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 후 다툼에서 주짓수 기술 이용해 무차별 폭행
법원 "친구 사이 의문 들 정도로 폭력적…고의 인정"
[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친한 친구 사이였던 현직 경찰관을 폭행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항공사 승무원이 2심에서도 중형에 처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3부(배준현 부장판사)는 24일 오전 10시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김모(30) 씨의 항소심 선고기일에서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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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피고인이 흉기를 사용해 범행에 이르진 않았지만 일방적인 유형력을 행사하는 등 살인의 고의가 충분히 있었다고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범행 이후의 행동과 기억에 의한 진술, 현장 상황 등에 비춰볼 때 피고인은 당시 피해자가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인식이 가능했던 것으로 보여진다"며 "그런 상태에서 피해자를 방치하고 현장을 이탈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음주로 인한 인지기능장애가 초래돼 살인의 고의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해마 기능에 사후적 기억 형성 장애가 발생하는 블랙아웃과 구분돼야 한다"며 "인지기능 장애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피해자 측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유족은 엄한 처벌을 원하고 있다"며 "비록 피고인은 범죄전력이 없지만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것은 피해를 회복할 수 없는 범죄에 해당되고 범행 방법 등을 비춰볼 때 과연 친구 사이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로 폭력적이다"고 지적했다.
다만 법원은 김 씨에게 재범 위험성이 있다고는 볼 수 없다며 전자장치 부착 명령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검찰은 지난 10일 결심공판에서 무기징역을 구형하고 20년간 위치 추적 전자장치 착용 명령을 요청했다. 검찰은 "피해자 유족들에게 용서받지 못한 상황"이라며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책임을 회피하는 피고인에게 원심 형은 지나치게 가볍다"고 강조했다.
변호인 측은 "피고인은 후회와 불면의 밤을 보내고 있다"며 "유족들이 있는 자리지만 선처를 간절히 호소한다"고 진술했다.
김 씨는 최후진술에서 "죽어 마땅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며 "남은 평생을 진심을 다해 속죄하고 사죄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해 12월 14일 오전 서울 강서구 한 빌라에서 관악구 지구대 소속 30대 경찰관 A 씨를 폭행해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씨는 A 씨가 결혼할 당시 사회를 봐줄 정도로 친분이 깊은 11년 지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전날인 13일 오후 한 주점에서 A 씨와 만나 3차까지 술을 마셨다. 두 사람은 김 씨의 집으로 이동했고, 이후 집으로 가려는 A 씨와 김 씨 사이에 다툼이 생겼다.
김 씨는 사건 당시 자신이 배운 주짓수 기술로 A 씨를 제압하고 저항 능력을 잃은 A 씨 머리를 방바닥에 수차례 내려찍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김 씨가 사건 발생 한 달 전 고소를 당해 실직 위기에 놓였고 이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가 쌓인 상태에서 A 씨와 술을 과하게 마시던 중 내면에 숨겨온 폭력적인 성향이 터져 나왔다고 봤다. 고소 당한 당시에도 김 씨는 A 씨의 조언으로 결국 '혐의없음' 불기소 처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1심은 김 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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