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치형 등 가상화폐 허위충전 증명 안돼"…1심 무죄
검찰 "가짜계정으로 이익" vs 두나무 "회원 피해 없어"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가상화폐거래소 업비트(UPbit) 허위거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송치형 두나무 회장의 항소심에서 '아이디(ID) 8'을 통한 거래가 쟁점이 되고 있다. 송 회장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에서는 판단이 뒤집힐 수도 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3부(심담 이승련 엄상필 부장판사)는 지난달 25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송 회장의 항소심 공판에서 프로그램 개발을 담당했던 팀장 김모 씨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강남구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라운지 전광판에 암호화폐 가격이 표시되고 있다. 2021.06.28 pangbin@newspim.com |
김씨는 ID 8 계정을 이용한 거래에 대해 "거래량이 많아보이게 하려는 의도로 한 것은 아니고 유동성 공급을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두나무가 암호화폐 초과보유수량을 갖고 있는지 확인되는 경우만 그 범위 내에서 주문이 나가도록 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반면 검찰은 ID 8 계정에 실제 원화나 암호화폐가 입고되지 않았다며 거래 자체가 허위임을 재차 지적했다.
재판부는 오는 7월 6일과 8월 24일 차례로 공판을 열고 변호인과 검찰 측에 각각 프리젠테이션(PT)을 통한 변론 기회를 주기로 했다.
송 회장 등은 업비트 거래소 개장 초기인 2017년 9월 24일 부터 같은 해 12월 30일까지 기존 대형 거래소들과 경쟁하기 위해 자동적으로 거래주문을 생성, 제출하는 일명 '봇(Bot)' 프로그램과 ID 8 계정을 만들고 실물 입고 없이 허위 충전한 자산으로 매도 주문을 제출한 것으로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ID 8 계정에 1221억여원 상당의 가상화페 또는 원화 입금이 있었던 것처럼 허위정보를 입력해 회원들의 활발한 거래를 유도하는 소위 '사기적 거래'를 실행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앞서 1심에서도 두나무가 ID 8 계정에 허위로 자산을 충전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으나 1심 재판부는 심리 결과 공소사실이 증명되지 않았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비트코인 이미지 [사진=로이터 뉴스핌] |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ID 8 계정에 입력한 비트코인을 비롯해 위 계정에 입력된 32종의 가상화폐, 원화 포인트는 실제로 두나무의 가상화폐와 원화 보유량을 초과한 것으로 허위의 내용을 입력한 것은 아닌지, 실제 보유하지 않은 원화나 가상화폐를 허위로 충전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면서도 "입력된 정보가 '충전된 자산보유량의 잔고 부분'이 아니라 피고인들의 주장과 같이 한도로 설정된 값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했다.
송 회장 등은 재판에서 줄곧 "ID 8 계정은 자동주문프로그램에 따라 주문이 제출된 것이고 두나무 전자지갑에 보관된 가상화폐의 수량과 범위 내에서 매도 주문이 제출되도록 설계됐다"고 주장해왔다.
1심 재판부도 "두나무가 실제로 회원들에게 반환해야 할 비트코인보다 적게 보유한 적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이 설계한 조건에 따라 주문을 제출한 데 따른 결과라고 봤다. 또 ID 8 계정이 주문을 제출하기 위한 기술적 장치로 기능했을 개연성이 크다며 송 회장 등의 주장을 어느 정도 받아들였다.
두 번째 쟁점은 두나무가 보유하지 않은 가상화폐를 매도하거나 보유하지 않은 원화로 가상화폐를 매수했는지 여부다.
1심 재판부는 "두나무가 직원들을 통해 ID 8 계정에 비트코인, 이더리움, 이더리움클래식을 충전했으나 다른 가상화폐를 실제로 충전한 사실은 없다"며 "피고인들이 사실 가상화폐를 보유하지 않고 업비트 회원들과 거래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두나무가 해당 가상화폐를 전혀 혹은 일부라도 보유하지 않은 채 매도했다거나 보유하지 않은 원화로 가상화폐를 매수했다고 보기는 부족하다"며 "검찰이 제출한 증거는 가능성을 추측하게 하는 간접적인 정황증거"라고 했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