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노해철 기자 = "서민이 집을 사려 한다면 주택담보대출도 있지만 보금자리대출, 디딤돌대출 등 정책금융도 있고 실수요자를 위한 주택 특별공급, 신혼희망타운 등 다양한 제도들이 있습니다."
최근 전세자금 대출 규제가 서민들의 '주거사다리'를 없앨 거라는 실수요자의 아우성과 다르게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같이 반박했다. 전세자금대출의 취지는 서민들이 전세를 구할 때 자금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인데, 이것이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 수단으로 변질돼 바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다.
무주택자 중 43%가 갭투자를 한다고 하니 주택정책 수장인 김 장관으로선 고민스러운 문제다. 전세대출을 끼거나 보증금을 승계해 '일단 집을 사놓고 보자'는 사람들이 늘면서 집값도 오르는 상황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국민 대다수는 이번 6·17 대책에 고개를 내젓는 분위기다. 특히 집 한 채 없는 무주택자 등 실수요자 반발이 갈수록 커지는 모습이다. 이번 대책 발표 당시 "실수요자 중심의 주택시장을 구축하겠다"며 취지를 설명한 정부 관계자의 말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이들이 불안한 이유는 집 한 채 갖겠다는 꿈이 더욱 요원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최근까지 두 달에 한번 꼴로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집값은 계속 오르고 있다. 이번 21번째 대책이 등장한 것은 그동안 대책들이 실패했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한 것과 다르지 않다.
그 피해는 고소란히 실수요자들의 몫이다. 월급 오르는 속도보다 집값 오르는 속도가 빠른 게 현실이다. 부족한 돈을 채우기 위해 은행대출을 받더라도 한도가 낮아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이들에겐 주거사다리로 통했던 전세대출까지 막아버리면서 분노만 키운 꼴이 됐다. 고가 주택을 싹쓸이 하는 현금부자들을 보면 상대적 박탈감마저 느껴진다.
'서울 아파트값은 오늘이 가장 싸다'는 말은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실수요자 입장에선 집값이 더 오르기 전에 주택 구입에 나서는 게 당연한 일이다. '일단 집을 사놓고 보자'는 조급함도 여기에 기인한다. 그러나 정부의 시각은 다르다. 향후 시세차익을 기대한 투기성 수요로 바라보고 누르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그 사이 부동산 시장에서는 '이생집망(이번 생에 집 사는 건 망했다)', '청포족(청약 포기족)'와 같은 씁쓸한 신조어가 나오고 있다. "평생 전월세로만 살아야 하느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정부가 진정 실수요자 중심 시장을 구축하려면 그동안 대책들이 왜 실패했는지부터 진단해야 한다. 처방은 그 이후라도 늦지 않다. 그럼에도 정부는 벌써부터 추가 규제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조만간 전월세를 반복하면서 이집 저집 옮겨 다니는 유목민(nomad)이라는 의미로 '집노마드족'이란 신조어가 나올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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