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나병주 기자 = 지난달 19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선고를 앞두고 열린 집회 현장에는 "윤석열 사형"을 외치는 구호가 가장 크게 울려 퍼졌다. '12·3 비상계엄'이라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를 겪은 시민들의 분노가 얼마나 깊은지를 보여주는 외침이었다.
하지만 기자의 머릿속을 맴도는 장면은 시민들의 함성도, 법원의 무기징역 선고도 아닌 부모 손을 잡고 나온 일곱살 남짓의 어린아이들이었다. 격앙된 분위기에 놓인 아이들은 마치 놀이동산이나 축제에 온 듯, 해맑은 얼굴로 주변 어른들의 목소리와 박자에 맞춰 '사형'이라는 단어를 연신 따라 외치고 있었다. 타인의 생명을 빼앗는 극단적 형벌이 아이들의 목소리로 반복되던 모습은 지금도 불편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물론 헌정 질서를 뒤흔든 초유의 사태에 시민들이 분노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반응이다. 거리로 나와 최고 수준의 형벌을 촉구하는 외침 역시 충분히 공감하며, 역사적인 심판의 현장을 자녀들에게 직접 보여주고 싶었던 부모들의 교육적 의도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분노의 정당함이 모든 표현의 정당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아무리 절절한 분노라 하더라도, 그 거친 현장에 아이들을 무방비로 두는 일은 다시 생각해 볼 문제다. 한국이 실질적으로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왔다고 하더라도, 사형은 결국은 한 사람의 생명권을 박탈하는 결정이다. 가치관이 채 형성되지 않은 아이들이 타인의 죽음을 요구하는 현장의 분위기를 그대로 흡수하는 상황이 과연 바람직한 일일까.
유년기는 타인에 대한 공감과 생명 존중의 감각을 배워가는 결정적 시기다. 이런 시기에 군중의 분노에 휩쓸려 누군가의 죽음을 가볍게 입에 올리는 경험은 아이들의 가치관 형성에 독이 될 수 있다. 의미조차 모른 채 외친 '사형'이라는 두 글자가 아이들의 무의식 속에 생명을 가볍게 여기는 태도로 굳어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무기징역이 선고되던 순간, 현장은 일순간 탄식과 절망으로 뒤덮였고 사형을 내리지 않은 재판부를 향해 원색적인 비난이 쏟아졌다. 기대가 분노로 돌변하자 눈앞에 있던 한 아이는 부모에게 사람들이 갑자기 화를 내는 이유를 묻는 듯했다. 소음에 묻혀 부모의 대답은 듣지 못했지만 귀갓길 내내 스스로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만약 나라면 저 아이에게 무엇이라 답했을까.'
누군가에게 죽음이라는 형벌이 내려지지 않아 사람들이 분노하고 있는 이 모순적인 상황을 아이의 눈높이에서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아직도 명확한 답을 찾지 못했다.
lahbj11@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