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공여 잔고 16조원....사상 최대치
폭락장·조정시 빚투 투자자 버티기 힘들어
시장 이탈시 폭락 가속화 우려 목소리↑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빚을 내 투자하는 일명 '빚투'가 15거래일 연속 신기록을 갈아치우는 등 크게 늘어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지난 3월 폭락장 이후 주식시장이 V자 반등을 하면서 빚투 역시 급증했다. 시장이 조정세로 돌아설 경우 반대매매 등 악성 매물로 나올 가능성도 있어 이 같은 빚투를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1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날 기준 신용공여 잔고는 16조326억으로 사상 처음으로 16조원을 돌파했다. 최근 6개월 중 최저치인 6조4075억원(3월 25일)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늘어났다. 신용공여 잔고는 지난달 28일 13조9537억원을 찍은 후 15거래일 연속으로 매일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자료=금융투자협회] |
특히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2020년 2분기 중 가계신용 잠정치'를 살펴보면 증권회사의 신용공여 규모가 늘면서 기타대출 증가분은 전분기보다 5배 이상 급증한 9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빚투 열풍은 지난 3월 폭락 이후 각국의 유동성 정책에 힘입은 주식투자 열풍이 불면서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시장에 유입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갈수록 강화되면서 길을 잃은 유동성이 주식시장으로 몰린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지난 4월 이후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높은 종목들은 SK와 셀트리온, 부광약품, 카카오, NAVER 등으로 집계됐는데, 이들 종목은 개인투자자들이 선호하는 대표적인 주도주들이다.
또 증권사들도 '신용융자 이자 제로' 등 투자자 모시기 경쟁에 뛰어들면서 빚투를 부추기고 있다. 현재 SK증권은 오는 31일까지 신용융자 이자를 0%로, 현대차증권(9월 30일까지)과 KTB투자증권(신규 투자자 대상 3년간) 등은 연 3.5~3.9% 수준의 신용융자 이자를 적용해주는 이벤트를 실시하고 있다.
이처럼 빚투 규모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추후 시장이 급등에 따른 조정에 들어갈 경우, 개인투자자 이탈에 따라 시장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폭락에 대한 경고음은 이미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안소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펀더멘털 대비 빠른 증시 반등으로 가격 부담이 누적되고 있던 상황인데 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커지면서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며 "전날의 경우, 대규모 대기자금을 바탕으로 증시를 지탱하던 개인투자자들이 5200여억원 이상 순매도하면서 증시 하락을 견인했다"고 분석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요즘 같은 장세에는 신용융자로 투자를 하는 게 원칙적으로는 맞는 방법이고 실제로 수익을 내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다만 빚투 투자자들은 조정이나 폭락장에서는 정신적으로 버티기 어렵고 이들의 시장 이탈이 가시화되면 폭락을 더욱 가속화 시킬 수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imb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