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역 환승센터, 출근시간 조정에도 '북적'
버스기사 "1시간 걸릴 거리 2시간 걸려 도착"
강남역, 간밤 빠져나가지 못한 차들 뒤엉켜
9호선 운행 중단에 노량진역 버스 혼잡
"오늘 중 복구 미정…운행까지 정비 필요"
[서울=뉴스핌] 이정윤 박우진 기자 = 80년 만에 중부지방에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에 지하철 운행이 곳곳에서 중단되는 등 혼란이 벌어지면서 출근길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9일 오전 8시경 잠실역 환승센터에는 정부의 출근시간 조정 권고에도 불구하고 출근하는 시민들로 붐볐다.
경기도에서 잠실역으로 향하는 광역버스 기사는 "보통 한시간 정도면 도착하는 거린데 어제 저녁에서는 두시간 정도 걸렸다"며 "어제 비 때문에 연착 심해지면서 기다리는 손님들 많아서 최대한 태워가려고 노력했다. 손님들도 비를 쫄딱 맞아서 바닥에 물이 흥건했다"고 말했다.
삼성역으로 출근하는 직장인 김나연(28) 씨는 "어제 다행히 비가 한창 오던 때는 피해서 퇴근했는데 코엑스 천장 무너진걸 봐서 지금 솔직히 출근하기 무섭다"며 "사무실은 고층이라 괜찮다고 하는데 거기까지 가는 길이 어떨지 감이 안온다"고 토로했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기자 = 수도권 일대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린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강남역 인근에 침수된 차량들이 남겨져 있다. 2022.08.09 hwang@newspim.com |
잠실역 지하상가에 입점한 가게 상인은 바닥에 흥건한 물을 쓰레받기로 모아 치우고 있었다. 그는 "밤새 뉴스보다가 여기 지하도 잠길까봐 꼭두새벽부터 나와서 이것저것 정리하고 있다"며 "이번 주 내내 이렇게 온다는데 불안해서 장사가 되겠나"라고 푸념했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도 강남 폭우 피해상황이 실시간으로 올라왔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는 이날 오전 7시 반경에 "서초구에 사는데 와이프가 강아지 산책을 하러 나갔다가 강남역 진흥아파트 사거리를 찍어왔다"면서 어젯밤 폭우에 도로에서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자동차와 버스가 뒤엉킨 모습의 사진을 올렸다.
같은 시간 노량진역은 9호선 일부구간 운행이 중단돼, 강남 쪽으로 출퇴근 하려던 시민들이 역까지 왔다가 버스 승강장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이 때문에 버스 승강장에 시민들이 몰리고 있었다.
노량진역 인근에 거주하며 강남으로 출근하는 회사원 권모(27) 씨는 "9호선으로 출근해야 하는데 지하철 운행 안한다고 해서 버스를 타야 할 것 같다"며 "출근시간도 늦춘다는 통보를 받은 게 없다"며 서둘러 이동했다.
신도림역에서 9호선으로 환승하던 김모(26) 씨는 "봉은사역 인근으로 출근하는데 지금 9호선이 막혀서 어떻게 가야하나 걱정이다"라며 "택시를 타야하나 하고 알아봤는데 50분 걸린다고 해서 고민"이라고 했다.
그는 "사회초년생이라 모르겠는데 이렇게 지하철이 안 돼서 회사에 늦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되묻기도 했다.
9일 오전 노량진역에서 9호선 일부구간 운행이 중단되면서 강남 쪽으로 출근하려던 시민들이 버스로 몰리고 있다. (사진=박우진 기자) |
노량진역 직원은 "지각 사유서를 발급 받으러 오는 시민들이 몇몇 있었다"며 "신논현까지 어떻게 가는지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아서 버스로 가는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논현역 구간 복구에 대해선 "오늘 중으로 (복구)된다고 하는데, 아직 봐야 알 것 같다"며 "동작역이 침수됐다가 물은 빠졌다고 하는데 운행을 하려면 정비가 필요해서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기상청은 오는 10일까지 최대 300㎜ 이상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수도권과 철원, 원주 등 강원 영서 일부에는 호우경보, 강원 영서 나머지 지역과 충주, 서산, 천안 등 충청 북부에는 호우주의보가 내려진 상황이다.
이날 오전 8시 기준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곳곳에 비가 시간당 30~50㎜씩 세차게 쏟아지고 있다. 수도권의 경우 양평, 안성, 평택 등 경기 남부에 시간당 40㎜ 내외의 강한 비가 오고 있다.
다른 지역에도 비가 시간당 5~10㎜ 정도 내리고 있다. 강원의 경우 중·남부에 돌풍·천둥·번개를 동반한 비가 시간당 30~50㎜ 쏟아지고 있다. 충청의 경우 당진에 시간당 강수량이 10~40㎜ 내외인 세찬 비가 퍼붓고 있다.
jyo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