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일본 엔화 약세에 대한 당국의 구두 개입에도 불구하고 엔화가 50년 만에 최장기 약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달러 대비 엔화 약세가 이어지며 몇 달 안에 달러·엔 환율이 130엔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미 달러화 대비 엔화 가치가 지난 4월 1일부터 이날(19일)까지 13거래일 연속 하락했다며, 통신이 관련 수치를 집계한 1971년 이후 최장기간이라고 전했다. 1971년은 미국이 금본위제를 폐지한 해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기자 =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에너지 가격 상승 등의 이유로 일본 엔화의 가치가 연일 하락하며 100엔 당 원화 가격이 3년 3개월 만에 1천원선 아래로 내려간 2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관계자가 엔화를 검수하고 있다. 2022.03.29 hwang@newspim.com |
19일 오후 8시 42분 현재 엔화 환율은 1달러당 128.23엔으로 전날에 비해 0.99% 상승했다(엔화 가치 하락). 이달 들어 엔화 가치는 5% 떨어졌다. 한 달 동안 5.8% 내렸던 지난 2016년 3월 이후 월간 최대 낙폭을 기록 중이다.
엔화 약세가 이처럼 장기간 이어지는 건 미국과 일본의 엇갈린 통화정책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3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고 향후 0.5%포인트 인상 가능성도 열어두었다. 이런 가운데 18일(현지시간) 제임스 블라드 세인트루이스 연은총재는 한 번에 기준금리를 0.75% 올리는 방안도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등 연준의 긴축 기대감은 한층 높아진 상황이다.
반면 일본은행은 지난달 금융정책결정회의를 통해 단기금리를 -0.1%,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 수익률을 0% 정도로 유도하는 기존의 대규모 금융 완화를 이어가고 있다.
일본 재무성과 일은 총재가 일제히 구두 개입에 나섰지만 엔화 약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날 스즈키 슌이치 재무상은 "외환시장 동향에 대해 긴장감을 갖고 주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은 총재도 전날 최근의 엔화 약세에 대해 "상당히 급속한 환율 변동"이라며 "매우 큰 엔 약세나 급속한 엔 약세의 경우 (경제에) 마이너스가 커진다"고 밝혔다.
하지만 다이와자산관리의 가메오카 유지 최고외환전략가는 "일본의 통화·외환 정책에 변화가 없는 한 구두 개입은 물론 실제 시장 개입도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통신은 트레이더들 사이 향후 수개월 달러·엔 환율이 몇달 안에 130엔에 도달할 것이란 컨센서스가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노린추킨연구소의 미나미 타케시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은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이지만, 이를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재무부가 실제로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시장은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그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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