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노숙인 도운 건물관리인…억지 요구 들어주지 않자 살해
1심 징역 15년 → 2심서 징역 18년으로 가중…대법, 상고 기각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자신을 무시하는 느낌을 받았다는 이유로 평소 호의를 베풀어온 건물 관리인을 무참히 살해한 노숙자가 대법원에서 징역 18년의 중형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최모(39) 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18년형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23일 밝혔다.
최 씨는 부산 지역에서 일정한 주거지 없이 노숙 생활을 이어가던 중 2015년 피해자 A씨를 만났다. A씨는 한 건물 옥탑방에 거주하면서 건물 관리를 하고 화분 노점상을 하며 살았는데, 평소에도 최 씨를 포함한 노숙인들에게 용돈을 주고 거처를 제공하는 등 호의를 베풀었다.
최 씨가 A씨에게 앙심을 품은 것은 그가 건물 관리일을 넘겨달라는 자신의 요구를 거절한 뒤였다. 2019년 9월경 최 씨는 술을 먹고 A씨의 옥탑방을 찾아가 "좀 자다가 나가겠다"고 말했고, A씨는 최 씨가 벗어놓은 모자를 집어던지면서 "네 방에 가서 자라"고 말했다. 이에 최 씨는 A씨가 자신을 무시했다는 생각으로 A씨를 흉기로 손목을 긋고, 때리고 목졸라 숨지게 했다.
위 사건과 관계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1심 재판부는 최 씨의 범행을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15년형을 선고했으나, 2심은 최 씨가 범행 뒤 피해자의 혈흔이 묻은 물건들을 물에 씻어 숨기는 등 범행을 은폐하려는 행위를 엄격하게 보아 징역 18년으로 형을 가중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는 자신도 넉넉하지 않은 형편이었음에도 평소 주위 상인들이나 노숙인들에게 물심양면으로 호의를 베풀어왔고, 피고인 역시 도움을 받아왔다"며 "피해자의 생업인 건물 관리 일을 넘겨달라는 억지 요구를 거절한 것이 불만이었다거나 무시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석연치 않은 이유를 들어 피해자의 생명을 짓밟는 중대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역시 같은 판단을 내렸다. 대법은 "이 사건 범행은 만 68세인 노령의 피해자가 39세의 건장한 체구를 가진 피고인으로부터 느닷없는 공격을 받고 이렇다 할 저항 한 번 못한 채 사망하는 등 그 범행 방법의 무자비성이나 흉포성에 비추어 구체적 양형판단에 고려할 특별한 정상이 있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또 "기록을 살펴보면 피고인이 상고 이유로 주장하는 사정을 참작하더라도 원심의 양형이 심히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며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상고를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adelant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