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에 D램 가격 급락 겹쳐
7일 연속 하락 구간에 개인들 공격적 매수...외인·기관 동반 '매도'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미·중 갈등의 여파로 주가가 7거래일 연속 하락했던 SK하이닉스가 이틀째 반등했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 20일까지 7거래일 연속 하락하는 등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이다 지난 21일 전장보다 2700원(3.76%) 오른 7만4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어 이날도 1.34% 올라 이틀 연속 반등세를 기록했다.
![]() |
[사진=뉴스핌 DB] |
올 초 69조원을 웃돌았던 시가총액은 54조원 수준으로 크게 줄어든 상태다. 지난 20일에는 시총 3위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에 2위 자리를 내줬다가 다음날 가까스로 탈환하는 수모를 겪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14년 11월 시총 2위였던 현대자동차를 처음 제친 후 각축을 벌이다 2017년 3월부터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다.
SK하이닉스의 주가 하락은 미국과 중국 간 갈등과 주력 반도체인 D램 가격의 폭락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우선 미국이 지난 18일(현지시간) 더욱 강화한 화웨이 제재안을 발표하면서 SK하이닉스가 직격탄을 맞았다. 미국 상무부는 "화웨이가 미국 소프트웨어나 기술로 개발 또는 생산한 외국산 칩(반도체)을 사는 것을 제한하도록 규정을 개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반도체 우회 조달까지 모두 차단하는 조치로 SK하이닉스로서는 치명타를 입게 된다. 화웨이는 SK하이닉스의 주요 고객으로 전체 매출액의 약 15%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가격 하락도 SK하이닉스에겐 큰 악재로 다가오고 있다. 현재 D램 현물가는 약 9개월 만에 고점 대비 약 30% 하락했다. 7월 D램 고정거래가격((기업 간 계약가격))도 전월보다 5.44% 하락한 3.13달러를 기록했다. D램 현물가는 고정거래가격의 선행지표로 여겨진다. 이로 인해 8월에도 반도체 가격은 5% 이상 큰 낙폭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하락 구간에서는 외국인과 기관들이 줄곧 팔아치웠고, 개인들이 이 물량들을 받아냈다. 이 같은 수급 상황은 첫 반등세가 나타난 21일 바뀌었다. 외국인과 기관은 순매수로 돌아섰고, 개인은 순매도였다. 다만 외국인은 24일 다시 매도세로 돌아서 수급 방향의 일관성은 다소 떨어진다.
증권가 안팎에서는 투자전략 측면에서 SK하이닉스 주가가 충분히 매력적인 가격대에 진입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미중 갈등이 사실상 최고조를 찍은 뒤 회복되고 D램 가격 역시 바닥을 친 뒤 다시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는 상태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 1~3월 악재가 모두 반영됐을 때에도 SK하이닉스의 주가가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반등했던 적이 있다"며 "현재는 미국 대선 전후의 미중 무역갈등 바닥 통과, D램 현물가격 하락 중단, SK하이닉스 하반기 실적 컨센서스 하향 조정 완료 등 연내 반등의 3가지 조건 가운데 절반은 충족된 상태"라고 분석했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올 2분기에 코로나19에 의한 밸류체인 마비를 우려한 서버업체들이 메모리 재고를 선제적으로 축적했고 3분기에는 재고를 다시 생산업체들에게 전가하면서 D램 가격 하락 폭을 키우고 있다"며 "전방업체들의 재고가 정상화될 올 4분기부터 출하 증가에 의한 회복 시그널이 예상되고 출하량 회복에 의한 주가 상승은 9~10월로 추정된다"고 강조했다.
imb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