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황종현 대표체제로 전환하며 '푸드 사업' 가속화
국내시장 확장은 '진행형'…큰 먹거리 위해선 해외 공략도 필요
[서울=뉴스핌] 이서영 기자 = 대표적인 제빵기업으로 널리 알려진 SPC삼립이 이제는 종합식품기업으로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수년간 사업 다각화에 힘써 온 것이 결실을 맺는 모양새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PC삼립의 지난해 상반기 '푸드 부문' 매출이 3064억원을 기록하면서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제빵 매출을 넘어섰다. 제빵 부문 매출은 2975억원 이었다.
[서울=뉴스핌] 이서영 기자 = 종합식품기업으로 도약 성공한 SPC삼립. 2021.03.08 jellyfish@newspim.com |
◆식품 매출>제빵 매출…'종합식품기업'으로 입지 다져
삼립은 지난 2017년부터 HMR(가정간편식) 시장 진입을 위해 350억원 가량을 들여 SPC프레쉬푸드팩토리를 짓는 등 신사업에 지속적인 투자를 해왔다. 그러나 SPC삼립은 2020년에 이르러서야 투자 대비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밀키트와 샐러드사업 등으로 영역을 확장한 것이 코로나19와 맞아 떨어지면서 숨통이 트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지난 해 3월 황종현 대표이사가 SPC삼립의 운전대를 잡으면서 삼립의 푸드 매출이 늘기 시작했다. 황 대표는 30년 간 동원그룹에서 인수합병(M&A)를 전문으로 해온 영업·마케팅 전문가다.
황 대표는 30년 노하우를 살려 SPC삼립에서 지난 해 6월, 온라인 전용 HMR브랜드인 얌(YAAM!)을 론칭해 쿠팡과 협업을 시작했다. 이로써 베이커리류 새벽배송 서비스의 문을 열었다. 또 9월에는 밀키트 전문 기업인 '푸드에셈블'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SPC삼립의 공격적인 영업확장은 실제 성과로도 이어졌다. 밀키트 브랜드인 '삼립잇츠'와 샐러드 브랜드인 '피그인더가든'이 무서운 기세로 성장한 것이다.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이 SPC삼립에게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SPC삼립은 '삼립잇츠' 밀키트 중에서 육가공 식품이 인기를 얻은 것을 포착해 '육식본능 미트로드'시리즈를 출시했다. 미트로드에는 '참나무향 반달삼겹', '순살학센 슬라이스', '동파육 슬라이스' 등 제품이 있다.
샐러드 브랜드인 피그인더가든에서는 '샐러드 키트'와 '스쿱 샐러드'도 푸드 매출향상에 크게 기여했다. 새벽배송 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이른 아침 신선한 샐러드를 받아볼 수 있는 것이 주효했다.
이같은 노력 덕에 SPC삼립은 푸드 부문에서 매출 3064억을 기록해 제빵 매출을 뛰어넘을 수 있었다. SPC삼립은 이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미국 대체식품 브랜드인 '잇 저스트(Eat Just)'와 협업해 '비건(적극적 채식주의) 시장 진입도 앞두고 있다.
[서울=뉴스핌] 이서영 기자 = 에그슬럿 여의도점. [사진=SPC그룹] 2021.03.08 jellyfish@newspim.com |
◆국내는 잘하고 있지만 해외는?
SPC삼립은 제빵에서 푸드로 영역 확장에 성공하며 국내에서는 '종합식품기업'으로서 입지를 다져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해외 시장으로의 영역 확장은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SPC삼립의 자체 브랜드는 모두 국내 기반이다. 해외 진출에 나선 곳은 없는 상태다. 그나마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미국 샌드위치 브랜드인 에그슬럿(EGGSLUT)과 독점운영 계약을 체결했지만 이를 해외 진출로 보기는 어렵다. 이는 SPC삼립의 경쟁 업체격인 대상이나 동원F&B가 해외에서 좋은 실적을 얻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동원F&B는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량이 급증했다. 동원산업이 2008년 인수한 미국 내 참치캔 업체 '스타키스트'가 견조한 실적을 기록하면서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로 참치캔 등 식량을 비축해두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참치캔 매출이 지난해 5월부터 꾸준히 상승세를 기록했다. 실제 동원산업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3122억원으로 전년 대비 61% 가량 급증했다.
대상은 인도네시아에서 활약하고 있다. 대상의 인도네시아 사업 매출액은 지난해 3697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7% 성장한 수치다. 대상은 2010년 론칭한 인도네시아 종합식품브랜드 '마마수카'를 통해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김과 빵가루 등은 시장 현지에서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식품 시장이 아무래도 레드오션(포화시장)인 만큼 SPC삼립이 성장 가능한 영역도 한정적일 것"이라며 "국내 사업이 안정궤도에 오른 후에는 해외 진출에도 힘 써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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