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논란' 반박한 학교 관계자들 향해 "부박한 인식 드러낸 것"
[서울=뉴스핌] 강주희 기자 = 지난달 서울대 기숙사 청소노동자가 사망한 것과 관련해 서울대 재학생들과 시민사회단체가 12일 학교 측에 공식 사과와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과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서울대 시설분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극심한 노동강도와 직장 내 괴롭힘, 갑질이 만천하에 드러났음에도 서울대학교 당국의 대응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서울대는 노동자의 죽음에 대한 사과와 책임 인정, 실질적인 대책 제시를 제대로 하지 않았고, 노사공동 산업재해 조사단을 구성하자는 노동조합 측의 요구에도 거절로 일관했다"며 "반성없는 서울대 당국과 관계자들을 규탄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사망한 청소노동자가 중간 관리자로부터 갑질을 당했다는 주장을 두고 학교 측 관계자들이 잇달아 반박한 글을 올린 것에 대해 "부박한 인식을 드러낸 것"이라며 "정당한 요구가 불순한 갈등을 조장하는 것이라면 죽음과 부당함 앞에 침묵하는 것이 과연 순수한 것이냐"고 반문했다.
[서울=뉴스핌] 강주희 기자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등은 7일 오후 12시 서울대 관악캠퍼스 행정관 앞에서 청소노동자 A씨 사망과 관련해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기자회견을 진행했다. 2021.07.07 filter@newspim.com [사진제공=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
이들은 "노동자의 죽음이라는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서울대 당국은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며 학교 측의 공식 사과와 산업재해 공동 조사단 구성 ▲ 직장 내 갑질 자행한 관리자 징계 ▲ 노동자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한 대책 마련 ▲ 군대식 인사관리 방식 개선 ▲ 인력 충원 등을 요구했다.
앞서 청소노동자 이모씨는 지난달 26일 서울대 기숙사 청소노동자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씨는 낮 동안 휴식하다 숨진 것으로 추정되며, 평소 지병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노조는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씨의 죽음에 기숙사 안전관리팀장의 부당한 갑질과 군대식 업무 지시 등이 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울대 관계자들은 노조의 주장을 반박하는 글을 올리며 맞대응에 나섰다.
구민교 서울대 학생처장은 9일 페이스북에 "한 분의 안타까운 죽음을 놓고 산 사람들이 너도나도 피해자 코스프레 하는 게 역겹다" 등 표현을 담은 글을 올렸고, 남성현 관악학생생활관 기획시설부관장은 다음날인 10일 "해당 관리자를 마녀 사냥식으로 갑질 프레임을 씌우는 불미스러운 일이 진행되고 있어 우려가 크다"고 적었다.
이에 대해 노조는 "공동체와 약자의 아픔에 공감하지 못한채 내뱉는 발언"이라며 "최소한의 진정성이 있었다면 이 시건을 언급하기 전에 노동현장을 가보고, 노동자들로부터 애환을 직접 한번은 들었어야 했다"고 이들을 질책했다.
서울대 관계자들의 발언이 여론의 뭇매를 받자 구민교 처장은 이날 오전 총장 주재로 열린정례 주간회의에서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는 이르면 오후 중으로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과 관련한 공식 입장문을 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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