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택자 공시가 동결·공제확대·상한선 완화 등 검토
보유세 완화에도 시장 안정화와 상관성 크지 않아
양도세 중과 유예는 대선 이후로...관망세 불가피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정부가 1주택자를 대상으로 공시가격 동결과 공제확대 등 보유세 부담을 줄이겠다는 방침이지만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공시가격을 동결하고 공제 범위를 확대하면 1주택자는 혜택을 볼 수 있다. '공시가격 현실화율 로드맵' 등으로 가파르게 오르던 보유세 부담은 일정부분 완화될 여지가 있다. 다만 매물증가 효과와는 상관관계가 거의 없어 주택시장 안정화에는 기여하지 못할 공산이 크다. 더욱이 정부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던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에 재차 반대하고 나서 이를 둘러싼 시장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 1주택자 보유세 완화 검토...주택시장 안정화 영향은 제한적
23일 정치권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1주택자 세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2021.12.22 yooksa@newspim.com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5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1주택 서민·중산층의 세부담을 일정부분 완화해주는 보완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일단 당정은 내년 1가구 1주택자의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올해 공시가 기준으로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사실상 보유세를 동결하는 것이다. 세부담에 대한 서민들의 반발이 거센 데다 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정책의 필요성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날 정부는 2022년 전국 표준지 공시지가를 공개했다. 지난해보다 10.16% 상승했다는 점에서 단순 계산할 때 1주택자는 10% 정도의 세금 증가분을 덜게 된다. 공시지가 상승이 공동주택 공시가격과 비슷하게 연동된다는 점에서 단독주택뿐 아니라 공동주택에도 비슷한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공제범위도 확대할 계획이다. 60세 이상 고령층 1주택자의 종부세 납부 유예와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 세부담 상한선 150% 미만 조정 등이 검토안이다. 이 경우에도 1주택자의 세금부담은 줄어들게 된다.
다만 1주택자를 대상으로 한 세부담 완화가 시장 안정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현재 주택시장에서 문제로 불거진 공급난과 '매물잠김'을 해소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세부담 완화방안이 대부분 1년 한시적으로 적용될 예정이어서 1년 후 '세금폭탄' 논란이 다시 사회적 문제로 불거질 우려가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공시가 동결 등이 확정되면 1주택자의 보유세 불만이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그럼에도 거래와 가격변화는 제한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여 시장에 미치는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양도세 중과유예 없다" 못박은 정부...엇박자 정책에 관망세만 확산
정부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례에 대해서는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시장 안정과 정책 일관성, 형평성 문제 등을 감안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방안에 대한 세제 변경을 계획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와 여당이 거세게 밀어붙이던 유예방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확실히 밝힌 것이다.
김부겸 국무총리도 전날 "다주택자의 양도세를 낮추면 정부 정책에 신뢰가 떨어져서 동의하기 어렵다"며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
이재명 후보의 부동산 정책과 정부의 입장이 충돌하면서 주택시장의 관망세가 짙어졌다. 대선 결과에 따라 부동산 정책의 변동성이 크다 보니 주택시장에서 매수·매도 여부를 쉽게 결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보유세 부담에 매물을 처분하려던 집주인도 상황을 지켜보자는 심리가 늘었다.
현재도 다주택자의 매물잠김이 극심한 상태다. 지난해 7·10 대책으로 시행된 중과 제도로 양도세 부담이 조정대상지역 내에서 주택을 팔 경우 양도차익에 따라 6~45%의 기본세율에 2주택자는 20%P(포인트), 3주택자는 30%P의 별도 세율을 중과하고 있다. 최고 세율이 75%다. 여기데 부가세(농어촌특별세·지방교육세)를 합한 실제 세율이 최고 82.5%에 달한다. 미거주와 단기보유 등으로 세부 공제를 받지 못하면 시세차익이 5억원 발생해도 양도세가 4억1250만원이다. 중과만 유예되면 1억6500만원이 낮출 수 있다.
최근 집값이 변곡점에 놓였다는 점도 관망세를 부채질하고 있다. 대기 매수자는 집값이 하락할 것이란 분위기에 매수 타이밍을 늦추고 있다. 사실 금융당국의 대출규제와 금리인상, 보유세 강화 등으로 현금이 충분치 않은 수요자들은 주택 매수에 부담이 있다.
이번 양도세 중과 유예뿐 아니라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등 부동산 세금제도에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거래 한파를 피하기 어려운 환경에 놓였다.
◆ 급매물 출회 제한적...집값 추가 하락도 미지수
다주택자의 매물이 출회되지 않으면 집값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지난 10월 이후 집값 상승폭이 둔화되고 지역에 따라 마이너스 지역이 발생하고 있다. 그럼에도 시장에 물량이 많지 않아 하락세가 크지 않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부동산 세금을 두고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간 대치 양상을 보여 주택시장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황준선 인턴기자> |
수도권에서 기존 거래보다 2억~3억원 낮은 금액에 실거래되는 경우가 있지만 대체로 특수거래다. 먼저 팔겠다는 급매물이 늘어야 정상적인 거래에서도 하락 조정이 일어나지만 매수, 매도자 모두 관망하는 상황에서는 집값 조정도 제한적이다.
이런 이유로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도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시장에 매수자보다 매도자가 많아야 집값 하락을 유인할 수 있다. 현재는 극심한 거래 부진에도 매도 물량이 많지 않아 전국적 하락보단 지역별 차별화 양상이 더 강하다.
광명시 일직동 주변 A공인중개소 대표는 "매수세 감소로 물량 시세가 3000만~5000만원 하락한 것은 맞지만 2억~3억원 싸게 거래되는 경우는 증여 및 친척 등 특수거래로 보면 된다"며 "매수세만큼 팔겠다는 매물도 없어 실제 체감되는 집값 조정의 강도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집주인의 매물 출회가 공격적으로 나와야 의미 있는 집값 조정장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공급난이 지속되고 다주택자의 물량이 시장에 나오지 않으면 집값 조정도 제한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며 "양도세뿐 아니라 종부세, 공시가격 등의 변화 가능성이 큰데 혼선을 줄일 수 있는 정책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