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cm 길이 플라스틱 막대로 직원 찔러 살해
취재진 질문에 묵묵부답, 손으로 얼굴 가려
경찰, 피의자 말만 믿고 현장에서 철수해
[서울=뉴스핌] 강주희 기자 = 직원을 엽기적인 방법으로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은 스포츠센터 대표가 검찰에 송치됐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7일 살인 혐의를 받는 A(41) 씨를 서울서부지검에 송치했다. A 씨는 자신과 함께 일하던 직원 B씨를 폭행하고, 70cm 길이의 플라스틱 막대를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A 씨는 이날 오전 7시 44분쯤 검은색 패딩에 트레이닝 바지 차림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취재진이 '살인 동기가 뭔가', '막대로 살해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나', '왜 허위신고를 했나'고 물었지만 그는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대답하지 않았다.
'피해 유가족에게 할 말이 있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A씨는 "정말 죄송하다"고 말하고 곧바로 호송차량에 몸을 실었다.
A 씨가 호송차를 타고 떠나자 피해자 B 씨의 유족은 "술을 무슨 술이냐, 사이코패스야"라고 고함을 질렀다. 경찰을 향해선 "살릴 수 있던 사람을 못 살리고 이게 뭐냐, 자기 아들 같으면 거기서 하의를 벗고 누워있는데 그냥 갈 거냐"고 울분을 터트렸다. 이날 현장을 찾은 유족은 B 씨가 사촌동생의 아들이라고 밝혔다.
◆ 경찰, 피의자 허위신고 못 알아채고 철수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지난달 31일 오전 2시 10분 "어떤 남자가 누나를 때리고 있다"고 신고했다. 가정폭력이나 데이트폭력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출동한 경찰은 스포츠센터 내부를 수색했지만 피해 여성을 찾지 못했다. 경찰이 피해 여성이 어디 있는지를 묻자 만취 상태였던 A 씨는 "내가 언제 그렇게 신고를 했느냐, 어떤 남자가 들어와서 싸웠는데 도망갔다"고 말을 바꿨다.
당시 피해자인 B 씨가 하의를 탈의한 채 누워있었지만 A 씨는 "직원인데 술에 취해 잠들어 있으니 건들지 말라"고 말했다.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여달라는 경찰의 요구에는 "보여주기 싫다. 직접 경찰서에 가서 고소하겠다"고 거절했다. 이에 경찰은 B 씨의 하체를 패딩으로 덮어준 뒤 가슴에 손을 얹어보는 등 반응만 확인하고 현장에서 철수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직원을 막대로 찔러 엽기적인 방법으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 어린이 스포츠센터 A(41) 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A대표는 지난해 12월31일 서울 서대문구 내 한 어린이 스포츠센터에서 남성 직원 B씨(27)를 폭행 후 항문에 약 70cm 길이의 교육용 플라스틱 막대를 찔러 장기파열로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2022.01.07 mironj19@newspim.com |
그로부터 7시간 뒤인 오전 9시 5분, A 씨는 "자고 일어나니 직원이 의식이 없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센터로 출동한 경찰은 "B 씨가 음주운전을 하려고 해 이를 말리다가 폭행했다"는 A 씨의 진술을 토대로 폭행치사 혐의를 긴급 체포했다.
그러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B 씨가 플라스틱 막대에 장기를 찔러 숨졌다는 1차 부검 소견을 내놓자 경찰은 A 씨의 혐의를 살인으로 바꿨고, 지난 2일 구속했다. 경찰이 확보한 CCTV 영상에는 A 씨의 폭행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A 씨는 신고 중에도 B 씨를 폭행했고. 경찰이 현장에 도착하기 직전에서야 폭행을 멈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조사에서 A 씨는 당시 상황이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 씨의 휴대전화와 차량 블랙박스 등을 분석해 범행 동기를 조사 중이나 여전히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마약 간이검사에서는 양성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
◆ 유가족 울분 "술 취한 사람 말 믿고 가나"
경찰의 초기대응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최관호 서울경찰청장은 지난 3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현장 경찰들이) 신고 내용, 현장 상황, 피의자 진술을 토대로 살인범죄를 인지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국민적 관점에서 미비점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라고 해명했다.
B 씨의 유가족은 경찰의 대응을 강하게 비판했다. 유가족은 지난 4일 서대문경찰서에서 참고인 조사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경찰이) 조금이라도 더 자세하게 봤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술 취한 사람이 횡설수설하면서 신고했다는데 이 사람 말을 믿고 간 것도 이해가 안된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유족은 "장례식장에 가서 (시신을) 확인할 때 얼굴에 빈틈없이 멍이 있었고 검안을 하셨던 분이 엉덩이가 다 터져 있었다고 했다"며 "양 팔에는 방어흔으로 보여지는 것이 있다고 하는데 조금이라도 자세히 살펴보거나 구급차라도 불러야 했다"고 경찰의 대응을 비판했다.
한편 경찰은 당시 사건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 6명을 면담하는 등 초동대응이 적절했는지 확인 중이다. 서울경찰청 감찰조사계는 전날 마포경찰서, 서대문경찰서 소속 경찰관 6명에 대한 대면 조사를 실시했다. 서울청은 현장 대응이 미흡했다고 판단되면 정식 감찰에 들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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