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훈련 중 후배 바지 내려…1심서 벌금 300만원
항소심 "서로 잘 아는 사이…비난할지언정 강제추행은 아냐"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검찰이 훈련 도중 동성 후배의 바지를 벗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18 평창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임효준(24) 선수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부(이관용 부장판사)는 27일 강제추행 혐의로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임 씨의 1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다른 동료선수의 엉덩이를 때리며 웃고 장난치는 것을 보고 그 후 일어난 것인데, 오로지 피고인이 피해자의 반바지를 잡아당긴 행위만이 성적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한다고 보기에는 의심스럽다"고 판단했다.
한국 남자 계주 대표팀 임효준이 22일 오후 강원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0m 계주 결승에 출전해 레이스를 마친 뒤 아쉬워하고 있다. /2018평창사진공동취재단 |
그러면서 "다른 동료선수들도 훈련 전 장난치는 분위기에서 발생했다고 진술하고 있고, 피고인과 피해자는 어릴적부터 10년 이상 같은 운동을 하면서 서로 잘 알고 지내고 숙소 룸메이트로 지낸 관계에서 이런 행동이 비난은 받을 수 있을지언정 강제추행에서 말하는 추행에 해당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앞서 임 씨는 지난해 6월 17일 진천국가대표선수촌 웨이트트레이닝 센터에서 체력훈련 중 훈련용 클라이밍 기구에 올라가고 있던 대표팀 후배의 바지를 잡아당겨 신체 일부를 노출했다.
임 씨 측은 대체로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도 추행의 고의가 없었따고 대한빙상연맹은 같은 해 8월 임 씨의 행위를 성추행으로 인정하고, 자격정지 1년의 징계를 내렸다.
1심 재판부는 "당시 상황을 보면 현장에 있던 선수들이 모두 장난을 치는 분위기에서 피고인이 추행할 의도가 없었다고 볼 경우에도 그 행동으로 인해 신체 일부가 노출되면 수치심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라며 "결국 미필적 고의에 의해 피고인의 행위의 추행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해 벌금 300만원과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을 선고했다.
임 씨는 항소심 과정에서도 고의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난 1년간 반성하면서 제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며 "마음에 상처를 받은 후배 선수에게도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사과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임 씨는 빙상연맹의 징계에 불복하는 소송이 진행 중이고, 본안 판단이 나오기까지 징계 효력을 중단하는 가처분 소송에서 승소해 선수 자격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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