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고공행진 중인 물가와 더불어 치솟는 금리로 올해 대부분의 상장지수펀드(ETF)들이 울상을 짓는 가운데, 달러 관련 ETF 들이 두드러진 상승세를 연출해 눈길을 끈다.
금리 인상에 채권 ETF와 고성장 관련 ETF 등 인기 ETF들은 형편 없는 성적을 거두고 있다.
투자전문매체 시킹알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채권 ETF의 98%가 하락 중이며, 그 중에서도 아이셰어즈에서 운용하는 미국 채권을 추종하는 AGG(iShares Core U.S. Aggregate Bond ETF)는 1분기 중 5.8%가 빠져 역대 최악의 손실을 기록했다.
금리 인상이 기술 기업의 실적 전망을 위협하면서 캐시우드가 이끄는 ARKK(ARKK Innovation ETF)는 같은 기간 29.9%의 손실을 기록했다.
반면 달러 관련 ETF는 고공행진 중이다.
운용 금액 10억달러 규모의 UUP(Invesco DB U.S. Dollar Index Bullish Fund)는 올 들어 5% 올랐고, 운용 금액 4억4000만달러 규모의 USDU(WisdomTree Bloomberg U.S. Dollar Bullish Fund)는 3.5% 상승했다.
금리 상승은 다른 통화 대비 달러의 상대적 매력을 키우고, 달러 자산으로의 자본 유입을 부추긴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금리와 달러의 상관 관계가 항상 유효하다고 볼 수 없지만 단기적으로는 금리 향방은 달러에 중요한 변수가 된다.
미 달러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
◆ 2년래 최고 찍은 달러지수
UUP가 추종하는 주요 6개 통화(유로, 엔, 파운드, 캐나다달러, 크로나, 프랑)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 인덱스는 최근 2년 만에 처음으로 100을 넘어섰다. 달러지수는 2015년 이후 88에서 103 사이에 머물고 있다.
USDU가 추종하는 미 달러화 대비 10대 주요 글로벌 통화 바스켓 퍼포먼스를 추적하는 블룸버그 달러지수도 2020년 최고치에서는 아직 거리가 있지만 올해 들어 달러지수와 비슷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
UUP의 경우 유로/달러 환율에도 상당한 익스포저를 갖고 있는데, 올 들어 유로화가 달러화 대비 급락세를 연출하면서 UUP를 밀어 올렸다. 동시에 UUP는 위안화나 루피와 같은 특정 신흥국에 대한 익스포저는 없어 올해 상승 흐름이 이어질 수 있었다는 평가다.
한편 투자자들은 달러가 최근 저항선을 뚫고 신고점을 찍을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달러 강세론자들은 인플레이션이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해 연방준비제도가 예상보다 더 강하게 긴축 페달을 밟아야 할 것이란 주장을 펼치고 있다. 안전 자산 선호 심리를 부추길 블랙스완 이벤트가 펼쳐져도 달러가 지지를 받을 수 있다.
반면 물가 상승세가 빠르게 식어 연준이 우려만큼 강하게 긴축에 나설 필요가 없어진다면 달러 랠리는 멈출 전망이다.
다음 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연준 관계자들은 최근 잇따라 매파적인 코멘트를 내놓고 있어 달러도 상승 지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시장은 5월 회의서 50bp(1bp=0.01%p)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표적 매파인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가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해 3.5% 내외까지 올리려면 신속히 움직여야 하고, 한 번에 75bp 인상도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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