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배·박기태 검사 잇따라 사의
개인적인 사유 vs 편중 인사 탓
한동훈 "특정 분야 독식 인사 없을 것"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검찰 정기 인사를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 일가를 수사했던 검사들이 사의를 표명하자 '줄사표' 조짐이 보이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취임 직후 고위직 인사에서 윤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특수통 검사들이 요직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 2022.05.03 pangbin@newspim.com |
정기 인사 또한 '윤석열 사단'이 주축이 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비윤(非尹)' 검사들의 사표 행렬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최근 내놓은 검찰 조직개편안과 관련해 대검찰청과 일선 청의 의견 수렴을 마쳤다.
개편안에는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개정과 검찰 직제를 개편하는 내용이 담겼다. 6~7월 중 정기 인사를 단행하고 개편안에 따라 새롭게 바뀐 조직에 검사들을 배치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이 가운데 지난 10일 윤 대통령 장모 최은순 씨의 '요양급여 부정수급 의혹' 사건을 수사했던 박순배(사법연수원 33기) 광주지검 형사2부 부장검사가 사의를 표명했다.
박 부장검사는 지난 2020년 11월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장으로 근무할 당시 최씨를 의료법 위반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최씨는 지난해 7월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으나 올 1월 항소심에서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검찰의 상고로 최씨는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연루 의혹 등을 수사했던 박기태(사법연수원 35기) 청주지검 형사3부장도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지난해 7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2부 부부장으로 있을 때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과 코바나콘텐츠 협찬 의혹 등 김 여사와 관련된 사건들을 수사해왔다.
앞서 6·1 지방선거가 끝난 이후 서울중앙지검의 최창민(사법연수원 32기) 공공수사1부장과 김경근(사법연수원 33기) 공공수사2부장, 진현일(사법연수원 32기) 형사10부장도 사의를 표명한 바 있다. 라임자산운용 펀드 사기 사건을 맡았던 김락현(사법연수원 33기) 금융조사2부장도 검찰을 떠났다.
이들은 모두 개인적인 사유로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검찰 안팎에서는 최근 편중 인사 분위기를 고려할 때 정기 인사를 앞두고 예견된 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 일가를 수사하거나 윤 대통령과 별다른 인연이 없는 검사들은 요직을 차지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이미 한 장관 취임 직후 단행한 검찰 고위급 인사에서 윤석열 사단의 특수통 인사들이 요직을 차지해 편중 인사 논란이 일었다.
이에 한 장관은 지난 10일 청주교도소 현장 방문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제가 늘 얘기했다시피 실력과 공정에 대한 의지를 기준으로 인사할 것"이라며 "특정 전문 분야가 다른 전문 영역까지 독식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최근 사의를 표명한 검사들은 개인적인 사유로 조직을 떠났을 뿐 편중 인사 논란과는 무관하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면서도 편중 인사 우려로 거취를 고민하는 분위기가 공존하고 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그동안 선거 직전에 대통령과 대통령 일가에 대해 직접적으로 수사를 한 경우는 드물었다"며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로 심리적 부담을 느낀 당사자들이 자발적으로 사의를 표명했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편중인사 분위기 탓에 친윤이나 특수통으로 분류되지 않는 검사들은 향후 5년간 장래가 불투명하다고 판단해 자발적으로 사표를 낼 수 있다"면서도 "과거 인사철에 평검사를 포함해 20여명 가까이 사표를 냈던 사례를 본다면 아직 줄사표를 단정 짓기는 어렵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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