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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폭탄' 못이기는 다주택자 매물 쌓인다…보유세 부담·거래실종에 적체현상

기사입력 : 2020년11월11일 06:32

최종수정 : 2020년11월11일 06:32

헬리오시티·은마 등 주요단지의 매도희망 물량 20~30% 증가
공시가 급등에 세부담 최소 2배 늘어...거래부진도 매물 적체 이유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정부가 내년부터 부동산 보유세(종합부동산세+재산세)가 크게 늘리는 정책을 꺼내자 부동산시장에 매도 물량이 점차 늘고 있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단계적으로 90%까지 높아지면 고가 주택 소유자의 보유세가 현재보다 최소 2배 높아진다. 집값이 추가적으로 크게 오르기 힘들다고 판단되면 현시점에 매도하는 게 유리할 수 있다. 최근 주택거래가 급감한 것도 시장에 매도물량이 늘어난 이유다.

◆ "다주택자, 세부담 우려에 매도희망 문의 늘어"

1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 공시가격 인상안이 발표된 이후 최근 일주일새 서울 주요 단지의 매도희망 매물이 증가 추세다.

공시가격은 부동산 세금의 지표로 활용되는 만큼 시세대비 90%까지 높아지면 주택 수요자의 세금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15억원 이상 고가 주택 소유자와 다주택자들은 공시가격 인상 속도가 빠르고 금액이 상대적으로 크다보니 더 큰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일대 P공인중개소 사장은 "연간 보유세가 1000만원이던 집주인이 3년 후 2000만원대로 늘어날 것으로 보여 다주택자와 고가 주택 소유자의 매도 문의가 늘었다"며 "특히 3주택을 보유한 집주인은 공시가격이 인상되기 전 일부 주택을 처분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부동산 매물 동향을 보면 팔려는 수요가 늘었다.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는 포털 사이트에 450건 정도의 매도 매물이 올라와 있다. 지난달 300여건에서 늘어난 수치다.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지난달 40~50건에서 이달에는 70여건으로 매도 매물이 늘었다.

송파구 송파동 주변 A공인중개소 실장은 "보유세 강화 방침 이후 매도를 의뢰하는 집주인이 늘었는데, 특히 은퇴자가 현금 수입이 일정치 않은 경우가 대부분을 차지한다"며 "다만 양도소득세 부담도 커 투매가 나오는 상황까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보유세 부담은 해를 넘길수록 커지는 구조다. 현재 60%대 현실화율을 단계적으로 90%까지 높이겠다는 정부측 계산이다. 사실상 시세에 맞먹는 세금 기준을 확립하겠다는 것이다.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면적 84㎡(1주택자)는 올해 공시가격이 10억7700만원으로 보유세가 325만원이다. 시세가 오르지 않더라도 내년 보유세가 455만원으로 늘고, 2022년에는 607만원이다. 2026년에는 1016만원으로 불어난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와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84㎡ 2채를 보유한 경우 보유세 부담이 올해보다 115.21% 늘어난 6558만6000원이 예상된다. 현실화율이 90%에 도달하면 보유세 부담이 1억원에 육박한다.

◆ 거래량 급감에 급매물 더 쌓일 듯

주택 처분을 놓고 다주택자의 고민이 더 깊어질 공산이 크다. 기존 주택 거래량이 역대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져 팔기도 쉽지 않아서다.

서울시 부동산거래정보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건수는 2939건으로 연중 최저치로 떨어졌다. 월별로 연중 최고치인 1만5615건(6월)과 비교해 19% 수준에 그쳤다. 전년동기(1만1583건) 대비로도 25% 정도다. 지역구별로 아파트 거래건수가 하루 한건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달에도 상황이 더 악화됐다 이달 누적 거래량은 지난 9일 현재 97건이다. 일일 거래량 추이를 볼 때 연중 최저치를 경신할 공산이 크다. 거래량이 줄면 매물이 쌓여 매도호가가 낮아지는 게 일반적이다.

물론 급매물 증가가 아파트값 급락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집주인의 매도 움직임이 투매 상황이 아닌 데다 저금리 지속, 공급부족, 대체투자처 부재, 전셋값 상승 등으로 부동산 투자심리가 아직 살아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거래량 감소에도 지역적으로 신고가 거래가 심심치 않게 이뤄지고 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정부가 부동산 보유세를 크게 늘리는 정책을 내놓으면서 주택 처분을 고민하는 다주택자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주택거래가 급감해 시장에 급매물이 쌓이는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부동산 투자심리가 아직 살아 있어 매물을 투매하는 현상은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 

leed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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