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미국 이코노미스트들이 1년 안에 경기침체 발생 가능성을 대폭 높여 잡는 등 위기 불안감이 극도로 고조되는 모습이다.
특히 침체 가능성이 여전히 희박하다는 조 바이든 행정부와의 온도차가 커지면서 인플레이션 문제를 초기에 잡지 못한 연방준비제도(연준)와 같은 실수가 되풀이되지는 않을지 시장의 관심이 지속될 전망이다.
19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주 연준의 자이언트 스텝(금리 75bp 인상) 이후 53명의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실시한 서베이에서 응답자의 44%가 1년 내 침체가 올 것으로 예상했다고 전했다.
매체는 관련 서베이가 시작된 2005년 중반 이후로 44%의 예측치는 역대급이라면서, 2007년부터 3년 간의 침체가 시작된 시점인 2007년 12월 실시된 조사에서도 침체 가능성은 38%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 팬데믹 초기인 2020년 2월 조사에서도 동일 응답 비율은 26%에 그쳤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한 트레이더가 눈을 질끈 감고 있다.[사진=로이터 뉴스핌] |
응답자들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와 대출금리 상승 추세, 글로벌 공급망 차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에 따른 원자재 가격쇼크 등 이례적으로 복합적인 상황을 배경으로 지목했다.
다이와캐피탈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이클 모란은 "연준이 긴축 페달을 세게 밟고 있어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침체를 피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경제학자들의 이러한 진단은 침체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바이든 행정부 판단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이날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A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가 몇 달 안에 둔화될 수는 있으나 침체는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보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 역시 지난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경기침체가 불가피하다고는 생각지 않으며, 인플레이션 극복에 있어 미국은 그 어느 다른 국가에 비해 강력한 포지션이라면서 옐런 장관과 같은 의견을 보였다.
인플레이션 문제를 뒤늦게 직시한 연준 때문에 지금의 위기가 발생했다는 월가의 비판이 거센 상황에서 침체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오판이 또 다른 위기를 불러올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한편 이번 서베이에서 응답자들의 물가 전망치는 지난 4월 조사에서보다 높아졌다.
이들이 예상한 연말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연간 상승률 전망치는 평균 6.97%로 4월 조사 결과인 5.52%를 크게 넘어섰고, 내년 연간 물가상승률 전망치도 4월 2.86%에서 6월 3.26%로 높아졌다.
지난 4월 조사에서 2.014%로 집계됐던 연준의 올해 말 기준금리 예상치 역시 이번 조사에서는 3.315%로 크게 높아졌다.
반면 올해 미국의 연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1.28%로 4월 조사 결과(2.57%)의 절반에 불과했고, 연말 기준 실업률은 3.7%로 지난 5월(3.6%)보다 소폭 올라갈 것으로 전망됐다. 내년 말 실업률 전망치는 4.19%로 집계됐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