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연고점 이후 20% 빠져…중흥건설로 매각 노이즈
이익 중심으로 실적 개선세 지속…펀더멘털 감안 시 매력 커
[서울=뉴스핌] 정경환 기자 = 대우건설 주가가 뒷걸음질치고 있다. 최근 두 달간 20% 가까이 빠졌다. 실적 개선 호재에도 불구하고 인수합병(M&A) 불확실성이 발목을 잡는 모습이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대우건설은 오후 2시 현재 전날 대비 10원(0.14%)오른 73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사흘째 오르고 있지만, 지난 3일 0.14%와 4일 0.28% 등 상승폭은 크지 않다. 오히려 지난 6월 연고점(8일 종가 기준 9050원)에 비해서는 두 달이 채 안 된 사이 주가가 약 20% 밀려난 상태다. 지난달 21일에는 7120원까지 내려앉으며 고점 대비 낙폭이 21.3%를 기록하기도 했다.
대우건설의 주가 하락 배경에는 매각 이슈가 자리잡고 있다. 지난 6월 초 본격화된 대우건설 매각 건은 지난 2일 중흥건설이 대우건설의 최대주주인 KDB인베스트먼트(KDBI)와 주식 매각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매각 이슈가 다시 불거질즈음부터 유력 인수 후보로 거론되던 중흥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고, 어느덧 매각 마무리 수순에 들어간 것이다. 중흥건설은 KDBI 및 대우건설 측으로부터 실사 관련 자료를 전달받은 후 검토를 거쳐 오는 9월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절차의 불투명성 및 헐값 매각 논란 등이 생겨났고, 노조는 중흥건설의 인수에 반대하며 파업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3년 전 당시 호반건설의 대우건설 인수가 결정된 이후 대우건설 주가는 부진했다"며 "이번 매각 절차가 마무리될 때에도 그와 유사한 모습이 나타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우건설 사옥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무엇보다 재무구조 악화 우려가 적지 않다. 나이스신용평가는 "2020년 이후 대우건설의 우수한 영업실적 시현 및 차입부담 완화 추세 등은 회사의 신용도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도 "회사가 중흥그룹에 최종적으로 인수될 경우 중흥그룹의 투자자금 회수 방안에 따라 회사의 재무적 융통성이 저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의식한 듯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은 지난달 한 기자간담회에서 대우건설 인수와 관련해 "회사를 살리기 위해 인수를 결심했다"며 "유동자금이 생기더라도 10원 한 푼 빼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매각 이슈에 가려져 있지만, 대우건설 자체의 펀더멘털은 더욱 튼튼해지고 있다.
이민재 연구원은 "긍정적인 부분은 건설업과 대우건설의 펀더멘탈이 과거보다 강해졌다는 점"이라며 "대우건설의 성장성과 안정성은 향후 2년 동안 성장할 주택사업 매출과 줄어든 해외사업 이익 비중에 힘입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대우건설은 최근 실적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이익이 늘면서 재무상태가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다. 대우건설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137.1% 증가한 1923억 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165.3% 늘어난 1390억 원이다. 앞서 1분기에는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89.7%, 138.9% 늘었고, 지난해 4분기에는 각각 465.4%, 417.5% 증가하기도 했다.
라진성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재무구조 개선이 인상 깊다"며 "순차입금이 2020년 말 1조2000억 원에서 2021년 상반기 5000억 원으로 줄었다. 장단기 차입금 비율 개선, 부채비율 개선 등으로 이자비용 감소 및 수주 경쟁력 강화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전망도 밝다. 건설업 호황 속에서 상반기에 부진했던 플랜트, 토목 부문 매출과 주택 공급이 3분기부터 증가세로 돌아서고, 수익성 높은 해외 공사 매출 비중도 증가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동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대우건설의 2021년 상반기 신규 수주는 4조9000억 원 규모로 연간 목표 11조2000억 원의 44%를 달성하며 순항 중"이라며 "수주 잔고 40조 원, 비주택 잔고 11조2000억 원, 고수익 프로젝트 48%로 중장기 편안한 실적 행진이 펼쳐질 것으로본다. 그나마 리스크는 매각 노이즈"라고 했다.
조윤호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하반기 실적은 더 좋아질 것"이라며 "올해 상반기 대우건설 실적에서 이익에 비해 매출이 기대에 미치지 못 한 것이 아쉬웠는데, 이는 지난해 수주한 해외 대형 현장의 매출액이 늘어나면서 해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M&A 이후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이 있다"면서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 모두 상존하는데, 펀더멘탈에만 집중해서 본다면 대우건설은 여전히 매력적"이라고 덧붙였다.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