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커진 '수수료 인하' 경쟁...티몬 '-1%' 위메프 '최저' 롯데온 '면제+α'
'셀러 유치효과' 증명됐지만...네이버·쿠팡 '양강 체제' 흔들까?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전자상거래(e커머스) 중하위권 업체들의 수수료 인하 경쟁이 치열하다. 업체들은 판매 수수료 '0%'란 파격 정책에서 더 나아가 '마이너스 수수료'까지 내세워 '판매자(셀러·seller) 모시기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미 이커머스 시장이 네이버와 쿠팡 양강 체제로 굳어지자 중하위권 업체들이 플랫폼 경쟁력과 직결된 입점 판매자 늘리기에 나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이러한 판매자 친화 정책이 이커머스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지는 미지수란 지적이 나온다.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티몬과 롯데온의 판매수수료 인하 관련 홍보 이미지. [사진=각사] 2021.05.07 nrd8120@newspim.com |
◆판 커진 '수수료 인하' 경쟁...티몬 '마이너스' vs 위메프 '최저' vs 롯데온 '면제+α'
1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티몬·위메프·롯데온 등 이커머스 업체들이 잇달아 '수수료 인하' 카드를 꺼내들고 판매자 유치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가장 먼저 수수료 인하에 나선 업체는 티몬이다. 티몬은 지난 달 1일부터 판매수수료를 '-1%'로 책정하는 파격 정책을 적용해 실시하고 있다. 마이너스 수수료를 내건 곳은 이커머스 업체 중 티몬이 처음이다.
입점 판매자라면 누구나 수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만약 1만원짜리 상품을 팔았다면 판매자는 티몬으로부터 판매 수수료 1%를 환급받는데, 이럴 경우 판매금액보다 더 많은 총 1만100원을 정산받는다.
티몬은 100원 손해를 보고 판매자는 그만큼 이익을 얻게 되는 것이다. 이 외에도 3% 결제 수수료도 면제해준다.
위메프는 지난달 21일 업계 최저인 '2.9% 정률 수수료'로 티몬에 맞불을 놨다. 기존 평균 15.1%였던 판매 수수료를 12.2%나 낮춰 고정했다. 그간 오픈마켓 업체들은 상품 마진율 등을 고려해 품목별로 차등 수수료를 운영하던 것과도 차이가 있다.
위메프가 정률 수수료를 도입한 것은 빠르게 이커머스 시장을 파고들고 있는 네이버와 카카오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이미 정률 수수료를 시행 중이다. 수수료는 이들 업체보다 2분의 1로 낮춰 경쟁력을 높였다. 현재 네이버와 카카오의 판매수수료는 각각 카드 결제시 5.22%, 카카오는 5%다.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위메프 수수료 인하정책. [사진=위메프] 2021.05.07 nrd8120@newspim.com |
위메프는 상품 노출을 대가로 받는 '광고 수수료'도 손 봤다. 오픈마켓들은 클릭당 과금을 하지만 위메프는 판매당 과금을 적용키로 했다. 실제 매출이 일어나는 경우에만 수수료를 매기겠다는 얘기다. 이럴 경우 판매자는 마케팅과 판촉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후발주자인 롯데온도 뒤늦게 수수료 전쟁에 가세했다. 롯데온은 지난 2일 '3개월 판매수수료 면제+α'란 당근책을 제시했다.
롯데온에 신규로 입점하는 판매자들은 오는 7월 31일까지 판매수수료를 면제받게 된다. 광고비 '셀러머니' 30만원도 지원한다. 여기에 셀러가 10% 할인쿠폰을 발급할 경우 롯데온이 쿠폰 할인 금액의 50%를 지원한다.
