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지구촌 외환시장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일반적으로 경제 펀더멘털을 추종하는 환시가 주식시장과 등락을 같이 하고 있다는 얘기다.
대표적인 상품통화로 꼽히는 호주 달러화가 경기 침체 속에 랠리하는 등 환시 전반에 비이성적인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미국을 필두로 주요국 정부가 쏟아낸 부양책이 외환시장에 교란을 일으켰다는 지적이다.
호주 달러 [사진=로이터 뉴스핌] |
18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3월 하순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글로벌 금융시장의 패닉 이후 호주 달러화가 미국 달러화에 대해 18%에 달하는 상승 기염을 토했다.
상품통화 호주 달러화가 수요 쇼크에 따른 경기 침체에 상승 날개를 단 것은 지극히 이례적인 일이라는 평가다.
국제 유가가 수요 붕괴에 대한 우려 속에 지난 4월 하순 배럴당 0달러 아래로 떨어지는 등 폭락을 연출한 점을 감안할 때 호주 달러화의 강세 흐름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영국 파운드화도 마찬가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도 파운드화는 달러화에 대해 9% 뛰었다.
성장률 악화와 고용 한파 등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경제적 충격이 파운드화 환율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밖에 또 다른 상품통화로 분류되는 뉴질랜드 달러화가 지난 3월23일 이후 미 달러화에 대해 13%에 이르는 상승 기록을 세웠고, 스웨덴 크로나화도 10% 이상 오름세를 나타냈다.
외환시장의 위험자산 상승은 3월 저점 이후 뉴욕증시의 반등과 닮은꼴이라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벤 랜돌 외환 전략가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연준이 3월 하순 대대적인 유동성 공급에 나선 이후 경제 펀더멘털이 주요국 환율에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이보다 주식시장 향방이 외환시장에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주가가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달러화에 하락 압박을 가했고, 호주 달러화를 포함한 위험자산이 상대적인 상승 탄력을 받았다는 얘기다.
회사채 시장이 돈잔치를 벌이는 가운데 외환시장 역시 이른바 '연준 풋'에 좌지우지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
BofA의 분석에 따르면 외환시장과 주가의 상관관계가 15년래 최고치로 뛰었다. 환시가 주가와 강한 동조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단면이다.
HSBC의 도미닉 버닝 외환 전략가는 "3월 하순 이후 환율과 주가 동조화가 두드러진다"며 "S&P500 지수와 달러화가 엇박자를 내는 한편 달러화 등락이 나머지 통화의 등락을 쥐락펴락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환율과 주가의 강한 동조화는 지난 2009년 9월 주가 급반등에 달러화가 하락 압박을 받았을 때 이후 처음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글로벌 경제가 금융위기로 인한 침체에서 회복 신호를 보였다는 점에서 최근 상황과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뉴버거 버만의 우고 란치오니 글로벌 외환 헤드는 "11년에 걸친 양적완화(QE)를 통해 시장은 경제 펀더멘털이 뒷받침되지 않아도 중앙은행의 유동성이 위험자산을 밀어올린다는 사실을 학습했다"고 말했다.
higrace5@newspim.com