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월가의 투자은행(IB) 업계가 금값 전망치를 높여 잡고 나섰다. 비트코인이 100만달러까지 뛸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움직임 이외에 장기적인 저금리와 약달러가 금과 코인 가격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주장이다.
경기 침체를 차단하기 위한 각국 중앙은행과 정부의 슈퍼 부양책이 자산시장에 구조적인 판도변화를 일으킬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골드바 [사진=로이터 뉴스핌] |
21일(현지시각) 골드만 삭스는 12개월 금값 전망치를 온스당 1800달러에서 2000달러로 높여 잡았다.
3개월과 6개월 전망치 역시 각각 온스당 1600달러와 1650달러에서 1800달러와 190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온스당 1730달러 선에서 거래되는 금 선물이 앞으로 12개월 사이 15%를 웃도는 상승을 기록할 가능성을 제시한 셈이다.
HSBC도 보고서를 내고 저금리 여건과 경기 침체 후 더딘 회복 등 구조적인 요인이 중장기적으로 금값 상승을 부채질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삭소은행 역시 헤지펀드를 포함한 기관 투자자들의 금 보유 비중이 낮기 때문에 이들의 매수 열기가 단기간에 금값을 온스당 1800달러 선 위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에 대한 투자 열기는 이미 뜨겁게 달아 올랐다. 연초 이후 금주화 수요가 30% 급증했고,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로 뭉칫돈이 몰려든 데 따라 펀드의 금 보유량 역시 전년 동기 대비 20% 늘어났다.
미국을 포함한 주요국이 경제 활동 재개에 나서면서 2차 팬데믹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어 금의 투자 수요가 지속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연방준비제도(Fed)의 제로금리 정책과 달러화 약세 흐름도 금값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시장 전문가들은 연준의 금리인상이 당분간 이뤄지기 어렵고,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의 슈퍼 부양책에 따른 재정적자 확대가 달러화를 압박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금값은 달러화와 반대로 움직인다. 때문에 저금리와 약달러 트렌드가 금값에 커다란 호재라는 분석이다.
최근 월가의 대표적인 비관론자 스티븐 로치 예일대학교 교수는 달러화 가치가 35% 폭락할 것이라고 경고해 관심을 끌었다.
초저금리와 유동성 공급에 따른 자산 인플레이션도 금값의 추세적인 상승 가능성을 예고하는 부분이다.
서클 스퀘어 얼터너티브 인베스트먼트의 제프리 시카 대표는 CNBC와 인터뷰에서 "2차 팬데믹이 벌어지면서 또 한 차례 경제 셧다운에 돌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주요국의 경기 부양책이 상당 기간 지속될 여지가 높고, 인플레이션을 포함한 결과물이 금값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부에서는 팬데믹 사태로 인한 저금리와 약달러 기조가 비트코인에 호재가 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미국 투자 매체 포브스는 각국 중앙은행의 전폭적인 유동성 공급이 연내 지구촌 실물경기의 강한 회복으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주요국 재정이 무너지면서 말 그대로 머니 프린팅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달러화를 포함한 주요국 통화 가치가 가파르게 떨어질 수밖에 없고, 시중 자금이 일부 암호화폐로 몰리면서 비트코인이 궁극적으로 100만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포브스는 전망했다.
higrace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