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실적에 후판가 인상 손실분 반영
향후 선가 인상·고부가가치 선박 수주 등 노려야
하반기 우려 보다 기대 커
[서울=뉴스핌] 정승원 기자 = "높아진 원자재가를 보수적으로 책정했기 때문에 조심스럽지만 3분기부터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1위 조선사인 한국조선해양 임원이 지난달 23일 2분기 경영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한 향후 수주 전망을 두고 한 말이다. 올해 한국조선해양은 수주 실적으로는 과거 조선업 호황기를 떠올릴 만큼 훨훨 날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난달 23일까지 168억 달러를 수주하며 연간 목표인 149억 달러의 113%를 달성했다.
하지만 지난 2분기 실적에서 한국조선해양은 웃지 못했다. 2분기 실적에서 897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이다. 한국조선해양 측은 이를 하반기 후판가 인상에 따른 공사손실충당금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주일 뒤인 30일 2분기 실적 발표를 한 삼성중공업 역시 마찬가지였다. 삼성중공업의 2분기 영업손실은 4379억원이다. 삼성중공업은 하반기 강재가 인상 요인에 따른 원가증가 예상분 3720억원을 공사손실충당금으로 선반영했다. 이달 실적 발표가 예정된 대우조선해양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사들은 조심스럽지만 입을 모아 "후판가격 인상이 반영된 만큼 하반기 실적은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실제 한국조선해양은 100만원에서 115만원 사이의 가격을 책정했다. 특히 향후 1년 간은 후판가격이 최고점에서 유지될 것이라고 가정해 손실충당금을 책정했다. 때문에 이미 비용을 반영한 3분기부터는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은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해결해야 할 과제는 남아있다. 우선 선가가 문제다. 조선업계는 후판가 인상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의 타개책으로 선가 인상을 고려하고 있다. 여기에 이미 2년치 수주 일감을 확보한 만큼 도크를 채우기 위한 저가 수주를 할 필요도 없어졌다. 영국의 해운조사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신조선가 지수는 7월 넷째주 기준 142포인트다. 연초와 비교해 12% 상승한 수치며 2014년 이후 가장 높은 포인트다.
도크가 빌 때는 선종을 가리지 않고 수주량부터 늘려야 할 수 있지만 수주 목표 100% 이상을 채운 한국조선해양이나 80%를 넘긴 대우조선해양, 74%를 기록 중인 삼성중공업 모두 이제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생겼다. 조선사 입장에서는 선택적인 수주가 가능해진 셈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신조선가가 9% 인상되면 후판가 인상이 상쇄된다. 이에 조선사들은 수익성 향상을 위한 선가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릴 것으로 예상된다.
선택적 수주가 가능해졌다면 다음은 고부가가치 선박의 집중이다. 한국 조선사들은 경쟁사인 중국 조선사들과 비교해 친환경 선박 건조 능력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이는 친환경 선박 선가 결정에서 결정권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국내 조선사들은 이를 바탕으로 하반기 공격적인 선박 수주 전략을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하반기에는 카타르의 LNG 선박 발주와 같은 대형 프로젝트도 예정돼 있다.
국내 조선 업계에서는 여전히 올해의 수주 릴레이가 지난해 코로나19 기저효과에 따른 부분이 있으며 과거의 '슈퍼 사이클'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하지만 후판가 가격 인상이라는 어려움을 잘 넘어가며 선가 역시 회복될 경우 하반기 우려보다 기대가 크다.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 낭보가 하반기에도 계속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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