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공지와 달리 투표 집계방식 바꾸고 순위조작
법원 "유료 투표자들, 알았으면 투표 안했을 것"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지난 2017년 방송된 엠넷(MNet)의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아이돌학교'의 책임프로듀서(CP)가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9단독 이원중 부장판사는 10일 업무방해 및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 CP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김모 CJ이엔엠 국장에 대해서는 벌금 1000만원이 선고됐다.
이 부장판사는 "김CP는 시청자들 모르게 온라인 투표에 5배 가중치를 두고 임의로 순위를 조작해 관계자들에게 조작된 방송을 하게 했다"며 "이 같은 행위가 회사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더라도 회사가 위법한 행위까지 용인했다고 볼 수는 없고, 투표결과 조작으로 인해 멤버들의 육성에 관한 공정성을 해한 데 대한 위험성도 인식했다고 보인다"고 업무방해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서울=뉴스핌] 지난 2017년 7월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Mnet '아이돌학교' 제작발표회에서 참가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07.12. yooksa@newspim.com |
또 사기 혐의에 대해서도 "'아이돌학교'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이 온라인과 생방송 문자 투표를 통해 육성 멤버를 선발하는 방식이 요체인데, 김CP는 이와 같은 방식을 변경했을 뿐 아니라 이를 넘어 임의로 순위를 조작했다"며 "만일 시청자들이 이를 알았다면 유료투표를 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여 기망행위도 충분히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김CP의 상급자였던 김 국장의 경우 당초 공동정범으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이보다 가담정도가 낮은 방조범으로 인정됐다. 이 부장판사는 "이미 김CP가 홀로 범행을 주도한 상태에서 김 국장이 1등이었던 출연자를 탈락시키는 게 좋겠다는 김CP의 의견을 승낙한 것일 뿐, 순위조작을 지시한 정황은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종회인 11회 이전부터 김CP가 조작하고 있었던 사실을 알고 있었고, 1등이었던 사람을 떨어뜨려야 한다는 소리를 듣고 승낙함으로써 김CP의 업무방해 및 사기 범행을 용이하게 할 수 있었다는 점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이 부장판사는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해 오디션 프로그램의 출연자 선발 공정성이 심각하게 훼손됐으며 시청자들과 유료 투표자들을 우롱하는 결과가 초래되고 그 피해자들도 상당히 많은 것으로 보인다"며 "탈락한 출연자에 대해서는 방송 출연이나 정식 데뷔 기회가 박탈됐다"고 꾸짖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은 유료투표한 시청자들이나 다른 피해자들에게 용서받지도 못하고 특별히 피해회복 방법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원로고[사진=뉴스핌DB] |
앞서 김CP는 2017년 7월 20일 첫 순위 발표를 하면서 33명의 순위를 조작하고, 같은 해 9월 22일 최종 순위에 들지 않은 3명을 걸그룹 데뷔 멤버로 선정하는 등 CJ이엔엠의 방송제작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7월 20일부터 9월 22일까지 유료 문자 투표를 통해 원하는 출연자를 데뷔시킬 수 있다는 취지로 거짓말 해 약 6만9000여명의 시청자들로부터 수익금 1500여만원을 편취하고, 정산 수익금 300여만원을 편취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김 국장에 대해서는 방송 마지막회에서 데뷔멤버를 선발할 때 김CP의 보고를 받고 승인을 했다고 보고, 공모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이 사건 수사는 지난해 7월 '프로듀스×101'(시즌4) 투표 조작 의혹이 제기되면서 함께 시작됐다. 시청자들로 구성된 아이돌학교 진상규명위원회는 같은 해 9월 사기 공동정범 및 증거인멸교사 공동정범 혐의로 아이돌학교 제작진을 고발했다.
피고인들은 첫 재판에서 조작사실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시청률 참패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문자투표수가 워낙 적어 왜곡이 발생하게 됐다"며 "가족과 친지, 지인들 일부만 동원하더라도 특정 출연자의 순위가 확 올라가는 현상이 발생하는 걸 보게 됐다. 계속 두면 시청률이 떨어지고 프로그램이 망하게 될 것 같아 온라인 투표에도 5배의 가중치를 함께 두게 됐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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