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식 렌탈' 개념부터 수출, 현지 독보적 1위
1분기 매출액 전년비 60% 증가, BTS 기용 '슬립케어' 기대감 고조
[서울=뉴스핌] 조석근 기자= 'K-렌탈'의 성장세가 무섭다. 국내 생활가전 업체들이 한류 콘텐츠의 대대적인 인기에 힘입어 동남아, 미국 등 정수기·공기청정기 분야 '한류 열풍'의 주역으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코웨이는 동남아 국가들 중 비교적 선진국에 해당하는 말레이시아에 '렌탈' 개념 자체를 수출하며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이다. 지난 1분기 이 지역 매출액이 지난해 대비 60% 가까이 증가하면서 코웨이의 최대 실적 기록에도 톡톡히 기여했다. 코웨이가 새 광고모델로 기용한 방탄소년단(BTS)이 5주 연속 미국 빌보드 1위를 이어가는 가운데 해외사업에 대한 기대감은 더 높아지고 있다.
[서울=뉴스핌] 코웨이의 말레이시아 현지 시장 방문 서비스 관리자(코디) 모습 [사진=코웨이] 2021.06.29 photo@newspim.com |
◆'K-렌탈' 말레이 정수기 60% 차지, 코웨이 '독보적'
6일 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 따르면 지난해 말레이시아 정수기 시장 내 한국 업체들의 점유율은 61.1%에 달한다. 사실상 시장을 지배하는 상황이다. 중국 가전업체들이 17.4%, 미국이 5.5%, 일본 3.5%, 베트남이 2.3%로 그 뒤를 이으며 현격한 격차를 나타냈다.
인구 3200만명, 올해 GDP 성장률 13%로 1인당 1만1600달러 수준인 말레이시아 시장은 태국(7700달러), 인도네시아(4260달러) 등 동남아 주요 국가 진출의 전진 기지다. 생활가전 수요도 높은 성장세만큼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코웨이의 전체 말레이시아 시장 내 점유율은 30% 이상. 암웨이, 쿠쿠 등 경쟁업체들의 9~10%를 크게 웃돌고 있다.
코웨이는 말레이시아, 미국, 중국, 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6개 해외법인을 갖고 있다. 지난해 전체 매출액은 3조2374억원으로 전년보다 7.2% 증가, 영업이익은 6064억원으로 32% 증가하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그 중 해외법인 매출은 8961억원으로 전년 대비 40% 이상 증가했다.
올해 1분기만 해도 코웨이의 해외 매출액은 2942억원으로 지난해보다 56.4%., 해외 렌탈계정 수는 210만개로 32% 증가했다. 사실상 해외사업이 성장세를 이끌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 중에서도 말레이시아 한 지역이 코웨이 전체 해외사업 매출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조석근 기자= 코웨이 연간 실적 추이 |
2007년 코웨이가 처음 말레이시아로 진출할 당시만 해도 말레이시아는 물론 동남아 주요 국가에 '렌탈'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 정수기 업체 대부분이 별도 관리 서비스를 두지 않아 정수기 사용자가 구입 후 직접 필터를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하는 형편이었다.
그 때문에 구입비 부담을 크게 낮춘 할부 방식과 정기적 케어 서비스를 결합한 '한국식 렌탈'이 시장진입 초기부터 주목받았다. 코웨이의 현지화 전략도 먹혀들었다. 말레이시아 인구 대부분이 무슬림인 점을 감안해 정수기 업계 최초로 '할랄' 인증을 얻었다.
주력 제품인 '옴박' 정수기는 아열대 기후임에도 온수를 즐겨 마시는 동남아시아 생활문화를 반영했다. 냉·정수 출수구 외 온수 전용 출수구를 갖추고 기체 내 온수 저장용량을 늘렸다. 이 제품은 2019년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인 미국 IDEA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미국의 경우 코웨이의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 '메가' 시리즈를 앞세웠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정수기, 공기청정기, 비데 등이 주력 품목인데 인구 밀도가 한국보다 낮아 정수기 코디의 이동거리가 길고 타인의 방문을 꺼리는 문화적 특성을 감안한 현지화 전략을 구사했다.
2017년 아마존과의 협업이 대표적이다. 공기청정기 업계 최초로 아마존의 AI 플랫폼 알렉사와 연동했다. 음성명령으로 기기 작동이 가능하며 필터 등으로 소모품 교체주기가 다가오면 자동 주문, 배송이 이뤄지도록 했다. 국내와 같은 전국적인 코디, 서비스망 가동이 어렵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코웨이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각국의 이동제한으로 생수 구매에 불편을 느낀 소비자들의 정수기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미국도 지난해 서부 지역 초대형 산불로 실내공기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공기청정기 수요가 확대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코웨이는 지난 4월부터 BTS를 국내외 새 광고 모델로 기용했다. [사진=코웨이] 2021.06.29 photo@newspim.com |
◆BTS '슬립케어' 광고 '에어온' 기대감 고조
코웨이는 지난 4월 BTS를 새 광고모델로 발탁했다. 국내만이 아닌 해외도 동시에 겨냥한 전략이다. 29일 기준 BTS 신곡 '버터'가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5주 연속 1위를 차지하면서 지난해 '다이너마이트'의 4주 연속 1위 기록을 스스로 경신했다.
빌보드 사상 5주 이상 연속 1위를 유지한 곡은 현재까지 11곡에 불과하다. 세계 최대 엔터테인먼트 시장인 미국 내 BTS 존재감이 그만큼 커졌다. 적극적 팬층인 소위 '아미'가 전 세계적으로 1억명에 달하면서 당장 이들이 가진 구매력만 해도 8조원을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이러다 보니 국내 광고업계의 'BTS 모시기' 경쟁이 IT·가전, 화장품, 식음료, 의류 분야를 가리지 않고 벌어지는 상황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BTS 빌보드 진입 시 발생효과로 연간 1조7000억원, 현대경제연구원이 5조6000억원 등 전망을 내놓으면서 'BTS 경제효과'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다.
BTS를 기용한 코웨이 TV 광고는 말레이시아의 경우 '슬립케어' 광고가 방송을 타고 있다. 슬립케어는 매트리스 렌탈 서비스로 매월 일정액을 지불하면 매트리스 및 상단 탑퍼, 커버 등을 교체받을 수 있다. 4개월에 한번 위생관리 전문가가 직접 방문해 매트리스를 살균, 세탁하기도 한다.
말레이시아 내 주력 제품인 정수기 시장의 지배력을 확보한 만큼 매트리스 렌탈로 시장을 더 확대한다는 취지다. 동시에 베트남, 태국 등 신규 시장과 세계 최대 가전시장인 미국에서도 BTS를 통한 제품, 브랜드 홍보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이기도 하다.
코웨이 관계자는 "BTS 이미지를 동남아, 미국 등 포털 웹, 블로그, SNS 계정 등 온라인 포스팅에 적극 활용 중"이라며 "BTS의 인기가 치솟을수록 해외시장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mys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