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매도 규모 컸다는 판단에 따른 반발 매수 정도일 뿐"
[서울=뉴스핌] 정경환 기자 = 코스피가 외국인 수급 개선에 힘입어 3200선을 재탈환했다. 이에 향후 외국인의 움직임이 주목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최근 외국인 매수세가 그간의 매도 공세에 따른 반작용 정도일 뿐, 추세로 보긴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은 전일 5806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8월 31일 1조1200억 원 넘게 사들이며 4거래일 만에 매수 전환한 이후 나흘 연속 매수세다. 이 기간 외국인은 총 2조3000억 원 가량 사들였다. 지난 2일에는 장 중 약 3800억 원 순매도를 나타내다 마감 이후 카카오뱅크 블록딜 물량을 흡수하며 최종 5495억 원 순매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박광남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달러/원 환율이 하락하며 1150원 중반대 안착하고, 국내를 비롯해 중국 및 신흥국 시장으로 외국인 순매수가 확대되고 있다"면서 "위안화 강세 동조화 및 위험자산 선호심리 회복 영향"이라고 풀이했다.
코스피시장 외국인 투자 추이 [자료=삼성증권] |
외국인이 돌아오면서 코스피는 3200선에 다시 올라섰다. 이달 1일 3207.02포인트(종가 기준)로, 8월 12일 이후 13거래일 만에 3200선을 회복한 코스피는 지난 2일 다시 3175.85까지 밀려났다가 이날 3200선을 재탈환(3201.06포인트)했다.
양지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주까지 3주 연속 순매도를 기록해 온 외국인투자자가 매도폭을 점차 줄이다가 이번 주(8월 30일~9월 2일) 약 5800억 원 순매수로 돌아섰다"며 "그 중 외국인 순매도가 집중됐던 반도체 섹터 순매수가 5900억 원으로, 코스피 전체 순매수 규모를 넘어선다"고 했다.
실제 지난 30일부터 2일까지 4일간 외국인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을 각각 5957억 원, 2553억 원어치 끌어모았다.
그렇다면, 외국인은 완전히 돌아온 것일까. '아니다'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그간 매도 규모가 충분히 컸기에 그에 따른 반발 매수 수준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라는 것.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글로벌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 포지션이 바뀌었다고 보긴 힘들다"며 "환율 고점과 외국인 매도 정점 그리고 지수의 저점 등이 약간 일치하는 경향이 있는데, (최근 외국인 매수세는) 그런 차원에서 생각하면 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매도세가 한풀 꺾인 정도로 볼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포지션 변화로까진 보지 않는다"며 "판 규모에 비해 산 게 그리 크지 않다. 충분히 팔 만큼 판 것 같다는 인식에서 그 같은 리액션이 들어오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를 감안하면, 당분간은 외국인 수급의 변동 가능성에 대해 계속 유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정용택 본부장은 "당분간은 소강 상태에서 규모가 크지 않은 정도로 (매수와 매도를) 오갈 듯하다"며 "그러다가 9월 FOMC 등에서 테이퍼링이나 이런 악재가 좀 더 본격화되면 8월처럼 많이 파는 상황이 다시 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재만 팀장 또한 "다음 주에 옵션만기일도 있고, 이벤트들이 아직은 남아 있다"면서 "그런 부분들에 의해 수급이 변동성 있게 움직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