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양섭 기자 = 가상화폐 시장 급락을 두고 많은 얘기들이 오간다. '루나 사태'부터 시작해 주식 시장, 부동산 시장과의 연관성 등에 대한 얘기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빅테크 중심의 나스닥 시장은 가상화폐 시장과 상당히 유사한 패턴으로 움직여왔다. 급락한 시장을 두고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언제 사면 돈을 벌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을 찾고 싶어하고, '위기가 기회'였던 투자 역사 사례들을 끄집어 내기도 한다.
며칠전 가상화폐 비즈니스의 최정점에 있는 한 게임업체의 임원을 만났다. 비트코인이 2500만~2600만원, 이더리움이 130만~140만원을 오가던 때다.
김양섭 중기벤처부 부장 |
그는 "개발자들을 중심으로 '이더리움이 너무 싸다. 저평가 구간이다'라는 의견이 많다"면서 "이더리움에 베팅할 시점"이라고 했다. '50억원을 벌면 은퇴하는 것이 꿈'이라는 그는 '하이리스크 하이리턴(high risk high return)' 투자를 선호한다고 했다.
투자 결과가 좋아 언젠가 그가 실제로 은퇴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지만 '저평가'라는 개념을 적절하게 이해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가상화폐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밸류에이션(valuation, 가치평가)을 할 수 없는 자산'이라는 점이다.
현재 2600만원인 비트코인의 가격은 단지 수요와 공급에 따른 결과값일 뿐이다. 260만원까지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저펑가'가 아니고, 2억6000만원으로 오르더라도 '고평가'가 아니라는 얘기다.
이 본질을 모르고 있다면 투자 세계에서 돈을 잃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저평가'란 본질적인 가치보다 가격이 싸다는 의미이고 그 갭(gap, 차이)을 계산하기 위해선 본질적인 가치에 대한 측정이 합리적인 수단으로 가능해야 한다. 가상화폐엔 이게 없다. 단지 시점에 따른 가격의 비교, '사용처'나 '생태계 확산' 등을 근거로 가상화폐끼리의 상호 비교 등이 가능할 뿐이다.
가격과 가치의 갭이 커질수록 저평가 매력이 커지는데, 가치 측정이 불가능한 자산이라면 이 로직(logic)은 적용시킬 수 없다.
루나가 폭락을 시작했을 때 매일 90% 정도씩 하락했고, 이 현상이 열흘 이상 지속됐다. 오늘 가격은 어제보다 90%나 싼 가격이었지만 그것을 저평가라고 할 수 없다는 얘기다.
최근 증권맨들 사이에선 주식시장의 바닥이 어디인지에 대한 토론이 한창이다. '하이먼-민스키 모델(Hyman Minsky Model)'을 예로 들어 현재가 공포 구간인지, 투매 구간인지 등의 얘기들이다. 한 증권맨이 제시한 시각이 상당히 흥미로웠다. '초보자들이 이미 가상화폐 시장으로 많이 빠져서 주식시장이 투매 구간 없이 바닥을 잡을 것'이라는 견해였다.
지표 등으로 검증하긴 어렵지만, 코로나 이후 주식시장에 많은 주린이(주식+어린이, 주식 초보자)들이 신규 진입했고 가상화폐 시장에는 이 비중이 훨씬 더 높을것으로 추정된다. 태어나서 처음 투자를 한 20대들의 상당수가 가상화폐를 투자처로 인식해왔고, 이런 상황이 수년간 지속됐다.
초보자들이 많은 시장의 특징 중 하나는 쏠림 현상이 크다는 것이다. 이에 따른 변동성도 크다. 큰 손의 흐름에 부화뇌동하는 비중이 높고, '노이즈(noise)' 수준에 불과한 정보들에도 민감하게 반응해 포지션을 변경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비트코인이 과연 얼마나 더 떨어지면 '저평가'일까. 이에 대한 답은 누구도 할 수 없다. 그렇다고 가상화폐 시장이 어느날 갑자기 사라질 수도 있다는 얘기를 하자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도 사실 밸류에이션을 할 수 없는 자산이다. 산업군에서 사용처는 일부 있지만 금의 가격은 그 사용가치를 훨씬 뛰어넘어 별개로 움직여왔다. 오랜 기간 투자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 결정이 이뤄져왔던 자산이다.
비트코인의 역사는 약 10여년이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이지만 가상화폐가 현재 자산 시장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가상화폐 파생시장의 활성화로 하락 구간에서도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는 시스템도 정착돼 있다. 수익과 손실은 단지 포지션에 따른 결과일 뿐이다.
다시 한번 기억해두자. 비트코인 가격이 아무리 떨어진다 하더라고 그것이 '저평가'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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