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찾는 사람들' 카페서 주유소 공유…"입고가 곧 정보"
가격 10배↑·소량만 구매…"물량 많은 월요일, 입고 많은 듯"
화물차의 20% 영향…장거리 운행·최신차 중단 현실화 가능성
택배업계 "당장 마비는 과우려, 근본 해결돼야"…가격 부담도 가중
[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기름을 넣어야만 요소수를 살 수 있고 그마저도 5ℓ, 10ℓ 밖에 못사요. 요소수를 언제 살 수 없을지도 예측이 안돼 내일 당장 차가 멈출 수도 있습니다."
8일 서울 가산동 한진 남서울종합물류센터에서 만난 냉동컨테이너차 기사는 "부산에서 서울까지 오면서 주유소마다 들러 요소수가 있는지 확인해야 할 만큼 요소수를 구하기 어렵다"며 "10배 이상 오른 가격이 중요하지 않을 만큼 급한데, (냉동차는) 최근에 운송비가 올라 그나마 다행이지만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정부가 뭘 했는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컨테이너차량을 비롯한 대형화물차 기사들이 요소수를 구하지 못해 운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터넷에는 '요소수를 찾는 사람들(요찾사)'이라는 카페가 생겨 장거리 운송기사들을 중심으로 요소수가 입고된 주유소를 공유하기에 이르렀다.
지난달 말 개설된 '요소수를 찾는 사람들(요찾사)' 카페에 요소수 입고 정보가 올라와 있다. [사진=네이버 카페 갈무리] |
◆ '요소수 품귀'에 가격 10배 올라도 2~10ℓ밖에 못사…'요찾사' 카페서 입고 정보 공유
지난달 30일 만들어진 '요찾사' 카페에는 지난 6일부터 요소수가 입고된 주유소 정보가 올라오고 있다. 카페 개설 초기만 해도 최근 가격이 오른 요소수 최저가 구매처 정보가 올라왔지만, 주말부터 요소수를 아예 구하지 못하게 되면서 입고 자체가 정보가 됐다. 6, 7일 이틀 간 하루에 10여건의 요소수 입고 정보가 올라온 데 비해 이날은 관련 글이 60여건 가까이 올라왔다.
가산동 롯데택배 구로지점 등 서울과 부산을 오가는 택배간선차 기사는 "요소수를 구하지 못한 장거리 화물차들이 요소수가 입고됐다는 주유소에 몰리면서 1~2시간씩 기다려야 한다"며 "그나마 인터넷 카페에서 입고정보를 알 수 있게 돼 다행인데, 언제부터 입고가 안될지 알 수 없어 불안하다"고 말했다. 카페 회원은 250명 수준으로, 이날 1만여명의 회원을 보유한 '택배기사 소통카페'에 카페 정보가 올라오면서 회원 수가 급격하게 늘고 있다.
요소수는 질소산화물 저감장치(SCR)가 장착된 차량에 필수인 물질이다. 디젤차량의 배기가스를 정화하기 위해 2015년부터 요소수 사용이 의무화됐는데, 운송업체별로 2000년대 중후반부터 SCR을 단계적으로 설치해왔다. 현재 국내에 등록된 화물차 332만여대 중 SCR 부착 차량은 약 54만여대로 알려졌다. 전체의 약 20%에 달하는 규모다.
문제는 서울~부산 등 장거리를 오가는 대형화물차는 다량의 요소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환경오염 규제가 강화하면서 최신 차량일수록 요소수 사용량이 많다. 부산과 서울을 왕복할 경우 한 번에 넣을 수 있는 최대 용량(15ℓ)으로 요소수가 부족한 경우도 있다.
이 간선차 기사는 "물량이 많은 월요일이라 그런지 오늘은 주말보다는 입고 물량이 많은 것 같다"며 "장거리 차량도 종류마다 요소수를 한 번 채우면 일주일 정도 가기도 하고 다 다른데, 요소수가 많이 필요한 차량은 실제 운행이 어려워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서울 가산동 한진 남서울종합물류센터에 간선차량이 서 있다. 2021.11.08 unsaid@newspim.com |
◆ 장거리 운행 최신차 하루에 15ℓ 사용하기도…택배업계 "간선차 언제 멈출지 알기 어려워"
택배업계도 요소수 부족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주요 터미널을 오가는 간선차량이 멈추면 사실상 택배 업무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간선차 운행 중단으로 택배업무가 당장 마비될 확률은 적지만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원료 부족으로 생산 자체가 어려워졌기 때문에 회사라고 딱히 요소수를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건 아니다"라며 "당장 우려할 상황까지는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언제 공급이 멈출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근본적인 해결이 시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역 서브터미널에서 각 가정으로 배달하는 소형 택배차량은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상황이다. 택배차마다 차이가 있지만 요소수를 한 번 채우면 한 달 정도는 운행이 가능하다.
문제는 요소수 가격이 급등하면서 차주들이 원가 상승분을 온전히 부담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10ℓ에 1만원 안팎이던 요소수 가격은 10만원을 훌쩍 넘으며 10배 이상 치솟았다.
경기도 동탄과 서울을 오가는 대형 화물차를 운행하는 한 기사는 "단거리를 운행하기 때문에 구해 놓은 물량으로 두 달 정도는 아직 여유가 있다"며 "하지만 가격 급등으로 인한 부담이 크고, 문제가 장기화하면 1000만원에 달하는 SCR 설비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구로구 일부 지역을 담당하는 한 택배기사는 "한두박스는 구해놨기 때문에 두 달 정도는 버틸 수 있다"면서도 "개별적으로 구해야하는데 기사들마다 상황이 천차만별이고, 가격 부담도 점점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서울 가산동 롯데택배 구로지점에 간선차량이 서 있다. 2021.11.08 unsaid@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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