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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배터리 분사] 구본무의 20여년 뚝심투자…'구광모식 미래성장' 꽃피운다

기사입력 : 2020년09월17일 15:55

최종수정 : 2020년09월17일 15:56

구본무 회장, 1992년 출장길서 2차 전지 미래먹거리 '도전'
구광모 회장, 배터리 분사 시점 결단...분사‧IPO 지금이 적기 판단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LG화학이 배터리 사업을 분할해 신설법인 'LG에너지솔루션(가칭)'을 공식 출범키로 했다. 이와 관련해 재계에서는 LG그룹 고(故) 구본무 회장의 '뚝심과 끈기의 리더십'을 이어받은 구광모 회장의 승부수라고 해석한다. 배터리 사업에서 구광모식 미래성장의 꽃을 피울 발판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LG화학은 17일 이사회를 열고 12월1일 LG에너지솔루션 출범 안건을 승인했다. LG화학은 신설법인을 통해 2024년 매출 30조원 이상을 달성하고 배터리를 중심으로 하는 세계 최고의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배터리 시장은 현재 급성장기를 겪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향후 7년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연평균 25% 성장할 것으로 본다. 2025년에는 메모리반도체 시장을 추월할 것이란 기대감도 크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LG]

이런 가운데 LG화학은 올해 7월까지 전세계 배터리 점유율 1위(25.1%, SNE리서치)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2위와 3위인 중국 CATL(23.8%)과 일본 파나소닉(18.9%)과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고 배터리 시장 성장 속도에 맞춰 점유율 1위를 유지하기 위한 생산설비 투자에 매년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상황이다.

사실 LG화학이 배터리 사업을 시작한 이후 시장이 호락호락한 적은 없었다. 매번 도전과 끈질긴 노력, 성취가 이어져 오늘날까지 왔다.

시작은 구본무 전 회장의 구상과 결단이 있어서 가능했다. 1992년 당시 부회장이었던 구 전 회장은 그룹의 미래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영국 출장에서 배터리를 미래의 새로운 성장사업으로 결정했다. 한번 쓰고 버리는 건전지가 아니라 충전을 하면 여러 번 반복해서 사용이 가능한 2차전지를 접하고 그 가능성을 본 것이다.

구 전 회장이 귀국하면서 2차전지 샘플을 가져와 당시 계열사였던 럭키금속에 2차전지를 연구하도록 했다.

1997년에 LG화학 연구진들이 소형전지 파일럿 생산을 처음으로 성공하긴 했지만 대량 양산하기에는 품질이 따라주질 않았고 일본 선발업체들의 기술력을 따라잡기는 역부족이었다.

수년간의 투자에도 불구하고 가시적인 성과가 안 나타나자 '사업을 접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에는 2000년에 미국에 전기차 배터리 연구법인을 설립 설립하며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지만 오랜기간 성과가 나지 않았고 급기야 2005년 2차전지 사업은 2000억원에 가까운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구 전 회장은 이와 관련해 "이 사업은 우리의 미래 성장동력"이라며 뚝심있는 투자와 사업진행을 지속했다. 그는 "끈질기게 하면 반드시 성과가 나올 것"이라며 위기때마다 임직원들을 다독였다.

집념의 도전은 이후 2007년부터 성과로 나타났다. 단적으로 현대 HEV(아벤떼), 2009년 미국 GM 볼트(Volt)용 배터리 공급업체로 선정되며 본격적인 성과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공장 신, 증설에도 속도가 붙었다. 2009년 충북 오창, 2010년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 2014년 중국 남경, 2016년 유럽 폴란드 전기차 배터리 공장 기공에 나서며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했다. '오창(韓)-홀랜드(美)-남경(中)-브로츠와프(歐)'로 이어지는 업계 최다 글로벌 4각 생산체제를 구축하며 '글로벌 톱 배터리 컴퍼니' 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했다.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LG화학 글로벌 배터리 생산 및 합작법인 현황 [사진=LG화학] 2020.09.17 yunyun@newspim.com

아울러 지난해 12월에는 미국의 최대 자동차업체인 GM과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계약을 체결했다.

2018년 구 전 회장 별세로 그룹 총수에 오른 구광모 회장은 이같은 구상에 빛을 입히기 위해 공격적인 경영을 시작했다.

그는 파격인사로 LG화학 배터리 사업의 성장에 탄력을 붙였다. 그룹 모태인 LG화학 최고경영자(CEO)를 처음으로 외부인사를 영입한 것. 3M 수석 부회장을 맡았던 신학철 현 LG화학 부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는 지난 1947년 창립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신 부회장은 1984년 3M 한국지사 평사원으로 입사해 필리핀지사장, 3M 미국 본사 비즈니스그룹 부사장 등을 거치며 한국인 최초로 3M 해외사업을 이끈 인물이다. 2011년 3M 해외사업 부문을 총괄하는 수석부회장에 올랐다.

재계에서는 신 부회장이 3M 시절 다진 글로벌 인맥들이 LG화학의 해외 사업을 추진하는데 적잖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LG화학은 지난해 말 기준 150조원의 수주잔고를 보유하고 있다. 올해 말까지 생산능력 100GWh(전기차 165만대) 이상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또한 2023년까지 200GWh(전기차 330만대) 생산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매년 생산설비 투자에 최소 2조~3조원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LG화학의 배터리 사업 분사는 이같은 투자자금 유치를 위한 적기의 결정으로 '구광모식 승부수'로 표현될 만 하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재무적투자자(FI)를 유치하거나 기업공개(IPO)를 통한 대규모 자금 조달을 위해서는 물적 분할이 효과적"이라며 "배터리 사업을 100% 자회사로 분사함으로써 환경에 따라 다양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도록 운신의 폭을 넓힌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분사 이후 자금 조달이 이뤄지면 가치가 극대화하는 시점에 IPO를 추진할텐데 향후 매출액이 30조원을 달성하는 2023년에서 2024이 기로가 될 것"이라며 "제2의 반도체로 평가되는 LG화학의 배터리가 SK하이닉스 매출액을 넘어서는 시기가 아닐까"라고 전망했다.

yunyu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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