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내 반미정서 자극 가능성
[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동의 이슬람주의 정파인 무슬림형제단의 이집트, 요르단, 레바논 지부를 테러단체로 공식 지정하며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미국은 이번 조치가 하마스 등 무장 조직에 대한 자금·물자 지원망을 겨냥한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지역 내 반미 정서를 자극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미 국무부와 재무부는 13일(현지시간) 공동 성명을 내고 무슬림형제단의 이집트·요르단·레바논 지부를 '특별지정 국제테러리스트(SDGT)'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레바논 지부(알자마 알이슬라미야)는 가장 엄격한 분류인 '외국테러조직(FTO)'으로도 중복 지정됐으며, 무함마드 파우지 타크쿠쉬 레바논 지부 사무총장 역시 개인 제재 대상(SDGT)에 올랐다.
이에 따라 해당 단체와 개인의 미국 내 자산은 즉각 동결되며, 미국인과의 모든 금융·상거래 거래가 금지된다. 이들에게 자금·물품·서비스 등 물질적 지원을 제공하는 행위도 미국 제재법과 테러 관련 법률에 따라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
◆ "하마스·헤즈볼라와 공조…미국·동맹국에 직접 위협"
존 K. 헐리 미 재무부 테러·금융정보담당 차관은 성명에서 "무슬림형제단은 하마스와 같은 테러 조직을 고무하고 육성하며 자금을 지원해 왔다"며 "이들은 미국 국민과 동맹국의 안전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라고 밝혔다.
미 정부에 따르면 이집트 지부는 하마스와 공조해 이스라엘을 겨냥한 공격에 필요한 활동을 지원해 왔고, 요르단 지부는 하마스에 물질적 지원을 제공하는 동시에 로켓·드론·폭발물 제조와 관련한 해외 단체와의 기술 협업에 관여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레바논 지부는 하마스와 레바논 무장 단체 헤즈볼라와 협력해 이스라엘 북부를 향한 로켓 발사 등 실질적인 무장 활동에 참여한 것으로 지목됐다.
미 국무부는 레바논 지부를 FTO로 지정한 배경에 대해 "헤즈볼라 등과 함께 이스라엘 인근에서 폭력과 불안정을 조장해 왔다"고 설명했다.
◆ 트럼프 행정명령 후속…"무슬림형제단 영향력 차단"
이번 조치는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E.O. 14362)의 후속 이행 조치다. 이 행정명령은 레바논·이집트·요르단 등 특정 무슬림형제단 지부를 외국테러조직(FTO) 및 특별지정 국제테러리스트(SDGT)로 지정하는 절차를 국무부·재무부에 지시한 바 있다.
미 행정부는 앞으로도 추가 제재와 외교·사법 수단을 동원해 무슬림형제단 관련 단체의 국제 금융망과 활동 공간을 좁힌다는 방침이다.
◆ 엇갈린 평가
평가는 엇갈린다. 중동 내 하마스 자금줄을 차단하고 미국의 대테러 역량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무슬림형제단이 카타르, 튀르키예 등 미국의 주요 우방국에서도 정치·사회 조직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가 외교 관계에서 새로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중동 전문가들도 테러 연루 지부에 대한 제재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이번 조치가 지역 내 반미 정서를 자극해 미국과 아랍 국가 간 관계를 경색시키거나, 무슬림형제단 산하 인도주의·복지 조직의 활동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1928년 이집트에서 설립된 무슬림형제단은 현재 중동과 북아프리카 전역에 다양한 정치·사회 조직과 연계망을 둔 수니파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으로, 이미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러시아 등에서 테러단체로 지정돼 있다.

dczoomi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