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와 차세대통신학과 신설…통신·반도체서 7개 대학과 협력
6G 주도권 확보 나서…IoE 시대, 삼성의 핵심 인프라 될 것
[서울=뉴스핌] 정경환 기자 = "TV, 냉장고 등 가전부터 휴대폰, 자동차까지 모두가 연결되는 세상이다. 완제품으로든 부품으로든 그런 사업들에 관여하고 있는 삼성으로선 통신은 놓칠 수 없는 주제다."
삼성의 6G(6세대 이동통신) 드라이브를 두고 한 업계 관계자가 한 말이다.
삼성이 차세대 이동통신 사업에 팔을 걷어부쳤다. 산학 연계로 로열티 있는 인재를 확보, 치열한 생존경쟁 속에서 시장 선점에 유리한 고지를 밟아나가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고려대학교와 채용조건형으로 차세대통신학과를 신설했다. 6G 시대를 선도할 통신 인재 육성 나선 것.
고려대는 2023년부터 매년 30명의 신입생을 차세대통신학과로 선발할 예정이다. 학생들은 통신 분야의 이론과 실습이 연계된 실무 맞춤형 교육을 통해 창의적인 통신 인재로 성장하게 된다.
입학한 학생들에게는 졸업 후 삼성전자 입사가 보장되며, 재학 기간 동안 등록금 전액과 학비보조금이 산학장학금으로 지원된다. 또한 삼성전자 인턴십 프로그램 참가, 해외 저명 학회 참관 등 다양한 체험 기회도 제공된다.
이번 차세대 통신학과 신설은 급격하게 성장하는 통신 시장을 선도할 전문 인력을 선제적으로 육성하고, 국가 차원의 기술 인력 확대에도 기여하기 위한 것이다.
전경훈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장(사장)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이 융합되는 통신 시장의 변화에 발맞춰 통신 분야에 특화된 융복합 인재 양성을 위해 고려대와 차세대 통신학과를 설립하기로 했다"며 "차세대 통신을 위한 새로운 가치 창출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사진=셔터스톡] |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7월, 6G 관련 백서를 공개하면서 '새로운 차원의 초연결 경험'(The Next Hyper-Connected Experience)을 제공한다는 6G 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 세계 최초 5G 상용화에 이어 6G 시대도 주도해 나가겠다는 선언이다. 이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통신도 백신만큼 중요한 인프라다. 선제적으로 투자를 해놔야 아쉬울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기에 내부적으로 6G도 대비하고 있다"며 다시 한번 '차세대 통신' 경쟁력 강화를 언급했다.
6G는 테라bps급 전송 속도, 마이크로sec급 초저지연, 100GHz 이상의 주파수 사용을 가능하게 하는 초연결, 바다 및 하늘까지 커버리지의 확장, 홀로그램의 구현, 혁신적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출현을 목표로 한다. 결론적으로 5G가 고도화되는 구조로, 5G에서 구상하는 사물인터넷(IoT)이 6G에선 만물인터넷(IoE, Internet of Everything)으로 발전하는 형태가 될 전망이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6G가 구현되면 차량, 로봇, 드론, 가전제품 등 다양한 기기와 사물들이 통신 네트워크에 연결돼 현재의 디바이스들이 제공하지 못 한 폭넓은 경험을 체감하게 될 것"이라며 "한마디로 IoE 시대로의 진입이 가능해져 5G보다 한 차원 높은 IoT 시대가 펼쳐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그렇기에 가전을 비롯해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전장 등의 사업을 하고 있는 삼성전자로선 통신을 빼놓고선 앞으로의 사업 전개를 얘기하기 어렵게 됐다.
이에 삼성전자는 여러 학과가 공동으로 전공과정을 개설해 융합 교육을 실시하는 제도인 연합전공을 통해서도 통신 분야 인재를 적극 육성 중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7월 포항공과대학교와, 9월에는 서울대학교와 차세대 통신 인재 양성을 위한 협약을 각각 체결했다. 연합전공을 선택한 학생들은 본인 전공 외에 일정 학점 이상 연합전공 과목을 이수하면서 장학금 등의 혜택을 지원받고, 졸업 후 삼성전자에 입사하게 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경력직 등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로열티가 떨어지니 떡잎부터 키워 로열티를 높이겠다는 것"이라고 봤다.
삼성전자는 현재 통신과 반도체 분야에서 국내 7개 대학과 협력해 총 9개의 계약학과·연합전공을 지원하고 있다.
작년 9월 개설된 포항공대 '차세대 통신 및 네트워크' 융합부전공은 전기전자공학과·컴퓨터공학과가 공동 운영하며, 올해 3월 개설 예정인 서울대 '지능형 통신' 연합전공은 전기·정보공학부 주관으로 컴퓨터공학부·산업공학과 등 6개 학부(과)가 참여한다.
회사 관계자는 "세계 최초 5G 상용화 등을 통해 그동안 쌓아온 기술력을 근간으로 6G 기술 연구를 본격화하고 있으며, 6G 글로벌 표준화와 기술 주도권 확보를 이끌어나갈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2012년부터 5G 국제 표준화 작업에 본격적으로 참여해 기술 제안과 표준화 완성에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5G 상용화에 기여했다. 2019년에는 삼성리서치에 차세대통신연구센터를 설립해 5G 경쟁력 강화와 6G 선행 기술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차세대통신연구센터를 중심으로 국내외 대학·연구기관들과 협력해 기술개발 생태계를 강화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의 인수합병(M&A) 움직임도 주목된다. 삼성전자 TV·스마트폰 사업을 총괄하는 한종희 부회장은 지난 5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조만간 좋은 소식을 들려드릴 수 있을 것 같다"며 대형 M&A 발표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뉴삼성'이 M&A에서도 속도를 내고 있다"면서 "인공지능(AI), 로봇, 6G 등 차세대 이통통신, 바이오, 차량용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등 기존사업, 신사업 가리지 않고 모든 분야가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