이에 롯데온은 면제 기간 동안 매월 3000개 이상씩 총 3개월간 9000개 판매업체가 신규로 입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동근 롯데온 셀러지원팀장은 "롯데온은 더 많은 셀러들이 입점해 상품을 판매하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이번 판매 수수료 면제와 광고 지원금, 쿠폰 지원금 등의 혜택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티몬·위메프·롯데온 등 이커머스 수수료 인하 정책. 2021.05.07 nrd8120@newspim.com |
◆'셀러 유치효과' 증명됐지만...네이버·쿠팡 '양강 체제' 흔들까?
일단 이러한 수수료 인하 정책이 어느 정도 셀러를 유치하는 데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위메프가 2.9% 고정 수수료 시행 이후 10일 만에 새로 입점한 파트너사가 전년 동기 대비 33.2% 급증했다.전체 파트너사 수 역시 전년 동기 대비 22.2%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중하위권 업체가 네이버·쿠팡 '양강 체제'로 굳어진 판도를 흔들며 이커머스 업계의 지각변동을 일으킬지는 아직 알 수 없다는 반응이 많다. 소비자들이 상품 구매를 결정하는 데엔 판매 수수료 외에도 빠른 배송, 업체 만족도 및 신뢰도 등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상품이 강점인 네이버와 로켓배송을 내세운 쿠팡으로 쏠림 현상은 더 심화됐다.
2019년 당시 22%였던 네이버(12%)와 쿠팡(10%)의 합산 점유율은 지난해 30%까지 확대됐다. 네이버의 성장세는 매섭다. 지난 한 해만 점유율이 5%p(포인트)나 늘었다. 쿠팡(3%p)보다도 상승 폭이 크다. 그만큼 빠르게 이커머스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지난해 이커머스 거래액과 점유율. 2021.03.11 nrd8120@newspim.com |
우려는 있다. 단기간에 셀러들을 유치해 사업 확장을 할 수는 있지만 '제 살 깎아먹기'식 경쟁이 출혈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오픈마켓 업체들의 주요 수입원은 판매자들로부터 받는 수수료다. 당연히 수익성 개선을 위해선 수수료를 올리는 게 맞다. 하지만 이익을 내려 놓으면서까지 '셀러 모시기' 경쟁에 나선 것은 플랫폼 경쟁력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오픈마켓에서 셀러 규모는 영업 자산과 동일한 개념으로 인식된다. 오픈마켓은 입점 셀러와 소비자를 연결해 주는 중개 플랫폼이다. 때문에 셀러 규모가 플랫폼 경쟁력을 결정하는 바로미터 역할을 한다. 셀러가 많을수록 상품 구색과 최저가 경쟁에서 이길 확률이 높아지는 구조다. 이는 곧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쿠팡이 미국 증시에 화려하게 데뷔하면서 해당 업체들의 '수익성 늘리기' 전략에도 큰 변화가 감지된다. 그간 티몬·위메프·롯데온은 마케팅 비용을 줄이며 수익성 개선에 주력해 왔다. 특히 올해 3월을 기점으로 분위기는 반전됐다. 4조원의 대규모 적자를 낸 쿠팡이 상장하자 업체들도 수익성보다는 거래액 확대에 더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이커머스 시장에서 불거진 치열한 주도권 다툼에서 살아남으려면 거래액 확대에 따른 외형 성장이 중요해졌기 때문. 티몬은 연내 테슬라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거래액 확대가 절실하다. 티몬의 시장 점유율은 3%에 불과하다. 시장에 성장성을 어필하기 위해서라도 외연 확장이 시급하다.
위메프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17% 줄었고 롯데온도 7% 성장에 그쳤다. 이는 쿠팡의 매출이 두 배가량 치솟은 것과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선두권과의 격차를 줄이기를 위해서라도 거래액 확대가 절실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상품이 많고 배송이 빠른 네이버와 쿠팡에 셀러가 몰리는 쏠림 현상이 심화됐다"며 "하위권 업체들이 이익을 포기하더라도 셀러를 늘리려는 것은 좋고 싼 물건을 확보해 플랫폼 경쟁력을 높이고 이는 결국 고객을 유인하려는 전략이다. 쿠팡 상장 이후 외형 성장이 수익성보다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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