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신고 전화 대여성범죄로 접수돼"
"누워있던 당사자가 가해자 혹은 피해자로 생각해"
한 씨측 "경찰, 피해자 상태 확인할 시간 있었다"
[서울=뉴스핌] 강주희 기자 = 지난해 12월 서울 서대문구 스포츠센터에서 발생한 막대 살인 사건 현장에 출동한 경찰들이 피해자인 남성 직원을 피해자로 인지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안동범 부장판사)는 7일 오후 살인 혐의를 받는 스포츠센터 대표 한모(41) 씨에 대한 2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는 한 씨의 허위 신고를 받고 최초 출동한 서울 마포경찰서 소속 경찰관 A씨와 B씨가 증인으로 나왔다.
한씨 측은 현장에 출동한 A씨가 피해자의 상태를 확인할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한씨 측은 "CCTV 영상을 보면 피해자의 가슴에 손을 얹고 심장이 뛰는지 확인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를 깨우려면 때렸지 그냥 심장이 뛰는지 확인하려는 것이 아니냐"고 했다.
이에 A씨는 "피해자가 만취 상태였던 것으로 판단해 깨워서 진술을 들으려고 했다"고 답했다. 당시 하의를 벗은 채 누워있는 피해자의 상황에 대해선 "대여성범죄로 신고가 접수됐기 때문에 가해자일 수도 있고 피해자일 수도 있어서 상황 판단이 안됐다"고 했다.
A씨에 이어 증언대에 선 B씨도 현장에 누워있던 직원이 피해자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B씨는 "출동할 당시 여성이 피해자인 폭력사건으로 파악했다"면서 "신고자인 피고인이 피해자라고 생각했고 누워있던 피해자가 오히려 가해자가 아닐까 생각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을 완벽한 피해자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신고가 접수됐는데 오히려 결과가 그 반대였다"며 "누워있던 피해자가 피해자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직원을 막대로 찔러 엽기적인 방법으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 어린이 스포츠센터 A(41) 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A대표는 지난해 12월31일 서울 서대문구 내 한 어린이 스포츠센터에서 남성 직원 B씨(27)를 폭행 후 항문에 약 70cm 길이의 교육용 플라스틱 막대를 찔러 장기파열로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2022.01.07 mironj19@newspim.com |
경찰관들은 또 당시 한씨가 피해자에 대해 진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A씨는 "한씨에게 위치가 어디인지 알려줘야 출동할 수 있다고 하자 '경찰관이 왜 묻는 것이냐. XX, 니들이 알아서 찾아와라'고 했다"고 말했다.
B씨 역시 "당시 현장에 도착해서 누워있는 피해자와 어떤 관계냐고 물었더니 한씨는 지인이라고 했다가 직원이라고 했다가 진술이 오락가락 했다"고 설명했다.
한씨는 지난해 12월 31일 자신이 운영하던 스포츠센터에서 함께 술을 마시던 직원을 수차례 폭행하고 길이 70cm의 막대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한씨는 범행 당시 "어떤 남자가 누나를 때린다"고 경찰에 신고를 했다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말을 바꿨다.
한씨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들은 센터 바닥에 피해자가 하의를 벗은 채 누워있는 것을 보고 가슴에 손을 얹어 맥박과 체온 등을 확인한 뒤 옷으로 덮어주고 자리를 떠났다.
한씨는 같은날 오전 9시 "직원이 의식이 없다"고 경찰에 신고했고 현장에서 긴급체포됐다. 한씨는 지난 10일 열린 첫 공판에서 범행을 인정하면서도 피해자가 숨진 건 경찰의 조치가 미흡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한씨 측은 이날 재판에서 당시 사건을 접수받은 112신고요원과 서대문경찰서 소속 경찰관 등을 추가 증인으로 신청했으나 재판부는 "112지령이 잘못된 것은 맞지만 이 사건의 본질이 아니다"라며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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