7월 스타트업 투자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72.7% 줄어든 8368억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감소세는 올해 8월 역시 마찬가지로 8월 스타트업 투자금은 862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12%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달 경제부총리 주재 '비상경제장관 회의'에서 ▲ 민간역량 활용 및 부처협업을 통합 맞춤형 지원 ▲글로벌 연결망 구축 및 해외거점 확대 ▲ 해외 인재·자본의 국내 유입 환경 조성 ▲ 케이-스타트업 대표상표 확립·확산 제시 등을 케이-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을 위한 네 가지 전략으로 내놨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민간 벤처 투자 활성화를 위한 내년 모태펀드 출자액은 올해 9378억원 대비 2343억원이 감소한 7045억원에 그쳤다.
고환율·고물가·고금리 등 '3고'에 저성장까지 겹친 '퍼펙트 스톰(초대형 복합위기)'이 거세지면 스타트업의 데스밸리(창업 3~5년 사이 찾아오는 도산 위기) 도래 시점도 짧아질 수 있다. 국내 창업 기업의 5년차 평균 생존율이 29.2%에 달하는 것을 생각하면 정말 아찔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단순히 '옥석가리기'의 시기라든가, '각자도생'의 시대라고 먼발치에서 지켜보는 것이 바람직한 일일까. 한국 스타트업 업계는 이제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생존시대'에 들어섰는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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