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2030년 배터리에 재활용 코발트 12% 사용 규정
니켈 등 수요폭증→공급부족→가격급등...재활용서 해답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배터리 업계가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에 앞 다퉈 뛰어들고 있다. 유럽 등의 강화되는 환경 규제에 대비하는 한편 배터리 핵심 원자재의 공급부족과 그로 인한 가격급등 등의 문제를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은 수명이 다한 전기차 배터리를 분해해 리튬, 코발트, 니켈 등의 희귀금속을 추출해 새 배터리셀의 원료로 재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LG엔솔·삼성SDI·SK온, 폐배터리 재활용 업체 지분인수·사업 협력 등 적극 나서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전날 미국 배터리 재활용 기업인 라이-사이클(Li-Cycle)사에 지분 2.6%를 확보했다. 라이-사이클은 북미 최대 배터리 재활용 업체로 폐배터리에서 배터리 핵심 원자재를 추출하는 전문적인 기술을 갖고 있다.
LG화학 오창 전기차배터리 공장 생산라인. [사진=LG화학] |
LG에너지솔루션은 자사에 배터리소재를 공급하는 LG화학과 각각 300억원씩을 투자해 지분 투자에 나섰다. 또한 라이-사이클과 2023년부터 10년에 걸쳐 폐배터리로부터 추출한 니켈 2만톤을 공급받는 계약도 체결했다. 이는 전기차 30만대분의 배터리를 제조할 수 있는 분량이다.
SK온도 폐배터리에서 양극재에 투입되는 수산화리튬을 회수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특허를 출원했다. 올해 말에 데모플랜트를 완성하고 내년 말에는 사업공장을 착공할 예정이다. 수산화리튬은 올해에만 가격이 80% 올랐을 정도로 귀한 소재다. 이 사업을 통해 오는 2025년에는 세전영업이익 3000억원 이상을 창출하는 사업이 될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했다.
삼성SDI도 폐배터리에서 희귀 금속을 회수하는 기술을 가진 성일하이텍과 협력하고 있다. 성일하이텍은 지난 7월 삼성SDI의 배터리셀 공장이 위치한 헝가리에 유럽 최대의 폐배터리 재활용 제2 공장을 완공했다. 연간 5만t, 약 2만대 분량의 전기차 배터리를 처리할 수 있는 규모다. 향후 제3 공장을 추가로 지을 계획이다.
◆ 글로벌 폐배터리 시장, 2019년 1조6500억원→2050년 600조원으로
폐배터리 재활용은 갈수록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글로벌 폐배터리 시장 규모를 2019년 기준 1조6500억원에서 2030년 약 20조2000억원, 2050년에는 6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유럽 등의 배터리 관련 환경규제 강화와 배터리에 들어가는 리튬, 코발트, 니켈 등 희귀금속 가격이 치솟으면서 배터리 업계가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에 전력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니켈 [사진=로이터 뉴스핌] |
유럽연합 의회는 배터리 주재료의 일정 부분을 재활용 원료로 사용하도록 규정하면서 업계의 움직임을 재촉했다. 2030년에는 배터리에 사용하는 코발트 12%, 리튬 4%, 니켈 4%를 반드시 재활용 원료를 써야 하며 2035년부터는 코발트 20%, 리튬 10%, 니켈 12%로 강화된다.
이들 원자재는 최근 전기차가 급성장하면서 공급부족, 이로 인한 공급부족 문제로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이같은 원재료 가격 인상은 배터리 업계에 큰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업계는 전기차 가격의 40%가 배터리 값이고 배터리 값의 절반 이상이 원자재 값이라고 설명한다.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이달 초 탄산리튬 가격은 ㎏당 190.5위안(약 3만5300원)으로 지난해 평균 가격 대비 4배나 상승했다. 하이니켈 배터리가 개발되면서 수요가 증가한 니켈도 2만305달러로 지난해 평균 가격대비 47% 올랐다. 이같은 가격 상승세는 전기차 성장과 함께 갈수록 가팔라질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업계 한 관계자는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은 환경 규제, 원자재 가격 인하 등을 위한 위기 모색의 수단인 동시에 기회의 장이 될 것"이라면서 "폐배터리가 쏟아질 10년 후에는 이 시장 자체가 거대하게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완성차 업체, 배터리소재사 등도 뛰어들면서 시장이 점차 달아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yuny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