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수성가' 서정진 명예회장 리더십 영향
[서울=뉴스핌] 김경민 기자 = "의례적인 주주총회랑은 확실히 다르더라고요."
셀트리온이 소액 주주들의 맹활약에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주주들이 앞장서서 셀트리온을 적극 홍보하고, 위기 대응까지도 한다는 것이다. 이 배경엔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의 리더십이 있었다는 평가다.
6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2005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셀트리온은 지난 2019년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돌파하면서 제약·바이오업계 '1조 클럽'에 진입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1조8491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이다.
셀트리온의 깜짝 실적으로 제약·바이오업계의 지각 변동은 시작됐다. 유한양행, GC녹십자 등 전통 제약사를 제치고 셀트리온이 업계 1위로 등극한 것이다.
단기간 성장엔 단연 서정진 명예회장의 통솔력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지난 3월 공식 은퇴한 서 회장에게는 '자수성가'와 '바이오 신화'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인천=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2020.10.18 pangbin@newspim.com |
그는 2000년대 초반 국내에서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바이오 사업에 뛰어들었다. 셀트리온의 전신 넥솔의 시작이다. 서 회장이 바이오 산업의 메카인 미국 샌프란시스코까지 날아가 세계 1위 기업체인 제넨텍에 끈질기게 찾아가 조언을 요청한 것은 유명한 일화 중 하나다.
이후 제넨텍 계열사인 벡스젠과 기술 제휴 등을 거쳐 2002년 셀트리온을 세우게 된다. 셀트리온은 2005년 인천 송도공장을 완공하고, 미국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과 류마티스 관절염치료제를 위탁생산(CMO) 계약을 체결했다. 2007년 매출 635억원을 기록하면서 성공을 거두게 된다.
서 회장은 2009년 또 다른 도전에 나선다. 국내에서는 사실상 전무했던 바이오시밀러(특허가 만료된 의약품을 복제한 의약품) 사업으로 영역 확장에 나선 것이다. 셀트리온은 2012년 세계 최초의 항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 개발에 이어 '허쥬마', '트룩시마' 등 주력 제품을 시장에 내놓으며 국내 1위 제약사 반열에 올랐다.
특히 서 회장은 바이어시밀러 사업에만 그치지 않고 신종 코로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면에선 국산 1호 치료제를 개발했다. 서 회장은 코로나19 사태 초기이던 지난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하겠다고 공언했고, 이를 증명했다. 국산 1호 코로나19 치료제 '렉키로나주'다.
성공의 과정은 순탄치 만은 않았다. 서 회장은 공매도 공격, 분식회계 논란 등으로 한 때 '사기꾼'이라는 비판도 받았다. 우여곡절 끝에 공룡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주주들의 충성심도 자연스럽게 높아졌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통 주주총회는 의례적으로 진행하는 느낌인데, 셀트리온은 확실히 달랐다"며 "서 회장이 연설을 한 뒤에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주주를 움직이게 하는 힘이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홍보팀이 따로 필요 없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주주들이 열성적"이라며 "아무래도 다른 바이오 기업의 실패와 셀트리온의 성공, 서 회장의 카리스마가 강하게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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