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서는 기업가치 상승 계기로 꼽아
'주식가치 희석' 소액 투자자 불만은 가중
[서울=뉴스핌] 황선중 기자 = LG화학이 최근 성장 원동력으로 꼽힌 배터리 사업 부문을 물적분할 방식으로 떼어내기로 결정하면서 주가가 휘청였다.
증권업계에서는 배터리 사업 성장 측면에서 이번 물적분할을 긍정적으로 여기지만,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주식가치가 희석되는 만큼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LG 트윈타워 [사진=LG] |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G화학은 이날 전 거래일 대비 6.11%(4만2000원) 내린 64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5.37% 하락에 이어 이틀째 급락세다.
이틀 사이 주가가 11% 넘게 빠진 탓에 지난 15일 기준 51조2500억원 규모의 시가총액은 이날 45조5300억원으로 줄었다. 시총이 5조7000억원 넘게 증발되며 코스피 시총 순위도 4위에서 5위로 내려앉았다.
LG화학은 이날 전날 대비 2.33% 내린 67만1000원으로 하락 출발한 뒤 줄곧 약세 흐름을 보였다. LG화학우 역시 9.13%(3만1500원) 빠진 31만3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LG화학은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고 전지사업부를 물적분할하는 안을 결의했다고 공시했다. 분사 대상은 자동차 전지, ESS(에너지 저장장치) 전지, 소형 전지 부문이다.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분야 성장을 위해 신설법인 'LG에너지솔루션'(가칭)을 상장(IPO)해 투자자금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오는 10월30일 임시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12월 1일 출범한다.
이번 분할은 물적분할 방식인 만큼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을 지분 100% 자회사로 거느리면서 시장 변화에 유동적으로 대처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 관계자는 "전기차 수요 확대에 따른 시설투자 자금은 사업 활동에서 창출되는 현금을 활용하고, LG화학이 100%지분을 가지고 있어 필요할 경우 여러 다양한 방법으로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지난 2분기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 구조적인 이익 창출 기반을 마련하고 배터리 사업에서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한 바 있다.
LG화학 글로벌 배터리 생산 및 합작법인 현황 [사진=LG화학] |
증권업계에서는 LG화학의 물적분할이 기업가치 상승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은 시장점유율 1위 유지를 위해 연간 3조원 이상 투자해야 하는 자본 집약적 산업"이라며 "대규모 자금 조달을 위해서는 물적분할이 효과적"이라고 했다.
황 연구원은 또 "배터리 사업을 100% 자회사로 분사함으로써 환경에 따라 다양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도록 운신의 폭을 넓힌 것"이라고 평가했다.
백영찬 교보증권 연구원도 "기업분할 자체는 기업가치 상승과 관계는 없으나, 전지사업부가 경쟁기업 대비 적정 밸류에이션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백 연구원은 그러면서 "주가가 하락한 이유는 일부 차익실현 매물과 SK이노베이션과의 배터리 소송 합의금이 1조원 초반으로 낮아질 수 있다는 뉴스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지사업부를 믿고 LG화학에 투자했던 일부 주주들은 다소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개인투자자는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LG화학 물적분할을 막아달라는 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해당 청원에는 이날 오후 4시 기준 4650명이 동참한 상태다.
그는 "LG화학이 분사하면 저희가 투자한 이유와는 전혀 다른 화학 관련주에 투자한 것이 된다. 이로 인해 저희의 손해는 어디서도 보상받을 수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장기적 관점에서 아무리 기업가치가 상승한다고 해도 당장 주가가 뚝뚝 떨어지는 상황인 만큼 주주들의 불만은 당연하다"며 "주주환원책을 마련해 불만을 달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sunja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