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 시험지 빼돌려 유출…시차 이용해 국외서 완성답안으로 시험 치러
법원, 징역 3년 선고…"美대학 입시 공정성 저하…엄한 처벌 불가피"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미국 수학능력적성검사(SAT) 시험지를 빼돌려 입시 브로커에게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현직 고등학교 교사가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 받았다.
29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6단독 류일건 판사는 최근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모(39·미국 국적) 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이 씨는 지난 2009년부터 경기도 용인의 A고등학교에서 해외진학지도교사로 일했다. A고교는 국내 SAT 시험장으로 지정·운영돼왔는데, 이 씨는 2013년경부터 SAT 시험지를 관리하고 시험 당일 시험지를 배부·수거 하는 등 SAT 시험을 총괄하는 일을 해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그러던 2017년 이 씨는 이른바 'SAT 유출 전문 브로커' 김모 씨를 만나게 된다. 김 씨는 이 씨에게 '큰돈을 만질 수 있는 사업을 제안하겠다'고 접근해 SAT 시험지를 유출해줄 것을 제의했고, 이 씨는 이를 받아들였다.
이들은 한국이 유럽 등지보다 시간대가 빨라 SAT 시험지를 먼저 볼 수 있다는 점을 이용했다. SAT 시험은 전세계적으로 같은 날 오전 9시에 시작되지만, 시차로 인해 국내 SAT시험이 유럽 SAT시험보다 8~9시간 빠르게 치러지는 것이다.
이 씨는 SAT 시험 당일 시험지를 배부하고 남은 시험지를 자신의 사무실로 가져와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해 구글 드라이브에 업로드했다. 김 씨는 이를 SAT 전문 어학원 강사 송모 씨에게 전달하고, 각 과목 강사들에게 문제를 풀게 했다. 이렇게 완성된 최종 답안지는 유럽 등 우리나라보다 시간대가 느린 나라에서 SAT 시험 응시를 대기하고 있던 학생들에게 전달됐다. 이렇게 시험지를 유출하는 대가로 이 씨가 받은 금액은 2억원 가량이었다.
법원은 이 씨의 범행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SAT 시험 주관사인 ETS의 업무방해를 넘어 전세계의 많은 학생들이 진학을 준비하는 미국대학 입시의 공정성이 근본적으로 저하되는 결과가 야기되어 그 사회적 피해가 막심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건과 같은 시험지의 최초 사전 유출행위가 존재하기 때문에 불법 시험지 암매매 시장이 결코 근절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죄질이 더욱 중하다"며 "범행의 횟수도 많고 기간도 긴 점, 피고인 스스로 취득한 범죄수익이 2억원을 상회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adelant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