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기 실적 예상치 상회
HBM 매출 전년비 50% 급증
시장점유율 연말 25% 가시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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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황숙혜 기자 = 미국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 테크놀로지(MU) 주가가 4월 저점에서 두 배 랠리하며 월가의 시선을 끌고 있다.
엔비디아(NVDA)와 팔란티어(PLTR)가 주도하는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새로운 다크호스로 부상했다는 의견이다.
메모리 반도체를 주력 사업으로 하는 마이크론이 월가의 조명을 받는 것은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에서 기술력과 시장 점유율이 대폭 향상됐기 때문이다. AI 개발 업체들 사이에 HBM에 대한 수요가 대폭 늘어나는 상황과 맞물려 투자자들의 매수 심리를 자극하는 모양새다.
HBM은 3D 스택 구조의 D램(DRAM)으로, 고성능 그래픽 가속기와 AI, 네트워크 장치 등에 사용된다. D램 다이를 적층하고 실리콘 관통 전극(TSV)으로 연결해 대역폭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전세계 HBM 시장에서 마이크론의 점유율은 2024년까지만 해도 5%에 불과했지만 2025년 1분기 실적을 통해 수치가 큰 폭으로 뛴 사실이 확인됐고, 연말 점유율이 25%까지 상승할 전망이다.
올들어 엔비디아와 AMD(AMD) 등 대형 AI 반도체 업체들에게 5세대 HBM인 HBM3E 제품을 대량 공급하면서 시장 입지를 대폭 강화하는 모습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가 주도하는 양강 체제에 마이크론이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는 데 한 목소리를 낸다.
마이크론은 반도체를 설계할 뿐 아니라 자체 제작하는 업체다. 엔비디아나 브로드컴, AMD 등 AI 반도체 업체들과 차별화된 부분이다. AI 반도체 대장주들을 마이크론이 고객으로 확보한 것도 비즈니스 구조와 무관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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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론 테크놀로지 주가 추이 [자료=블룸버그] |
AI 칩 시장에서 마이크론은 핵심 공급자로 급부상했다. 엔비디아와 AMD 등 이른바 팹리스 반도체 업체에 HBM을 공급할 뿐 아니라 AI 가속기 시장의 80%를 점유한 엔비디아의 핵심 공급 업체로 자리매김 한 것.
2025 회계연도 3분기(3~5월) 실적은 마이크론의 시장 입지가 얼마나 강화됐는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업체의 매출액은 93억달러로 전년 동기 68억1000만달러에서 37% 급증한 동시에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88억7000만달러를 훌쩍 웃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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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론 테크놀로지 공장 [사진=블룸버그] |
같은 기간 주당순이익(EPS)은 1.91달러로 집계, 월가의 예상치인 1.60달러를 크게 앞질렀다. 영업이익은 24억9000만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에 비해 무려 165% 뛰었다.
AI 붐을 타고 HBM의 판매가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전반적인 실적 호조에 힘을 실었다. 회계연도 3분기 HBM 부문의 매출이 전년 동기에 비해 50% 이상 급증한 것. 이와 함께 D램 부문의 매출 규모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특히 HBM3E 12단 제품의 수율과 생산량에서 경쟁력을 분명하게 입증했고, 차세대 HBM4도 이미 고객들에게 샘플을 공급하는 등 기술 측면에서 리더십을 과시하고 있다.
마이크론의 회계연도 3분기 실적은 HBM 이외에 데이터센터 부문에서도 약진했다. 해당 사업 부문의 매출액이 전년 대비 두 배 늘어나면서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 업체가 AI 다크호스라는 평가를 받는 데는 펀더멘털 측면의 강점이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
전체 매출액에서 데이터센터 부문의 비중이 55%를 차지, 전년 동기 30%에서 가파르게 늘어났다. HBM 사업의 고성장으로 D램 부문 전체 매출액 역시 사상 최대 기록을 세웠다.
이익률 상승도 시장 전문가들이 커다란 의미를 두는 부분이다. 회계연도 3분기 마이크론의 영업이익률은 23.3%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10.6%에서 두 배 이상 뛰었고, 전분기 22%에 비해서도 높아진 수치다.
업체는 회계연도 4분기 실적에 대해서도 커다란 자신감을 내비쳤다. 매출액 전망치를 104억~110억으로 제시해 전년 동기 대비 최대 38% 성장을 예고했고, 조정 주당순이익(EPS) 전망치 역시 2.35~2.65달러로 1년 전 1.18달러에서 두 배 이상 뛸 것이라는 전망이다.
투자은행(IB) 업계도 낙관론에 무게를 둔다. JP모간은 보고서를 내고 마이크론의 HBM 매출 성장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으로 1~2분기 사이 연율 기준 매출 규모가 80억달러를 돌파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판단이다.
러닝 포인트 캐피탈 어드바이저스의 마이클 애슐리 슐만 파트너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HBM3E를 대규모로 양산하는 업체는 마이크론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업체는 AI 칩 부문에 공격적인 투자를 벌이고 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내 메모리 제조와 R&D(연구 개발)에 2000억달러 이상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차세대 HBM4 등 AI 메모리 칩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아이다호에 2개 최첨단 대량 생산 반도체 생산라인을 건설하는 한편 뉴욕에 최대 4개의 최첨단 대량 생산 반도체 공장을 신설할 예정이다. 아울러 버니지아의 기존 제조 공장을 확장 및 현대화 한다는 계획이다.
업체는 세 개 지역의 반도체 생산라인에 1500억달러의 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특히 HBM 패키징 역량을 강화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HBM이 GPU(그래픽처리장치)와 그 밖에 AI 칩의 데이터 처리를 가속화하는 '연료'나 마찬가지라고 설명한다. AI 모델을 훈련시키고 각종 애플리케이션을 가동하기 위해 대용량 메모리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도 HBM의 중요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2025년부터 수 년간 GPU 아키텍처를 지배할 것으로 예상되는 마이크론의 HBM4는 전작에 비해 세 배 큰 대역폭을 제공하며, 거대언어모델(LLM) 훈련부터 자율주행 시스템까지 AI 작업에 '타협할 수 없는' 기술이라는 데 월가는 입을 모은다.
시장 전문가들은 전세계 HBM 시장이 2030년까지 연평균 25%에 달하는 성장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한다.
시장 규모가 350억달러로 파악되는 가운데 마이크론 경영진은 2030년까지 1000억달러 시장으로 성장하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마이크론이 HBM 기술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데다 AMD와 엔비디아를 포함한 빅테크와 파트너십을 구축한 만큼 이익 성장이 추세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한편 마이크론은 아이다호와 뉴욕, 버지니아의 반도체 생산라인 구축을 위해 이미 연방정부와 주정부로부터 자금을 지원 받았고, 여기에는 반도체 및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을 통한 최대 64억달러의 자금 지원이 포함된다.
업체는 해외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크게 높이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업체는 싱가포르에 70억달러를 투자해 반도체 생산라인을 신축하고 있다. HBM을 포함해 최첨단 AI 반도체 칩을 생산하기 위한 공장은 2026년 본격 가동될 예정이다.
이 밖에 마이크론은 대만의 기존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제조하는 HBM 생산 물량을 확대하는 한편 시설을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shhw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