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가 오르고 규제 가능성 커지자 매수심리 '위축'
잇딴 규제 경고에 실수요자 '불안'..."대출 문의 늘어"
"반짝 효과로 집값 상승...추가 규제 지나쳐" 반발
[김포=뉴스핌] 노해철 기자 = "6·17 부동산 대책 발표 직후에는 매수 문의로 하루에 수백통 전화를 받았는데, 지난 주부터는 열통 안팎으로 줄었어요." (김포시 운양동 L공인중개업소 대표)
29일 오전 찾은 경기 김포시 운양동 '한강신도시 반도유보라' 아파트 단지 일대 공인중개사무소는 한산한 분위기를 보였다. 정부가 이르면 7월 이 지역을 규제지역으로 포함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매수심리가 위축된 모습이다.
이곳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은 "대책 발표 직후 집값이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김포는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곳"이라며 정부의 연이은 규제 예고에 반발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노해철 기자 = 경기 김포시 운양동 '한강신도시 반도유보라' 단지 인근 공인중개업소. [사진=노해철 기자] 2020.06.29 sun90@newspim.com |
◆ "매수 문의 끊기고 대출 문의만"...실수요자 부담 ↑
이날 오전 9시 30분쯤 문을 연 반도유보라 인근 K공인중개업소에서는 개점 이후 2시간이 넘도록 매수문의가 없었다. K공인중개업소 대표는 "6·17 대책 전후로 저렴한 급매물은 투자자들로 인해 다 빠지고 호가가 오른 상태"라며 "호가가 오르면서 매수를 계획했던 실수요자들마저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17일 대책 발표 전후로 매수문의가 쏟아지던 것과 다른 분위기다. 당시 수도권 대부분 지역이 규제지역으로 묶였지만, 김포는 여기에서 제외되면서 투자자들의 수요가 몰렸다.
그러나 매물 소진으로 호가가 오르고 정부의 추가 규제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관망세로 돌아서는 모습이다. 인근 H공인중개업소 대표는 "기존에 3억6000만원선에서 거래되던 반도유보라 전용59㎡는 대책 발표 이후 4000만원 오른 4억원 정도로 호가가 형성됐다"며 "짧은 기간에 가격이 오르다 보니 오히려 거래가 뜸해졌다"고 푸념했다.
반도 유보라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한 '한강신도시 롯데캐슬'도 마찬가지다. 인근 L공인중개업소 대표는 "4억원 초반에 나왔던 전용 84㎡ 매물이 빠지면서 가격이 5억원대로 올랐다"며 "가격이 오른 반면, 조정대상지역 지정에 따른 대출 규제 우려가 나오면서 매수세가 주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정부의 추가 규제 예고가 이어지면서 대출 관련 문의가 늘고 있다. 향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 주택담보대출비율(LTV)는 기존 70%에서 50%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박선호 국토교통부 1차관은 지난 28일 한 방송에서 빠르면 7월 중 김포와 파주 등 집값이 오른 지역을 추가 규제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K공인중개업소 대표는 "현금이 부족한 신혼부부 등 실수요자 입장에선 대출한도액이 단돈 천만원이라도 줄더라도 큰 타격을 받기 때문에 대출 관련 문의가 늘고 있다"며 "잠도 못 주무신다며 불안해하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노해철 기자 = 경기 김포시 운양동 소재 '한강신도시 롯데캐슬' 단지의 모습 [사진=노해철 기자] 2020.06.29 sun90@newspim.com |
◆ 추가 규제 가능성 커지자 지역 '반발'
정부의 추가 규제 가능성이 커지면서 일대 공인중개업소에선 "과도한 규제"라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활발했던 거래가 주춤하면서 최근 나타난 집값 과열 현상은 수그러들 것으로 보고 있다.
K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대책 발표 직후 집값이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 오름폭은 크지 않았다"며 "일부 지역과 단지를 제외하면 가격에 큰 변화가 없다"고 설명했다.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기 위해선 3개월간 집값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1.3배를 초과해야 한다. 여기에 ▲직전월부터 소급해 주택공급이 있었던 2개월간 청약경쟁률이 5대 1을 초과 ▲3개월간 분양권 전매거래량이 전년동기 대비 30% 이상 증가 ▲시도별 주택보급률 또는 자가주택비율이 전국 평균 이하 등 선택요건 중 하나를 충족해야 한다.
김포 아파트값은 이번 대책 발표 이후 큰 폭으로 올랐지만, 그동안 약세를 보였다. 한국감정원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김포 아파트값은 1.88% 오르면서 전국에서 가장 많이 올랐다. 반면 지난 달에는 -0.03%를 기록하는 등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했다. 3월(0.09%)과 4월(0.00%)에 이은 하락세를 이어오다가 최근 반짝 집값이 올랐다는 설명이다.
H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집값이 많이 올랐던 다른 수도권 지역에 비해 김포는 저평가되던 곳"이라며 "최근 일시적인 집값 상승으로 규제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는 집값이 오르고 나서 규제하는 '뒷북 규제'는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집값이 오르고 난 뒤 규제를 하면 비규제지역 집값이 오르는 풍선효과가 반복될 것"이라며 "집값이 오르면 기존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지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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