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이르면 이번주 2차 수도권 택지지구 지정
유력 휴보지 하남감북·김포고촌 등 매물 회수 움직임
원주민 반발, 공공기관 땅 투기 등으로 개발 불확실성 존재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수도권 공공택지 후보지로 거론되면서 작년 말 3.3㎡당 250만원 하던 임야가 현재는 300만원 정도로 뛰었어요. 팔겠다는 땅 주인도 줄다 보니 호가가 계속 높아지고 있네요."(하남 감북지구 주변 M공인중개소 대표)
정부가 주택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수도권에 공공택지를 신규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히자 후보지 땅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개발 기대감에 땅 주인들이 물량을 회수해 거래 가능한 매물이 자취를 감춘 상태다. 실제 공공택지지구로 지정되면 추가적인 가치 상승이 이뤄질 것이란 게 인근 중개업소의 예상이다.
다만 신규 공공택지로 지정돼도 개발사업이 빠르게 진행될지 미지수라는 점에서 투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개발 정보를 이용해 땅 투기했다는 논란이 확대되면서 개발에 반대하는 원주민이 늘어 지구지정과 토지보상 등에서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도 있어서다.
◆ "택지지구 지정된다" 기대감에 매물 회수, 호가 상승
2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수도권 공공택지 지정이 임박했다는 소식에 유력 후보지 일대 땅값이 작년 말 대비 50% 안팎 상승했다.
국토교통부는 빠르면 이번주 신규 공공택지 지구를 선정할 계획이다. 정부는 '2·4 공급대책'에서 전국 15~20곳을 공공택지로 새로 지정해 26만여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월 3기 신도시로 편입된 광명·시흥과 부산 대저를 1차로 지정하며 10만1000가구 공급을 확정했다. 이번에는 수도권 11만 가구를 포함한 14만9000여 가구의 입지가 2차로 공개된다.
수도권 신규 택지에는 서울 접근성이 양호한 하남 감북지구와 김포 고촌, 고양 대곡·화전, 화성 매송 등이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1순위 후부로 꼽히는 하남 감북지구는 경기 하남시 감북·감일·광암·초이동 일대 부지다. 광명·시흥지구와 마찬가지로 지난 2010년 보금자리주택으로 지정됐었다. 전체면적은 266만㎡. 하지만 원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혀 소송전이 이어진 끝에 2015년 지구 지정이 해제됐다. 보금자리주택 지정 당시 2만1000가구를 수용한다는 계획으로 추진됐다.
이런 영향에 땅값이 급등세다. 대지면적 약 990㎡ 규모의 이 지역 임야는 매도호가가 9억원 정도다. 3.3㎡당 약 300만원으로 작년 말 240만~250만원에 형성되던 시세가 넉달 새 50% 정도 상승했다. 지목이 전이나 공장용지는 더 비싸다. 대로변과 맞닿은 전(면적 550㎡) 부지는 3.3㎡당 1500만원으로 총 26억원에 나와 있다. 공장용지(면적 950㎡)는 3.3㎡당 1200만원 정도로 총 36억원에 새로운 주인을 찾고 있다.
감북지구 초이동 주변 M공인중개소 대표는 "필지 모양과 규모, 주변 환경 등에 따라 시세차가 크지만 지목이 임야고 평이한 수준의 땅은 작년보다 40~50% 뛴 300만~320만원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며 "지목이 전이나 공장용지, 목장용지 중 대로변과 가깝고 필지가 사각형으로 반듯해 개발가치가 높은 땅은 3.3㎡당 호가가 1500만원 안팎"이라고 말했다.
김포 고촌지구(고촌읍 전호리와 신곡리 등)와 고양 화전지구(화전동과 한국항공대 주변)도 거론된다. 고촌지구는 주변으로 지하철 9호선, 김포골드라인이 가깝다. 김포한강신도시와 함께 경기도 서부권의 주요 거주단지로 조성될 가능성이 크다. 화전지구도 서울 상암동과 고양 행신동 사이에 있다. 남측에 경의중앙선 화전역이 지나고 가양대교를 이용해 여의도로 이동하기가 쉽다.
이들 지역의 땅 가치도 수직 상승했다. 3.3㎡당 100만원 수준인 저렴한 땅은 자취를 감췄고 400만~500만원 정도의 중고가 물량이 일부 시장에 나왔을 뿐이다. 땅 매매 전문인 김포 고촌지구 주변 W공인중개소 시장은 "지목이 임야인 땅 중 3.3㎡당 100만원 이하짜리도 있지만 대부분 산자락 주변이나 땅 모양이 반듯하지 않은 게 대부분"이라며 "경사가 평탄하고 서울과 가까운 전, 답은 1000만원 이상에 거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택지지구 지정이 확정되면 개발 기대감에 주변 지역으로 퍼질 공산이 크다"고 덧붙였다.
◆ 헐값 보상과 투기 논란에 원주민 반발 거셀 듯
정부가 신규 공공택지지구 지정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개발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하다. LH 직원뿐 아니라 공공기관 직원들이 신도시 일대 땅 투기가 광범위하게 이뤄진 것으로 드러나자 원주민들의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서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공공주택지구 전국연대대책협의회 소속 3기 신도시 주민대책위 대표들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토지보상 관련 법령 개정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03.25 dlsgur9757@newspim.com |
앞서 지정된 3기 신도시에서도 정부와 원주민 간 마찰이 해결되지 않고 있다. 시세보다 보상비가 현저히 낮은 '헐값 수용'이란 반발이 거센 데다 LH 직원의 땅 투기 혐의로 신도시 지정 자체를 철회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남양주 왕숙에선 지난달부터 시작한 지장물(건물·주택 등) 조사가 주민 반발로 최근 중단됐다. 하남 교산 주민도 신도시 토지거래 전수 조사를 요구하며 토지보상 절차에 나서지 않고 있다.
개발 지연시 투자자 입장에서는 장기간 목돈이 묶일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의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개발호재가 시세에 이미 상당부분 반영된 측면이 있다. 토지보상은 일반적으로 개발 이익분이 거의 반영되지 않는 감정가액으로 평가한다. 시세가 급등한 땅을 매입한 투자자는 실익이 크지 않을 수 있다.
이창동 밸류맵 리서치팀장은 "미개발 지역이 대규모 택지지구로 개발되면 땅 가치가 크게 높아지는 게 된다"며 "다만 땅의 적정가를 판단하기 쉽지 않고 개발 기대감이 시세에 반영된 측면이 있어 분위기에 휩쓸린 투자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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