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박스 앞까지 왔다가 유기…징역 2년6월·집유 4년
"분만 직후 영아 유기해 사망…범행 인정·반성 등 고려"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지난해 서울 관악구 한 교회에 설치된 베이비박스 근처에 자신이 낳은 갓난아기를 두고 가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친모가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김창형 부장판사)는 9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23) 씨에게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또 1년간 보호관찰, 80시간의 사회봉사, 2년간 아동 관련기관 취업제한도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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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이 양육하고 보호할 의무가 있는 분만 직후의 영아인 피해자를 유기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사람의 생명은 무엇보다 소중하고 갓 태어난 영아의 생명도 예외일 수 없는 바 피고인의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고인은 범행을 인정하면서 깊이 반성하고 있고 아기의 죽음을 안타까워하고 있다"며 "만 18세의 어린 나이에 집을 나와 홀로 생계를 유지하면서 의도치 않게 임신해 피해자를 낳았고 피해자가 보다 나은 환경에서 자라길 바라는 마음에 교회가 설치해 운영 중이던 베이비박스 앞까지 갔음에도 출산 직후 정신적 고통과 충격으로 이 사건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은 이 사건 이후 직업훈련에 임하는 등 건강한 사회일원으로 적응하고자 노력하고 있고 이 사건 이후 다시 연락하게 된 모친도 선처를 원하며 피고인을 보살피겠다고 다짐하고 있다"며 "이러한 사정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김 씨는 지난해 11월 2일 오후 10시10분 경 서울 관악구 난곡동 주사랑공동체에 설치된 베이비박스로부터 약 2m 가량 떨어진 드럼통 아래 아기를 두고 가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아기는 다음날 오전 5시30분 경 지나가던 행인에 의해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출산 당일 아기를 베이비박스 근처에 놓고 가면 데려갈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교회 측은 비가 온 데다 베이비박스 문쪽에만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어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초 경찰은 김 씨에 대해 형법상 영아유기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법원에서 기각됐다. 이후 경찰은 형량이 더 높은 아동학대처벌법상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도 김 씨를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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