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베를린/키예프 로이터=뉴스핌] 김선미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가장 강력한 정적으로 꼽히는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44)가 의식 불명에 빠진 원인을 두고 독일과 러시아 측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스테판 지베르트 독일 정부 대변인은 24일(현지시간) 정례 기자회견에서 "나발니가 독극물 공격의 희생자가 됐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신변 보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 [사진=로이터 뉴스핌] |
다만 독극물 중독이 확실한 지 여부는 아직 발표하지 않았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교부 장관은 "나발니가 의식 불명에 빠진 원인에 대해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이 많아, 의료 및 범죄수사 측면에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나발니가 의식 불명에 빠진 직후 응급 처치와 치료를 했던 시베리아 옴스크 병원의 의사들은 자신들이 그의 목숨을 구했으며 체내에서 독성 물질은 검출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옴스크 제1 구급병원' 소속 의사들인 알렉산더 무라코프스키와 아나톨리 칼리니첸코는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그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독성 물질이 검출됐다면 진단이 더욱 명확해 치료가 훨씬 수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들은 나발니를 어떤 방식으로 치료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지난주 이들은 나발니가 저혈당에 의한 대사성질환으로 의식 불명에 빠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나발니는 지난 20일 시베리아 톰스크에서 모스크바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의식을 잃고 옴스크 제1 구급병원에서 응급 치료를 받았다. 이후 22일 독일 측이 보낸 응급 항공기에 실려 독일 베를린 새리테 병원으로 이송돼 집중 치료를 받고 있다.
나발니 측 대변인인 키라 야르믜슈는 "그가 먹은 것은 탑승 전 톰스크 공항에서 마신 차(茶)뿐이어서, 독성 물질 중독이 의심된다"며 "의사들은 뜨거운 음료에 섞이면 독성 물질이 체내에 더욱 빠르게 흡수된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베를린의 인권운동가 자카 비질은 독일 일간 빌트(Bild)지에 "나발니가 독극물 공격에서 살아 남아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앞으로 몇 개월 간 정치인으로서 활동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야르믜슈 대변인은 "나발니의 상태에 대해 새로운 소식은 없으며, 나와 그를 치료 중인 의사들만이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며 비질의 발언을 일축했다.
변호사 출신 반부패 활동가인 나발니는 푸틴 정권에 반대하는 시위를 조직해 최근 수년 간 수 차례 옥살이를 하고 친정부 세력의 공격을 받아 왔다.
내달 지방선거를 앞두고 나발니는 야권 후보들을 지지하기 위한 유세 준비에 한창이었다.
나발니는 지난해 7월 대규모 시위를 선동한 혐의로 체포됐을 때에도 구치소 안에서 알레르기성 발작을 일으켜 입원했다. 당시에도 화학물질 중독이 의심된 바 있다.
유럽인권재판소는 2012년과 2014년 나발니의 체포와 구금은 정치적 의도에 의한 인권 침해라는 판결을 내렸으나, 러시아 정부는 이 판결에 불복하고 있다.
의식 불명에 빠진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가 독일 베를린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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